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문익점과 정천익 - 따뜻한 씨앗을 이 땅에 심다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5
고진숙 지음, 독고박지윤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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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오류중 하나는 "다 안다."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일이다. 언젠가 들어보았던 사건이나 인물, 또는 지역을 두고 마치 우리의 작은 배경지식이 진실인 양 거들먹거리며 깊이 파고드는 배움의 기쁨을 거부한다. 

 문익점 역시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목화씨를 붓뚜껑에 넣어 와서 우리 역사 최초로 목화를 전한 사람. 그래서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 지금 흔하디 흔한 목화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콧방귀를 뀌는 아이들이 왜 없으랴. 밥이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잖아요.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문익점은 그냥 위인일 뿐이다. 진정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문익점의 실루엣에 불과하다.  

 역사의 위기 시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건 정확히 알고 정확히,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다. 수박겉핥기가 아닌 주마간산이 아닌, 숲 속에서 나무 냄새를 맡고 숲길을 걷고 나무의 결을 만져보는 구체적인 체험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만질 수 없다면 체험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구체적으로 진실을 바로 알려주는 것이다. 위인들의 이름 하나 업적 하나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그 위인의 고뇌와 기쁨에 동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위기의 시대를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작지만 큰 시작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사건중심인 위인전은 조금 제쳐두고 철저히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사서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문익점과 정천익"에 소개된 문익점은 타고난 위인이 아니다. 때론 권력에 휘둘리기도 하고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인간적인 수치와 모멸의 시간을 견뎌내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35살의 내가 문익점에게 매료된 것도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공감한 몫이 크다. 다만 그가 가졌던 장점 중 하나는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아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행운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운을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도 자신이 몫인 거다. 

 참으로 영특하고 영악한 우리 아이들에게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자랑일색의 위인전은 정말 재수없다. 흔들리고 부끄러워하고 때론 죽음을 생각할 만큼 잔인한 시간을 견디는 인간다운 위인들에게 우리 아이들은 마음을 열 것이다. 그리고 그 동감에서 우리의 역사교육은 참으로 행복한 발걸음을 디딜 것이다. 

 '역사 = 도리질' 이 공식은 사라져야 한다. 나라가 바로 서는 일은 내 나라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서포트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서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때문에 앞으로도 "사람으로서의 위인"을 알려주는 제대로된 역사서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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