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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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더할나위없이 따뜻한 햇살. 기분좋은 바람과 귀를 간지럽히는 봄날의 상큼한 내음까지. 모든 게 완벽한 그 곳. 포근한 낮잠을 자는 내 모습이 꽤나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본 내 얼굴은 식은땀에 덮여 있고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뭔가를 몰아내는 듯 하다. - 나의 십대.
돌아보면 그 때만큼 아름다운 시절은 없었던 듯 하다. 삶의 고단함도 인생의 피곤함도 전혀 모른체 그저 공부만 하면 모든 게 만사 오케이였던 단순했던 그 시절이 섞혀버린 딸기마냥 아깝고 억울하다, 35세인 나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무언가를 막 알아가기 시작한 그 시절. 나의 사춘기가 시작되던 13-14살 무렵의 난 꽤나 심각했었다. 부모님의 싸움이나 친구들의 말, 나를 향한 짖꿎은 장난들에 교회 오빠의 알 수 없는 눈빛 하나하나까지 모든 게 나의 레이더망에 걸려 들었다. 그래서였겠지.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에도 죽음을 생각할 만큼 난 예민하고 날이 선, 그러나 겉으론 참 착하고 야무진 아이로 불리었다. 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불안과 공포의 파도는 누구도 쉬이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태연하게 그 상처를 이기는 것이 내가 나로 불리어지는 이유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줄리엣'처럼...
어른들은 '줄리엣'을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똑똑한 아이라 한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언니 역할을 잘 해내며 양보할 줄 알고 과학자를 꿈꾸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줄리엣은 요즘 말로 엄친딸이다. 남자아이의 짖꿎은 장난에 단 한번도 대항하지 못하는 청순한 성격까지. 누가 봐도 탐나는 아이다. 허나 줄리엣은 스트레스 경보가 울리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예쁘고 귀엽고 용감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동생 오프와 달리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혼자 희생하면 해결될꺼라 믿는 줄리엣은 속이 깊은 만큼 걱정도 상처도 크다. 그런 줄리엣의 모습이 가엾고 안쓰러워 눈물이 핑~~~.
그런 줄리엣에게도 구원병은 있는데 우연히 발견된 걱정나무 한 그루다. 오래 전 할머니의 걱정을 덜어주었던 그 나무가 줄리엣에게 돌아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줄리엣은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놓기 시작한다. 안으로 누르기만 했었던 걱정과 근심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줄리엣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예쁘고 귀엽고 용감한 아이'가 되어 간다.
시공간을 막론하고 누구나 그 시절엔 그 시절의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자기 고민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간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함께 걸어 간다면 그 고행의 시간은 좀더 즐겁고 든든해 질 것이다. 나도 그 시절을 겪었으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가시나무를 걸어 성숙의 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걸음걸음이 상처이고 아픔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상처를 어루만져 준 적이 언제인지. 우리 어른들, 쫌 반성해야 한다, 다들.
아이들과 대화하자. 그리고 걱정나무 한 그루씩 선물하자. 늘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든든한 보호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비싼 과외나 유명학원을 보내는 일이 성공하는 자녀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절대 아니다. 마음을 어루만지고 함께 아파하고 눈물흘리는 친구가 되는 부모밑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인간이 자라날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한테 기대렴. 그리고 되고 싶은 네가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