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함영기 지음 / 한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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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교육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에 관한 글을 썼다. 상을 받았고 학교 대표로 토론 대회에도 나갔지만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에 잘 하지 못했다. 담당 선생님이 내가 제대로 못했다고 다른 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했다는 말에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던지. 그랬던 내가 교사가 되어보고 나니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교사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했다. 학교교육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직원과 동학년 선생님들의 논의가 필요했다. 지침을 제시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청 담당 장학사, 주무관과 공문 또는 메신저, 대면 연수와 전화 등을 통해 소통해야 했다. 교실 구성원인 학생들의 수준은 다양했고 교육적 배경이 되는 가정환경과 양육자의 교육관이 제각기 모두 다 달랐다. 그리고 닥친 코로나 19 사태, 원격 수업과 출결 등에 대한 기준이 시시각각 바뀌어가면서 공문 보다 네이버 기사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는 상황들을 보았을 때 무척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다.

이처럼 교육 현장에 산재한 어려움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교육과 관련된 세부적인 지침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입장과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뒤집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지만 바뀌기 전에 교육정책연구소에서 도교육청 장학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장학사는 '교사는 적폐세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친 표현을 쓰며 어차피 학교폭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해봤자 조사를 하기 위해서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논조로 말했다. 나는 담임교사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와 업무상 관련이 있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질문했지만 장학사는 고압적인 태도로 지금 이 자리에 내 말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고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불편한 마음이 남았다.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장학사, 주무관님도 많다. 그렇지만 내가 겪은 몇몇 사람들은 교사를 노력하지 않는 존재,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 대상으로 여길 뿐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 스캔하여 파일로 제출될 수 있는 자료를 굳이 인편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직도를 한글 표로 작성하였음에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도를 작성하여 계획을 수정하라는 것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대화에서 나온 내용을 학교에서 실천할 것, 교육청에 제안할 것, 또 국가적으로 해결할 교육의제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는 과정에서 정책과 문화가 섞이고 재구성되는 교육적 경험이 쌓일 것이다.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42p)."

내가 불편하게 느끼던 것,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접근법을 제시해준 책이었다. 지금의 교육은 바뀌어야 하고 현재의 교육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해하고 말하는 접근은 많지 않다. 저자가 던진 여러 가지 교육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내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나만의 답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본 리뷰는 인디스쿨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yahoo2805/223036865116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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