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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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던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요새 동물원에 가면 시베리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호랑이가 있다. 하지만 호랑이는 수 많은 우리의 전래 동화에 등장해온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100년 전만해도 뒷산에 있었을 호랑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루호>의 이야기가 탄생된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질문은 '혹시 호랑이들이 우리 주위에 몰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루호는 원래 호랑이었는데,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을 배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로써의 본성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어서 갈등한다.

그러던 중 대대로 호랑이를 사냥하는 가족인 지아와 승재가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이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지만 동네에서 소떼가 맹수의 공격을 당한 사건이 벌어지자 혹시라도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 한다.

<루호>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더불어 살고 싶은 호랑이 소녀의 성장을 재미있게 잘 다룬 동화다. 루호와 함께하는 달수와 희설 역시 토끼와 까치에서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설정이 귀엽다.

5학년 둘째가 이어서 이 책을 재미있어하며 읽고 있다. 한창 아이들이 좋아할 판타지적인 설정이 가득하고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적인 장치도 잘 세팅되어 있어서 끝까지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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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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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무쓸모, 무가치의 시선을 기꺼이 부수고 스스로 잔류 인구가 된, 70대 노인의 행성 생존기


이 로그라인의 강렬한 이끌림에 의해 읽게 된 책. SF 장르에 워낙 일천한 나는 처음 알았지만, 저자 엘리자베스 문은 1945년생으로 그 동안 30여권의 작품을 펴낸 작가다.


이 책은 미래 어느 행성에서 살고 있는 70대 여성 오필리아가 주인공이다. 그는(번역이 그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좋았다) 사회 구성원, 그리고 가족 안에서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의지대로 행동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어느 날 전체 인구가 다른 행성으로 강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그녀는 몰래 혼자 남는다.


혼자가 된 오필리아가 누리는 자유의 묘사가 정말 재미있다. 아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사회가 요구했던 잡무에서도 해방되었다. 또 아무도 없는데 굳이 옷과 신발을 갖춰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오필리아는 신발을 모두 폐기해 버린다. 대신 취미였던 뜨개질과 비즈를 엮어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 오랜만에 밀가루를 반죽하여 빵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도 잘 묘사되어 있다.


아무 쓸모 없다고 여겨지던 그는 이렇게 능숙하고 즐겁게 홀로 살아간다. 남아 있는 식량과 전기, 통신 시스템을 잘 관리하고 농사와 가축 키우기에도 열심이다. 늙은 여자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못하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건은 벌어진다. 우연히 통신 수신기를 듣던 오필리아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신의 행성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대로 나의 자유는 없어지고 마는가싶었는데 정체 모를 괴생물들이 막 행성에 착륙한 사람들을 몰살시킨다. 수신기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듣게 된 오필리아는 혼자만 있는 줄 알았던 행성에 다른 괴생물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공포에 떨게 된다.


결국 오필리아가 괴생물들과 만나고부터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오필리아와 괴생물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에도 이 이야기가 비극적인 호러로 끝날 것만 같은 불안감에 긴장하게 만든다. 물론 작가는 우리의 지혜로운 오필리아가 맞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아름다운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오필리아는 빌롱의 어머니도, 할머니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역할에는 이미 작별을 고했다. 착한 아이,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에도, 그런 것들에 70여 년을 쏟아부었다. 몰두했다. 이제는 색칠하고 조각하고, 늙고 갈라진 목소리로 낯선 괴동물들과 더 낯선 그들의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오필리아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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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멋있다 소설의 첫 만남 1
공선옥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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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소년들의 연애를 다루었다. 하지만 처절하거나 지독하지는 않다. 궁핍 속에서도 애정과 신뢰, 예의가 있다.

일찍 철든 아이들의 대사들에서 리얼리티를 너무 배제시킨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런 착한 이야기를 읽으니 흐뭇하다.

일러스트가 마치 아다치 미츠루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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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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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 싫다면요?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했다.

구전 설화를 차용했다는것 까지는 몰랐지만
기발한 구성과 서사가 인상적인 작품.

영상 연출 대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묘사와 종잡을 수 없는 맥락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재미있던 것은 책의 말미에 있던 박지리문학상에 관한 소개글에서의 첨언이다.

"올봄에 박지리문학상의 취지를 더 살리고 싶다며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내온 독자가 있었다. 체코의 '데친'이라는 독일과의 국경 마을에 사는 이기영 씨인데, 박지리문학상 수상 작가에게 여행 경비에 해당하는 2백만 원과 데친 게스트하우스 일주일 숙박권 특전을 베풀기로 했다. 이기영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마도 박지리의 소설을 하나라도 읽었고
젊었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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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 예비 저자를 위한 헛수고 방지책
김태한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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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참 잘 뽑았다.

책을 쓰고 싶거나 출판하려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쉽게 읽히고 간단 명료한 내용이지만 모두 중요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조언하는 많은 부분이 영화 시나리오를 제작사에 투고할 때 또는 공모전에 제출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오탈자 남발, 모호한 기획의도와 타겟층 설정, 타 출판사 이름으로 메일 보내기 등 실수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출판 후 홍보를 위한 SNS 가이드라인 등의 내용도 유익하다. 출판은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면 제작비 규모도 작고 타겟도 확실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음의 내용을 보고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 수긍했다.

- 2017년 우리나라 성인의 40%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 40%에는 나의 지인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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