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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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가 창조해 낸 인물들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또 매우 생동감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고나면 내속에 잠자고 있던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게 내가 이사카 고타로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한 달 전쯤 읽은「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가 특히나 더 좋았기 때문에 신간리스트에 이 작품이 오르자마자 덥썩 구입부터 하였다. (소개 글이나 서평 따위(?)는 이미 읽을 겨를도 없다. 무조건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누르고 보는 거다.) 책을 받아들고 그제서야 꼼꼼히 둘러보니 엉뚱한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일단 읽고 있던 책을 마저 해치운(!) 후 바로 이 녀석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 그런 바보가 너밖에 더 있냐!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허나, 니시지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들어 보십쇼,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거기서, 한 템포 쉬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간지가 그를 가로막았다. 누군가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하품을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답지 않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녀석을 채근했다.

 “마음만 먹으면?”

 니시지마가 입을 떼며 또박또박, ‘단언’했다.

 “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이 오게 할 수도 있다 이겁니다.”    (p.20)


아주 엉뚱한 다섯의 청춘이 모였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저히 이들의 공통분모가 무엇일까, 아니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싶을 정도의 개성들을 가진 각양각색의 모습이지만 한 계절 또 한 계절을 함께 보내며 그들은 누구보다 더욱 서로를 이해해주고 일으켜주는 끈끈한 사이가 된다.


 “도리이, 쟤는 뭐라고 생각하냐?”

 마이크를 꼭 붙잡고 저항하는 니시지마를 보며 물었다.

 “뭐가?”

 “저런 타입은 근시형이냐, 조감형이냐?”

 “근시를 가진 조류라고나 할까?”

 도리이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크하하, 웃었다.

 나는 앞에 앉아 있는 미나미를 보았다. 미나미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햇살아래 있는 것처럼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입구 근처를 바라보니 남학생들에서 둘러싸인 도도가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저는 말입니다.” 하며 꽥꽥대는 니시지마를 꼿꼿이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에나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는 나는 나의 대학 생활이, 어쩌면 이들에 의해 극적인 시추에이션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인지 기대인지 모를 기운을 어렴풋이 느꼈다.

 아니,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p.22)


위 아래로 쭉쭉 뻗친 장발머리가 꼭 조류를 연상시키는 도리이는 시종일관 ‘크하하’하는 요란한 웃음을 웃는 유쾌한 청년이다. 그리고 그의 설명에 따르면 주인공 기타무라는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조감형 인간이란다. 크게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관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던 기타무라는 도리이, 니시지마, 미나미, 도도와 함께 대학생활 4년을 보내며 점차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구성되는 각 장을 보면 1년에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글의 마지막에서 4년임을 알게 된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이란 게 으레 그렇듯이. 마작을 통해 모인 다섯 친구들이 가벼운 만남처럼 관계를 지속하다 도리이가 겪는 큰 사고를 계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 독자는 함께 눈물지으며 아파하고 그들이 서로를 일으켜주며 우정을 확인할 때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사막에 눈이 오게 할 수 있다면...’하고 그들이 늘 바랐던 것처럼 나도 함께 바래본다. 사막에 눈이 내리는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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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쇼트케이크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2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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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쇼트케이크와 살인사건이라니. 조앤 플루크의 소설 제목들은 과하게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 같다. 덕분에 나처럼 간질거림을 기피하는 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손사레를 치며 저멀리 밀쳐두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특별히 어떤 특정작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여유롭게 서가를 둘러보다 뜻밖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항상 색다른 즐거움을 주곤 한다. 이게 바로 오프라인의 강점이자 장점이 아닐런지.
 
레이크 에덴에서 열린「디저트 경연대회」현장에서 한 사람의 결원으로 급조되어 신랄한 심사평을 한 보이드 왓슨이 그날 밤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주인공 한나 스웬슨은 '쿠키단지'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 중이며 살해 된 보이드 왓슨의 아내 다니엘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건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물이기도 하다. 언제나 피해자의 배우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니엘이 그동안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 온 사실이 밝혀지며 남편의 폭행에 의한 정당방위거나 복수가 살인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 용의자로 주목되자 한나는 모든 상황자체를 괴롭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력하게 사건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데, 위기의 순간에는 빛나는 순발력을 발휘하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그녀 특유의 솔직함과 사려깊은 배려, 그리고 뛰어난 눈썰미로 전문수사관보다 더 많은 실마리들을 찾아내어 놀라운 속도로 사건의 중심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몸을 사리지 않는 모험심은 결국......
(여기서 더 나아가면 결국 스포일러가 되므로! 절대, 말하지 않는다. 후후:)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에 한나의 조수 리사가 딸기 쇼트케이크를 선보이며 그녀의 신선한 딸기가 주목되고 온실에서 직접 재배한 거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추리소설을 즐겨 읽다보면 종종 헛다리를 짚는 습관이 생기곤 하나보다. '혹시, 그녀의 딸기가 습격을 당한 거 아니야? 아니면, 한나의 주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나?' 하는 우스운 상상도 하고 말았다. 이런 추측이 절대 큰 무리는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전체적으로 너무나 아기자기한 책의 구성 탓이라고 작가를 원망해본다.
 
책의 표지를 볼 필요도 없이 제목만 들어도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뛰어난 트릭이나 지능적인 살인범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스릴을 기대하기는 당연히 무리지만 좌충우돌 위태로운 순간들을 거쳐가며 한나가 사건을 꼼꼼히 따라가는 스토리는 너무나 즐겁다. 종종 등장하는 그녀의 고양이 모이쉐 또한 그런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추리소설을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그녀의 '쿠키단지'로 초대하고 싶다. 따뜻한 커피향과 달콤한 쿠키와 함께라면 더욱 맛있을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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