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 갈등을 공존으로 바꾸는 해결책을 찾아서
후지와라 다카아키 지음, 세계시민 도서번역연구회 옮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 다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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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는 시뮬레이션으로 설정된 나라의 국민이 되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표주박나라', '재깍나라', '느슨나라'의 세부 설정과 국민이 되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해보는 활동이 담겨 있다. 다루는 소재가 여러 가지이고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지만 활동 내용을 단순화하거나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다른 수업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은 초등 수준에도 가능할 것 같다.

다문화 공존이라는 이념은 인류의 이상적인 희망이지만, 현실에서는 민족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 모순과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안고 있다. 그러한 현실(구조)을 팩트(fact)로만 제시하면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 그치고 만다 .복잡성과 딜레마를 경험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 그러나 많은 이슈가 그렇듯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실제 교실 안으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회문제의 본질과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하여 간단한 모델로 재구성하고 이를 기초로 문제의 이해와 해결을 진행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후지와라 다카아키, p.129

학생들에게 사회 구성원의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각자가 처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름을 이해하면서 역할극을 해 본다. '학습자는 고민과 갈등을 경험해가면서 타협과 합의를 경험(p.140)'하게 한다. 주로 뉴스, 관련 기사,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지구촌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토의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왔었는데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역할극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수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6학년 2학기 사회 수업 단원과 연계해서 활용해 볼 여지가 있었고 책에서 소개된 자료를 변형하거나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만 내용이 복잡하고 수업 시수가 상당 부분 많이 필요해 보였다. 때문에 학습자의 발달 상황에 맞게 변형하거나 감축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나라면 재깍나라는 생략하고 표주박나라와 느슨나라 국민들 간의 갈등을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구성원들이 거쳐야 할 합의를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185쪽에는 역할 시뮬레이션 카드, 역할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url과 qr코드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어판을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어 해설을 자막으로 넣어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제1장 세나라-배경 스토리 시뮬레이션 동영상 (youtube.com)

또 인상 깊었던 것은 71쪽 진행자의 역할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이 경우 그룹별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p.71)"라고 되어 있었다. 몇몇 모둠은 충분히 시간을 주어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교사인 나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난감하였는데 왜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주어진 시간 동안 토의한 내용을 학습자가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게 해주어 무척 좋을 것 같다.

시뮬레이션 학습의 효과와 실제 사회의 문제를 가상 사회를 설정하여 그 구성원이 되어보게 함으로써 학습자가 실제로 설득과 타협을 경험하게 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표주박나라와 느슨나라의 세부 설정을 바꾸어 6학년 2학기 사회과에서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보는 수업 활동을 꼭 해보고 싶다.

* 본 도서 리뷰는 실천 교사 모임을 통해 다봄교육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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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함영기 지음 / 한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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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교육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에 관한 글을 썼다. 상을 받았고 학교 대표로 토론 대회에도 나갔지만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에 잘 하지 못했다. 담당 선생님이 내가 제대로 못했다고 다른 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했다는 말에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던지. 그랬던 내가 교사가 되어보고 나니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교사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했다. 학교교육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직원과 동학년 선생님들의 논의가 필요했다. 지침을 제시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청 담당 장학사, 주무관과 공문 또는 메신저, 대면 연수와 전화 등을 통해 소통해야 했다. 교실 구성원인 학생들의 수준은 다양했고 교육적 배경이 되는 가정환경과 양육자의 교육관이 제각기 모두 다 달랐다. 그리고 닥친 코로나 19 사태, 원격 수업과 출결 등에 대한 기준이 시시각각 바뀌어가면서 공문 보다 네이버 기사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는 상황들을 보았을 때 무척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다.

이처럼 교육 현장에 산재한 어려움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교육과 관련된 세부적인 지침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입장과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뒤집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지만 바뀌기 전에 교육정책연구소에서 도교육청 장학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장학사는 '교사는 적폐세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친 표현을 쓰며 어차피 학교폭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해봤자 조사를 하기 위해서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논조로 말했다. 나는 담임교사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와 업무상 관련이 있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질문했지만 장학사는 고압적인 태도로 지금 이 자리에 내 말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고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불편한 마음이 남았다.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장학사, 주무관님도 많다. 그렇지만 내가 겪은 몇몇 사람들은 교사를 노력하지 않는 존재,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 대상으로 여길 뿐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 스캔하여 파일로 제출될 수 있는 자료를 굳이 인편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직도를 한글 표로 작성하였음에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도를 작성하여 계획을 수정하라는 것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대화에서 나온 내용을 학교에서 실천할 것, 교육청에 제안할 것, 또 국가적으로 해결할 교육의제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는 과정에서 정책과 문화가 섞이고 재구성되는 교육적 경험이 쌓일 것이다.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42p)."

