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역사 기행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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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학습할 때 한 나라와 그 나라의 수도로 접근한다. 수도는 그 나라의 경제, 정치 중심지로서 다른 도시에 비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고유성을 지닌다. 이미 몇몇 학생들은 각 나라의 수도를 꿰고 있어 생소한 도시의 이름을 줄줄 읊는 것에 감탄하곤 했다. '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는 역사 스토리텔러 김동섭 교수님의 신간으로 전 대륙의 수도를 소개하며 세계 역사의 흐름을 잡아주는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로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만큼 세계사에서 로마가 차지하는 위상이 크고, 세계사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책의 구성을 고려했을 때 첫 출발을 강력한 고대 제국이었던 로마로 시작하는 것이 적합했을 것이다. 로마 이후에는 제국을 이루었던 오스만 제국, 몽골 제국의 역사를 살펴 본다.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관련된 중심 사건을 설명하고 있어서 몰랐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었다.




수도의 역사는 그 나라 역사의 축소판이다. 찬란한 영광의 주인공이었던 수도들도 있었고, 천 년 이상 수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수도들도 있다. 수도 역시 생로병사의 순환을 이어간다. 단지 그 과정이 수도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세계사를 만든 30가지 수도 이야기 , 김동섭 , 미래의 창, p.423



 나라의 수도가 있지만 수도 외에도 유명한 도시가 있어 왜 이 도시가 수도가 아닐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몇몇 나라들은 다중핵 수도로 여러 도시가 수도의 역할을 돌아가면서 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도시가 여럿인 경우가 있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수도가 세 곳이라는 것이 독특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행정수도는 프리토리아, 사법 수도는 오렌지 공화국의 수도 블룸폰테인, 입법 수도는 케이프타운이다. 전쟁을 거치면서 갈등을 겪었던 과정이 수도의 지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수도를 정하는 과정을 통해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다. 저학년에게는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고학년들에게 수도와 관련된 학습 주제가 제시될 경우에 책 속의 내용을 곁들여가며 다룬다면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세계사가 재미있었다. 종종 이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며 관심이 가는 문명은 관련 역사책을 찾아 읽으며 깊이 탐구해보고 싶어졌다. 수도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을 새롭게 배웠고 앞으로는 나라와 수도를 보다 더 정확하게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를 개괄적으로 훑어보고 흐름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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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역사 -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권력 관계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관한 진실!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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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이다. 교육현장에서 데이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AIDT 교과서 도입과 관련하여 학습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다룰 것인가에 대해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하고 고민한 내용을 다양한 연수를 통해 함께 나누고 있다. 올해 교실혁명 연수에서는 수집한 데이터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대시보드를 만드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였다. 앞으로 각 학교에서 AIDT 교과서를 선정할 때에도 학습 대시보드를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교육현장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게 될 것이다.



 책 데이터의 역사에서 '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권력 관계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관한 진실 '이라는 부제가 끌렸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었고 데이터와 관련된 수많은 논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무척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 존재의 특징을 그런 기계들이 아무리 평평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을 기계로 처리하는 통계로 변환한다는 것은, 계층화를 정당화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든 간에 상관없이 계층화를 공공연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데이터의 역사 , 크리스 위긴스 · 매튜 L. 존스 ,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p.102



 미국과 유럽, 그 국가들의 식민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부를 위해 연구하는 통계학자들은 국민과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오늘날에는 설문조사를 통한 자료 수집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 역사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그런 주장에 사용된 데이터, 데이터가 이용된 방식, 데이터로부터 내린 추론에 대해 절대적으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p.103) "을 상기하며 통계 자료를 접할 때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라이버시보호 연구위원회는 1977년에 이렇게 경고했다. "진정한 위험은 개인 자유의 점진적인 침해가 많은 소규모의 개별적인 기록 보관 시스템들이 자동화되고, 통합되고, 상호연결되면서 발생하는데, 이 세 가지 현상은 단독으로만 보자면 무해하고 이로우며 전적으로 정당하게 보일지 모른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위험하지 않았을 데이터베이스가 워낙 커지는 바람에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네트워킹의 증가가 이런 위험을 강화했는데, 왜냐하면 기록의 이전이 점점 더 매끄러워졌고, 기록들을 서로 연결하는 속도가 증가했으며, 개별 기록과 기록들의 집합을 분석하는 기법들이 발전했기 때문이었다.

