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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아르헤리치 - 건반 위를 질주하는 전설의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앤의서재 / 2026년 8월
평점 :
1941년 생. 올해로 85세. 196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그의 연주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렬하고 섬세하다. 피아노란 악기가 근본적으로는 건반을 두드리는 타악기라서 온몸을 동원하는 힘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대개 남성 피아니스트가 유리하다고 여겨지는데 마르타 아르헤리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최근 촬영된 아르헤리치의 연주 영상을 보면 여전히 파워풀한 타건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낸다. 여기에 어머니의 극성으로 십대 시절 유럽으로 이주한 뒤 훌륭한 스승을 만나 재능을 꽃피운다. 책은 아르헤리치가 일생 동안 어떤 예술가적 직관을 보여주었고 자유롭게 동료 예술인들과 교류했는지를 기록했다.
아르헤리치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일화는 너무도 많다. 그의 대표적인 레파토리인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을 룸메이트가 연습하는 것만을 듣고 암보했다는 사실은 다시 읽어도 놀라웠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암보에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가 만난 다양한 음악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굴다, 호로비츠, 클라라 하스킬, 다니엘 바렌보임, 자클린 뒤프레, 푸총, 듀오 크로멜링크, 에브게니 키신 등 아르헤리치가 교류해온 모든 이들이 그 자체로 클래식 역사다. 또 푸총의 아버지 푸레이가 다이 시지에의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의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인 올리비에 벨라미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개를 매우 적절하게 했다고 느꼈다.
아르헤리치가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눈 브라질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책을 읽다가 두 사람이 투 피아노로 같이 연주한 라벨의 ‘라 발스’ 영상을 봤는데 숨이 막히도록 좋았다.
세 딸들, 남편,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담겼다. 중년 이후 큰 집을 사서 동료, 후배 예술가들을 들여 돕는 인생도 멋있다고 생각되었다. 책의 말미에는 2025년 진행된 인터뷰와 디스코그라피가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내용이라 마르타 아르헤리치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올해 샤를 뒤투아와 함께 국내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관람 전에 읽기를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티켓팅에 실패해서 쓰라린 마음에도 많은 위안이 된 책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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