내가 불편하게 느끼던 것,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접근법을 제시해준 책이었다. 지금의 교육은 바뀌어야 하고 현재의 교육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해하고 말하는 접근은 많지 않다. 저자가 던진 여러 가지 교육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내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나만의 답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본 리뷰는 인디스쿨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yahoo2805/223036865116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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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바로 쓰는 AI, 미래교육을 준비하다
송기상.신수범.전인성 지음 / 비상교육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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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개학이다. 작년부터 ai와 관련된 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봤으나 교육과정 재구성 및 연계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고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 시수 3-5시간 정도의 수업이었다. 아쉬움이 남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ai 수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번년도에도 영재교육을 맡게 되어 영재학급 수업에서 적용할 ai, 피지컬 컴퓨팅 등을 생각해보고 있었던 차에 인디스쿨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관심이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최근 경인교대 원격교육연수원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수를 듣고 있다. 연수에서는 내가 헷갈리고 있었던 인공지능 관련 개념들-기계학습, 딥러닝 등-을 설명해주었다. 연수를 통해 살펴본 이후라 이 책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복습도 되고 연수에서 설명한 것과 다른 부분들도 읽으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유익하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3장인데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육과정을 연계한 실제 수업 사례를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sw나 ai가 6학년 교육과정 실과 성취기준과 연계하기 좋아서 그런지 6학년 위주의 수업안이 많았다. 마침 나도 올해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이 책의 수업안을 바탕으로 적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덕과와 ai를 연계한 수업을 보면서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도덕을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했다.

이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소개한다. 저학년은 체험 위주의 활동이 많이 계획되어야 하기 때문에 짝과의 경험을 통해 프로그램을 설계해보거나 관련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며 새로운 기술과 접목해 수업을 가꾸어나가는 선생님들의 전문성에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책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이트나 수업 도구 소개도 무척 유익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외에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기존 연수나 다른 책을 이미 읽었던 선생님들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얻어가는 것들이 분명 있을 터였다. 저자의 이력을 확인하니 이미 수 년간 ai나 sw, 컴퓨터 교육에 전문성을 두고 관련된 교육 컨텐츠를 개발하며 연구해오신 분들이었다. 나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를 활용해 단편적인 수업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꿈꾸었던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살게 될 미래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 본 리뷰는 인디스쿨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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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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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언 매큐언이 신작을 냈다. 그의 작품 『속죄』, 『넛셸』, 『체실 비치에서』등 몇 가지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몇몇 소설은 영화화되기도 하였는데, 『속죄』는 키아라 나이틀리 주연의「어톤먼트」로, 2019년에는 『칠드런 액트』가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있고 흡입력 있는 소설로 즐거운 독서경험을 주었기에 신작이 나왔다는 홍보글을 보았을 때 관심이 갔다.


이 책의 띠지에는 '바퀴벌레들이 영국 의회를 장악했다?! 카프카의 변신 모티프로 그린 이언 매큐언의 신랄한 풍자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카프카 작가를 좋아해서 체코로 여행 갔을 때 카프카 관련 장소를 일부러 찾아 방문했던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서평단을 신청하여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났을 때는 카프카의 느낌이 전혀 없다는 깨달음과 정작 내용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아 연거푸 세 번을 다시 더 읽어야 했다. 군데군데 밑줄을 긋고 나서야 중심 사건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불쌍한 그레고리 잠자는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벌레라는 참혹한 깨달음을 얻고 나서도 가족과 일을 걱정하며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 책의 짐 샘스는 초반에 인간 육체가 낯설게 느껴졌을 뿐 금세 적응하고 본연의 임무를 떠올려낸다. 짐 샘스 몸 안에 있는 것은 사명을 띤 바퀴벌레로, 의원들이 회의하는 것을 몇 번 들으면서 인간 사회를 간파해내 어려움 없이 인간인 척 위장에 성공한다. 그는 '역방향주의'라는, 인간 사회를 무한 생산과 소비를 가속화시킬 이상한 개념을 영국의 법안으로 통과시킨다.