데이터의 역사 , 크리스 위긴스 · 매튜 L. 존스 ,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p.195



 데이터의 자유로운 수집과 교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을 경제적 손해와 연결지어 설명하였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큰 경제적 비용이 들어가므로 규제를 최소해야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져 오늘날에는 많은 데이터가 일상적으로 수집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 시스템과 데이터 수집의 특성을 재조정하는 기술적인 해결책은 완벽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캐서린 디그나치오와 로런 클라인은 다음과 같이 썼다. "데이터 윤리만이 아니라 더욱 폭을 넓혀서 데이터 정의에 중점을 둘수록, 과거의 불평등 사례들이 블랙박스화된 알고리즘 속으로 슬며시 섞여들지 않게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p.302)"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적용에 앞서서 윤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의 논리에 의해 힘을 잃게 된다. 개인의 맞춤형 광고를 게시하기 위해 수집되는 정보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윤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내부의 노력이 나타났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관한 논의를 해결하기 위해 관한 국가, 기업, 자율규제 조직, 시민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된 규범을 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데이터 윤리와 관련하여 현 세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공감이 갔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SNS를 보면 노출되는 광고가 나누었던 대화를 연상시키거나 내가 인터넷에 검색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는 등 개인정보 수집이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의 표현대로 대량 감시를 바탕으로 한 광고는 우리 사회의 필수 요소(p.364)가 아닐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가치판단을 통해 데이터 권력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가져야겠다.


 원래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목적인 AI 윤리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되었다. AI 교육에서 AI 윤리가 무척 강조되고 있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 본질적인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쉽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다시 살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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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나의 두 번째 교과서
궤도.송영조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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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나에게 과학이란 가깝고 싶지만, 멀리 있는 그대로 둘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수업 활동을 통해 과학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영재학급 업무와 강사, 담임을 담당하며 수 년간 영재학급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했을 때 과학과 수학 중 과학을 선택했었다. 경인교육대학교 여상인 교수님의 원격 강의 60시간을 수강하면서 타벨의 마술교실을 응용한 과학마술 학습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여상인 교수님께서는 표면장력, 베르누이의 원리를 응용한 재미있는 수업 활동을 소개해주셨다.




영재학급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설계하기 위해 대학원 전공을 물리교육과로 정하는 것을 고민했는데 고민하는 동안 대부분의 영재학급이 폐지되었다.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의 실효성이 제기되었고 영재학급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결국 대학원은 가지 않게 되었지만 유명한 과학교양서를 읽고 다양한 과학 관련 연수를 찾아 들으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던 중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님은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진행자이고 과학 관련 컨텐츠를 생산하며 과학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궤도님의 과학 유튜브 컨텐츠와 출간하신 과학책을 찾아 읽은 적 있다. 복잡한 과학 원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궤도님은 EBS 제작팀에서 출간하는 시리즈물 '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에서 과학 분야를 맡아 '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을 출간하였다. '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과목에 관한 12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 모든 과학의 기초 : 물리

01 뉴턴의 운동법칙

02 열역학

03 전자기학

04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2. 세상을 이루는 숨은 퍼즐 : 화학

05 원자

06 화학결합

07 화학 반응


3. 이유 없는 생명은 없다 : 생명과학

08 진화

09 유전


4. 우주에서 찾아보는 우리들의 미래 : 지구과학

10 지구

11 기후 위기

12 우주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 궤도·송영조 , 페이지2북스 , 목차 단순화]





각 목차에는 중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한 부제가 있다. 08 진화의 원래 제목은 ' 진화, 원숭이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로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바로잡고 진화론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또 관련 이미지를 함께 첨부하고 있어서 글만 읽었을 때는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내용을 살펴보기 좋았다.




특히 시대별 원자 모형의 변천사가 흥미로웠다. 124쪽에 그림이 있는데 고대 그리스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원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전자가 어디 있는지 특정할 수 없기에 전자가 있을 법한 확률을 점으로 찍어 현대에는 구름 모형으로 원자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원자 모형 변천사를 설명하면서 " 과학은 단지 학교에서 억지로 공부해야 하는 한 과목이 아니라 인류의 뜻깊은 여정이자 세상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p.133) "고 덧붙인 내용은 감동을 주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과학지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 독서였다.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흔히 알려지기로 ' 바퀴벌레는 새우와 친척이다( 해설 p.209 ) ', ' 인류는 원숭이에서 진화했다( 해설 p.219 ) '는 내용은 잘못 알려진 오해라고 한다. 두 생물 간의 가까운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종, 속, 과, 목, 강, 문, 계, 역을 보여주는 피라미드 그림을 통해 해당 내용을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을 아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과학을 자세히 알기 위해 본격적인 설명을 듣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머리가 멍해지며 사고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접근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려운 설명이 아닌 '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을 통해 과학 과목 4가지 분야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재학급 프로그램을 설계하지는 않겠지만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과학의 날 행사로 간단한 과학 수업 활동을 계획할 일은 매년 있다. 과학 원리를 설명할 때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원리를 설명할 때 용어의 정의와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설명하는 것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비슷한 현상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 것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대해 자세히 더 알고 싶다.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영상을 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무엇이다라고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슈뢰딩거 고양이가 제기된 배경과 양자역학의 활용 분야를 알게 되었고 양자역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니 지속적으로 흥미를 잃지 않고 관련된 내용을 탐색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알게 된 내용에 관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유튜브 채널에 양자역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 영상이 많다고 한다. 시간이 될 때 참고해보아야겠다.




