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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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당시 핫했던 다윈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소설이기도 한데, 저자인 웰스가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했던 것 같다.

'시간 여행자'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개발한 '타임머신'을 공개한다. 의심과 논란 속에서 그는 직접 시간 여행을 떠나서 지인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그 후, 미래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그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지인들에게 전달한다. 무려 '802701년'으로 떠난 시간 여행자. 놀랍게도 미래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류가 퇴화한 것을 알게된다.

언어 능력, 사고력 뿐만 아니라 신체적 구조까지 나아진 것이 없다. 시간 여행자는 그 이유를 파악하는데 나름의 과학적인 가설과 증거를 토대로 설명한다. 책 뒷부분의 해설을 보니 이런 시도가 이후 등장하는 소설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묘사한 부분은 영화 <혹성 탈출>을 연상시켰다. 미래 사회를 설명하지만 사실은 당대의 계급 사회를 풍자했다는 점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도 생각났다.

주인공을 따르는 순종적인 여성 '위나' 캐릭터는 어쩐지 상투적이었다. 시간 여행을 떠나 만나게 되는 이성 캐릭터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혹은 남성인 저자의 로망이거나.(실제 웰스의 여성 편력은 유명했다고 한다.)

초기의 SF 소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고 짧은 분량임에도 흥미로웠다. <타임머신> 밖에도 웰스의 단편이 세 편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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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에디션.
책의 본질을 잘 살린 제작 형태다. 적당한 판형과 두께,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든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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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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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번역을 찰떡같이 했다. 원제는 'Utter, earth'(번역하면 '완전한 지구' 정도일까)인데 번역된 제목이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비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생각일까?고작 수많은 동물 중 하나 종일 뿐인데 마치 지구를 정복한 것 마냥 인간 중심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이 책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들을 조명한다. 일곱 가지 챕터로 구분되어 쓰인 동물들의 습성이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나무늘보'가 기억에 남는데, 워낙 느린 습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볼일(배설)도 일주일에 한 번 한다고.

딱딱한 과학적 서술로 이루어진 글이 아닌 비유와 유머로 쓴 에세이다. 추천사를 쓴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글을 보니 번역에 대한 칭찬이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저자가 말맛과 감성을 최대한 살린 글을 번역하기 쉽지 않았겠다. 하지만 북미 문화나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원어민이 원문으로 읽을 때 만큼의 재미는 느끼기 힘든 것도 같다.

책의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 내지의 동물 삽화까지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챕터인 '간단한 생각'에는 책에 언급된 동물들을 정리해 놓았다. 작가의 시점으로 소개한 각 동물들의 특성만 읽어도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전기뱀장어(Electric eel): 껴안으면 안 된다.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본보기 같은 책이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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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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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삶 속의 이면과 의미를 찾아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라는 이름은 오래 전 일본 홍차 브랜드로 처음 알았다. 대표가 작가의 팬이라 브랜드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몇 년전 도쿄 키치죠지의 샵에도 가봤는데 디자인이 아기자기한 소녀 감성의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차페크를 몽상적이거나 목가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로 오해했다.

이 소설은 차페크의 '철학 3부작'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심오하다기 보다는 인생의 통찰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은 철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얼마 전 심장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노인 '포펠'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포펠은 친구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자서전을 건네 받는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친구의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자서전의 '나'는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인생을 덤덤히 기술했다.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 청년기의 방황과 고독, 철도 공무원이 된 후의 삶과 결혼 등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다 멈추게 되는 '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들이 평범함 뒤의 추악하고 상처 입은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이 지점부터 전율했다.

그렇지. 죽음을 앞두고 회고하는 삶이 단순히 평범하지만은 않았을테지. 앞서 써내려간 자서전의 내용에서 왜곡되거나 숨겨진 사실들이 밝혀지는 부분이 놀랍도록 흥미롭다. 한 인간의 기억과 내면에는 다양한 갈등이 부른 복잡한 고뇌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갈등으로 뒤섞인 자아와 삶을 후회와 회한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데에 있다. 죽음을 코앞에 마주한 이가 결국 내리게 되는 결론, '형제애와 다양성'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말미에 수록된 차페크의 연보와 인생을 읽었다. 천재적인 사람인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운명이더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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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미니멀한 느낌의 디자인이라 어색했다. 이번에 실물을 받고 읽어보니 오히려 매우 정성을 쏟은 디자인이다. 군더더기 없는 표지로 오히려 제목과 작가가 도드라진다. 뒷표지의 흑백 이미지로 작품마다 개성을 준 점이 좋다. 무엇보다 판형과 코팅되지 않은 종이질이 마음에 든다. 손싑게 휴대할 수 있고 부담없이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내용은 기존의 열린책들 세계문학과 동일하니 좋지 아니한가. 다음 책도 기대된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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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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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러내지 않고 즐기는 것 중 하나가 국제 커플에 대한 컨텐츠다.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가 만나 펼쳐지는 일상들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김이람 작가는 일본에서 취업하여10년째 되던 해, 채팅앱을 통해 남편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소하게 담은 글이다. 채팅앱을 통한 교제가 주는 선입견이 있기도 한데 의외로 운명과도 같은 스토리라 재미있었다. 저자가 올린 벚꽃 사진에 채팅 메시지를 보낸 남편이라니. 영화나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존재하나 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드나 연애 이야기도 있고 결혼 후에 겪는 시월드와의 갈등도 있다. (시월드가 불편한 것은 국적불문하고 어디나 같나 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본 사회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 후 소도시에서 살며 글을 쓰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요즘 특히 여행지로 일본 소도시가 인기라 작가님이 살고 있는 도시가 더 궁금해졌다.

브런치북에서 대상을 받은 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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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 모어 마마 네오픽션 ON시리즈 34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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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의 김준녕 작가님 신작. 호기심 가는 제목과 박서련 작가의 추천사가 눈에 띄어 읽었다. 워낙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님으로 기억하는데 모녀 이야기라니 궁금했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권총으로 엄마를 쏴 죽이는 딸로 시작해서 커다란 '왜'라는 의문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소설은 시간 순서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전후 상황을 잘 쫓아가야 한다. 엄마를 죽인 이후 주인공이 엄마 행세를 하는 축과 과거에 대한 축, 두 가지를 따라가며 읽게 된다.

결말에 가서야 모든 사실이 확인되는 구조다. 반전까지 가는 과정이 약간은 더디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빌드업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대립하는 구도나 에피소드가 좀 더 보여졌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딸이면서 엄마인 입장에서 이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스릴러였다가도 금세 휴먼 드라마가 되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하지만 소설 속 모녀는 워낙 극단적인 설정이라 그 자체의 비현실감이 주는 강렬함은 있었다.

SF적 설정으로 풀어낸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페이지를 덮으며 오싹해지는 감정도 남는다. 근미래에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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