 '역방향주의'는 소비와 생산을 뒤바꾼 혼종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상점으로부터 물건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즉, 쇼핑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돈이 쌓이는 것은 전혀 이로운 일이 아닌데 돈을 쌓아둘 경우 마이너스 이자를 내야하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고용된 사람의 경우 본인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직장에 내야만 한다. 완전 쇼핑이 완전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이 요상한 발상은 의원들의 몸을 차지한 바퀴벌레들에 의해 밀어붙여진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와의 사건을 이슈화시켜 외교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정치적 경쟁자는 거짓 미투로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SNS를 활용한 단발적이고 우악스러운 여론 형성이 이어진다. 실제 영국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얼추 비슷한 사건들이 있어 허구적인 소설 속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현실 비판적 어조를 읽어낼 수 있었다.


 공감되는 상황이 없진 않았으나 영국의 정치적 상황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아 흡입력 있게 넘어가진 않았다. 이 주제는 차라리 작가의 에세이로 작성되거나 작가가 비판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사실적으로 진술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의회를 점령한 바퀴벌레라는 설정은 개연성이 있지도, 바퀴벌레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어렵다. 


 만약 내가 이 책의 띠지를 만든다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카프카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야만적인 부분에 대한 은유를 넣거나 책 속의 구절-p.57 '최고위층의 성명이 필요합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야기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합니다.'-을 인용하여 감정적으로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음흉한 행보를 비판하는 암시를 넣었을 것이다. 그 편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기대를 꺾지 않는 방법일 테니까.


 비록 내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지만 그랬다고 해서 이 소설이 꼭 나쁘게 읽힌 것만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과 정치인의 행동들이 작가가 비판하는 부분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동물처럼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사회 보다 한 발짝 물러나서 찬찬히 검토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사회에 소속되고 싶다. 요즈음은 잔뜩 곤두선 사람들의 질타와 비난이 피로감과 환멸을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므로. 사실 이 모든 것은 어둠 속에서 이를 갈고 있는 바퀴벌레의 음모일 수도 있으니 평화롭게 삽시다, 모두.            


최고위층의 성명이 필요합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야기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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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블렌디드 프로젝트 수업 -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는 BLENDED PBL
김은별.박오종.배현명 지음 / 에듀니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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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몇 년 째 우리 일상에 끼어들면서 피로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허둥대던 온라인 수업도 안정화되고 잘 운영되어가고 있다. 최근 학교 자율과정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학습 내용이 서로 연계되며 학습자의 삶이 반영되는 프로젝트 학습을 구현하기 위해 2학기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 인디스쿨을 통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이 책, 『초등 블렌디드 프로젝트 수업』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주었다.


 온오프라인 학급을 운영하면서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은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카훗, 멘티미터 등에 관한 연수는 여러 번 보았는데 그 밖에 생소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유용했던 점은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나와 있어서 프로그램을 파악하기 쉬웠고 내 수업에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김은별, 박오종, 배현명 선생님께서 자신의 수업에 대한 일화도 적어주셨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생님, 바보'라고 말한 학생에 대한 너그러움이었다. ZOOM 연결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 상황에서 학생의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 선생님께 반 학생이 '선생님, 바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나였다면? 바로 정색하고 선생님께 예의없는 행동을 해 서는 안 된다고 지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좋지 않은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몇 분의 시간과 감정적 노력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정적인 이 선생님께서는 학생을 지도하기 보다 '아, 줌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아 학생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구나.'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정말 요즈음의 교직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흡사 성직자의 태도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계신 듯 하다. 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교사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며 무리한 감정 노동을 강요하는 상황에 반감을 느끼고 있는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소통을 늘려가며 오해를 풀고 관계를 맺어가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진심으로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분들의 일화와 내가 겪고 있는 학교 현장에 대한 경험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해결책은 함께 나아가되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는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과 말을 하곤 한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자제하고 상대의 행동이 나에게 어떻게 느껴졌고,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어떻게 대해주었으면 좋겠는지 설명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므로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2학기에 대한 나의 계획은 젬보드를 활용해볼 것이고, 부엉이 상담소와 같은 형식으로 온 책 읽기를 지도해볼 것이다. 나는 주로 학생의 경험을 상기하며 우리 반 학생의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는 발문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 책에 소개된 방법 중 하나인 등장인물의 상황에서 인물의 마음이 드러나는 편지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답장을 받아보는 방법은 무척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다. 또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상황에서 딩동 답장으로 쉽고 빠르게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수업 팁이었다. 뿐만 아니라 책 씨앗 사이트의 존재도 알게 되어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 속에 소개된 선생님들의 꺼지지 않는 열정에 나의 지친 마음에도 의욕이 꿈틀거렸다. 다가오는 방학에는 나만의 교사교육과정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 본 책은 인디스쿨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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