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 소설 ' 그녀를 지키다 '는 왜소증으로 태어나 다른 사람에 비해 신체가 작은 조각가 미모 비탈리아니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임종을 맞기 직전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그는 전쟁과 파시즘 등 폭력이 즐비한 시대를 살면서 여러 부당함을 겪었다.
남들과 다른 신체로 조롱받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돌봄 없이 빈곤에 노출되었다. 경제적인 부를 획득하고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게 되었을 때는 미모 자신이 타인에게 부당한 사회 구조를 선전하는 역할을 했던 모순적인 인물이다.
이 책은 이동진 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로 글로 그려내는 시각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미모가 느끼는 슬픔, 분노, 억울함 등의 생생한 감정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미모는 조각가로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조각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봉급 없이 일하며 무시받는 것이 일상이다. 미모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로 르네상스 시기의 유명한 조각가 미켈란젤로와 동명이다. 미모는 그 거창한 본명 대신 어떤 신부가 붙여준 별명을 주로 사용한다.
미모를 발견하고 일깨워준 사람은 오르시니 가문의 비올라이다. 당시 시대적으로 여성은 교육받는 것이 일상적이지 않았다. 비올라는 미모와 우정을 쌓으면서 그에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을 가져다 준다. 비올라는 미모에게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날겠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비올라를 동경하면서 미모는 비올라와의 우정을 쌓는 것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비올라를 제외한 오르시니 가문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오르시니 가의 둘째 아들 스테파노는 왜소증으로 태어난 그의 신체를 조롱하고 모욕한다. 미모는 언젠가 오르시니 가문에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의 다짐은 조각적 성취로 인해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조각을 한다는 게 뭔지 깨닫는 날, 넌 단순한 분수대만으로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거다. 그동안 미모, 충고 하나 하지. 인내해라. 이 강, 변함없이 고요한 이 강처럼 말이야. 이 강, 아르노강이 화를 낸다고 생각하니?
그녀를 지키다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 p.258
미모의 삶은 가난, 신체적 요건(왜소증으로 태어남)으로 굴곡져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알려준 조각과 그의 재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의 삶을 바꾸었다. 미모의 조각은 종교적으로 권위 있는 인물도 인간적인 마음을 품은 보통 사람으로 만든다. 체제나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불손한 예술품은 미모를 곤란하게 할 때도 있었지만 감상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기 때문에 무척 긴 서사이지만 늘어짐이 없었다. 미모의 개인적 삶, 그리고 시대적인 상황이 그와 그 주변을 끊임없이 뒤흔든다. 미모는 그 여파에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때로는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는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감상한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든 그의 피에타, 결말에 이르러 그가 조각한 비탈리아니의 피에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드러난다. 마지막 피에타의 진실을 통해 진정한 예술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처럼 생생한 이미지로 구현되는 데다 미모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이야기에 이동진 평론가도 매혹당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 그녀를 지키다 ’를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고 이 책에 대해 극찬하였을 것이다.
미모와 비올라의 이야기를 통해 나로서 삶을 살아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회적 시선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미모와 비올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인물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물의 감정에 동조될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생생한 묘사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이 책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살고 있을까. 미모가 피에타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생각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의 피에타 작품을 상상하면서 박해에도 무너지지 않는 불굴의 마음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책으로, 예술로 남은 시간들을 채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