여전히 과학은 어렵고 자신이 없지만 비전공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와 같이 과학에 흥미는 있지만 어렵게 느껴져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 혹은 과학에 관한 오개념을 바로잡고 일반적인 상식을 쌓고 싶은 분들께 참고할 만한 도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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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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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곧 출간될 소설 ‘ 큐브 ‘에서 언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젤리곰은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의 불안은 없애주지만 성장과 탄생을 막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감수하고 지금의 상태에서 한 발짝 더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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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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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고3 수험생활을 하는 십대 청소년의 불안을 판타지로 풀어가는 보린의 장편소설 ‘ 큐브 ’가 출간될 예정이다. 창비 청소년문학 소설은 출간되기 전 홍보용 가제본을 인스타그램 등으로 배부하는 이벤트를 한다. 젤리곰과 부유하는 소년이 그려진 표지가 재미있어 보여서 신청하게 되었다.




 독감에 걸려 몽롱한 정신으로 책상 위에 엎드려있던 연우는 눈을 떴을 때 이상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교실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일정 범위 이상으로는 나갈 수 없고 주변의 친구들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다시 처음과도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 다 먹은 유부초밥 도시락과 어질러진 교실이 처음과 같은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연우는 누가 자신을 이 공간에 데려다 놓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모두와 격리된 상태로 줄곧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성친구 해곤을 떠올리다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만 큐브 안에 갇힌 연우는 해곤을만날 수 없다. 감정이 요동치고 견디기 힘들만큼 강한 복통을 느꼈을 때 연우는 큐브에서 풀려나게 된다. 해곤과 연우의 아버지는 1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연우가 무척 반갑고 기쁘지만 연우의 상태를 걱정하며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친다.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의 1년이 흘러가버린 상황에서 연우는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수능을 보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더는 고3이 아니게 된 상황에서 연우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고민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로를 설계했던 당시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 않아 막막함을 느꼈다. 아직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지금의 판단으로 앞으로의 미래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신 내용과 사회 수업 수행평가를 하면서 느꼈던 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영향력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지금의 직업인 초등교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교육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나이브한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간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결정이었다고 느낀다.




 연우도 담임 선생님이 조언해주신 H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학을 안가기로 한 해곤은 해변의 서퍼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해곤과 사귀고 싶지만 해곤은 연우가 대학에 진학하면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연우는 해곤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생업인 문어낚싯배 운영과 지역 공무원이 되는 삶을 생각한다.




 불안정해보이는 연우를 주변 사람들은 걱정한다. 해곤은 자신을 위해 남기로 한 연우가 탐탁지않다.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이유가 자신이라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큐브에 갇혀 있었던 1년 동안 불안장애 증상이 생긴 연우는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는 젤리곰 없이는 10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해곤의 마음을 얻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쾌적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젤리곰 없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다.





 나에게도 약간의 불안과 강박이 있다. 약물로 치료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평범함 보다는 조금 과한 상태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짐이 많다. 젤리곰을 떨어뜨릴 수 없는 연우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더울 땐 덥지 않도록 손풍기, 손수건, 얼굴의 유분기를 제거해주는 파우더 등을 챙기고 추운 날씨인 요즘에는 장갑, 목도리 등을 항상 준비하며 춥지 않도록 여러 겹의 옷을 단단히 껴입는다. 또 혹시나 아플 때를 대비해 약간의 상비약을 가지고 다닌다.




 불편하지 않도록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때문이라고 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해준 적 있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버텨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때때로 공황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아 잔뜩 겁이 난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들여다보며 감정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잦아들 때도 있지만 불안을 야기하는 환경 요인을 소거하기 전까지는 패닉에 빠진다.




 보린 작가의 곧 출간될 소설 ‘ 큐브 ‘에서 언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젤리곰은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의 불안은 없애주지만 성장과 탄생을 막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감수하고 지금의 상태에서 한 발짝 더 내디뎌야 했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시리즈로 곧 출간될 ‘ 큐브 ’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을 읽으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는 직관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고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버텨내고 나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를 힘들게하는 문제와 어려움을 극복한 미래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힘들지만 내 상태와 감정을 알아주면서 가기로 한 방향을 향해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히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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