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도에의 권유 - 발레에 새겨진 인간과 예술의 흔적들
이단비 지음 / 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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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이보다 더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 있을까.

책을 받고 서문만 읽어 본다는 게 어쩌다 보니 마지막 장까지 읽고 말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취미로 발레를 했고 문화예술 프로그램 방송 작가, 공연 창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소소한 발레에 대한 지식부터 발레의 역사, 발전, 주요 작품, 주요 무용수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글이 한데 묶여있다.

대개의 예술 입문서들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에세이 류처럼 가벼운 내용인데 이 책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서술하면서도 재미있다. 문장이 친근하면서도 가독성이 좋아서 내용이 더 잘 이해되었다. 대중적인 글을 써온 작가의 이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발레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앟나 싶다.

발레리나들이 발등의 곡선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든가 발레 클래스가 발레단마다 다르다는 등 처음 알게 된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최근에 본 고전 발레들에 대한 내용과 유명한 안무가, 무용수, 작곡가들에 대한 일화가 아주 재미있었다.

책의 만듦새도 아름답다. 표지부터 내지의 일러스트가 멋졌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현대무용과 컨템퍼러리 댄스를 다룬 마지막 챕터도 흥미로웠다. 작년부터 <백조의 호수>나 <지젤> 같은 고전 발레를 봤으니 이젠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발레 입문서다. 발레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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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
서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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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여전히 삼국시대라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테러극.

장르소설들을 읽다 보면 재기발랄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도 그런 경우였다.

1500년 전 신라가 삼국 통일에 실패하고 여전히 한반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어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설정이다. 세 나라 간의 갈등이 심각하지만 민족도 같고 언어도 같기 때문에 공동의 번영을 모색한다. 그래서 평화협정을 맺고 비무장지대에 '삼국평화고등학교'를 설립한다.

입학을 꺼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각국은 사회 고위층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입학시킨다. 그런데 입학식 당일 학생 중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었고 이들은 멸망한 대가야의 후손들이다. 가야의 독립을 요구하며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상황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초반의 설정이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앞으로 벌어질 스토리와 각 나라간의 깊은 갈등과 구출법이 기대됐다. 하지만 강렬한 설정을 뒷받쳐 줄 디테일과 구성이 아쉬웠다.

굳이 주인공을 따지자면 백제 출신의 여문희다. 다른 입학생과 다르게 문희는 고위층 자녀가 아닌 소외계층에 학교 폭력의 상처를 지닌 아이다. 문희를 시작으로 같이 인질로 잡힌 아이들의 소개가 나오는데 캐릭터가 등장하고 관계나 에피소드가 쌓일만 하다 싶으면 바로 죽어버렸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이런 방식이라 안타까웠다. 인질들은 너무 쉽게 죽어갔고 또 새로운 인물은 쉽게 등장했다. 몰입감을 불러일으킬 사건의 전환점이나 동력이 약했다.

삼국시대가 이어졌다는 가상 공간이 더 치밀하게 짜여있고 캐릭터 간의 관계설정이 보다 견고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중반부의 성긴 부분 때문에 결말의 뒷심이 약했다.

촌스럽게 족보나 핏줄 따위 운운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엄밀히 말해 나도 가야국의 후손이다. 그런데 요새 김해 김씨 중 누가 본인을 가야와 연관 지을까. 소설이 이런 부분도 보충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실제 경상도 출신은 신라에, 충청도, 전라도 출신은 백제에 공감하는 지점이 읽으면서 생긴하면 정말 재미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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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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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의 인생을 통해 빈곤과 학대, 그리고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얘기하는 책이다. 


현대의 영국과 식민지 조선이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소녀의 인생은 닮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 미아는 마약 중독자 엄마 밑에서 어린 남동생을 돌보며 사는 열 세살 소녀다. 무책임한 보호자와 가난에 방치된 소녀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덤덤히 전개된다. 


 미아는 절망 속에서도 도서관의 책을 읽으며 위로는 받는 아이다. 우연히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의 책을 읽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 전혀 다른 시공간의 인물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했었다. 기대했던 SF적인 장치는 없었지만 이 소설의 방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무책임한 부모와 보호자의 학대, 빈곤과 소외를 일으킨 사회의 방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미아가 책에서 만나는 가네코 후미코는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다. 가네코 후미코가 이런 처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전작 에세이를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계기로 이 인물을 픽션으로 끌어왔는지 궁금해졌다. 아니면 반대로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조명하려고 현대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물을 창조해 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양손에 토카레프>는 미아가 쓴 랩 가사의 내용이다. 에미넴의 <8 마일>처럼 처절한 삶 속에서 주옥 같은 랩이 나오는 법. 미아의 랩도 꾸민 것이 아닌 진짜다. 요즘 아이들이 택할 법한 예술적 표출이라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데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덮고 나서도 두 소녀를 응원하게 된다. 훈훈하고 여운이 남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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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시! - 그 개의 전기, 버지니아 울프 기록
버지니아 울프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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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국 시인 커플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의 강아지, '플러시'에 대한 소설.

코카스패니얼 플러시는 실제 엘리자베스의 반려견으로 종종 자신의 시에 등장시키던 개다. 병약한 몸으로 집에서만 지내던 엘리자베스 배럿. 그녀의 시만 읽고 사랑하게 된 여섯살 연하의 무명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배럿에게 편지를 보낸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를 피해 비밀리에 결혼한 뒤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물론 플러시는 모든 순간 이들과 함께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시와 기록들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썼다. 자신보다 앞서 살다간 뛰어난 여성 문인에 대한 동질감 내지는 오마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강아지의 행동과 시선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들이 보여진다. 특히 두 연인을 관찰하는 부분들이 재미있다. 노란 장갑을 낀 남자가 자주 집에 찾아오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주인이 몰래 외출하고 오더니 왼손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플러시가 발견하는 내용 같은 것이다.

울프의 작품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비교적 잘 읽히는 소설이다. (고백하건데 <자기만의 방>과 <올란도>를 읽다 말고 책장에 쳐박아 둔지 오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빈민가로 납치된 플러시가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오는 것과 부부의 첫아이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다. '어딘가 깊은 혐오감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니. 실제 반려견들이 주인의 아이를 만날 때 이런 기분이 드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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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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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다.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어밀리아와 애덤은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에 부부는 인적이 드문 낡은 예배당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시종일관 음산한 기운이 계속되고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예배당 가까이에서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남편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이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중반까지는 비슷한 패턴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정보들이 나열되기만 해서 읽는 데 좀 더뎠다. 하지만 후반에서 반전들이 몰아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책의 마지막을 덮고 반전을 곱씹어 보았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초반부터 약간의 허술함이 있긴하다. 하지만 반전이 드러날 때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영리하고 상업적으로 잘 세팅된 반전이다.

이미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아내가 결혼기념일마다 남편에게 쓰는 편지가 반전의 충격파를 증폭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각색해서 영상화 할지 궁금하다.

저자인 앨리스 피니는 별명이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 트릭을 잘 사용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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