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힘 - 안정적인 호흡, 집중된 마음, 평화로운 쉼의 기술 요가의 힘
스와미 사라다난다 지음, 김재민 옮김 / 판미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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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명상을 예찬하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추천받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바닥에 앉아 눈을 감아 봤지만 잡생각만 더 늘었다.

이 책은 명상을 실천해 보고 싶지만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매우 적당한 안내서다. 흔히들 눈을 감고 일정 시간 동안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명상은 생활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습관이어야 하는 것이었다.

명상을 생활 안에 들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마음 가짐과 자세부터 알려주는데, 그 팁들이 매우 구체적이다. 책에 제시된 '명상을 돕기 위한 일상적 행동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40 페이지)

- 잡담을 줄여라.
- 정기적으로 '디지털 단식'을 하라.'
- 우울증을 피하라.
- 의심을 극복하라.

매우 구체적이지 않은가. 특히 '디지털 단식'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현대인들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지침이다.

명상 자세를 알려주는 부분도 매우 구체적이다. '책상다리' 자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음을 제시하고 도구를 활용하거나 의자에 앉는 자세도 알려준다. 사진자료가 있어 이해가 쉬웠다.

'무드라'라고 하는 손 모양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대개 엄지와 검지 혹은 중지를 연결시켜 원을 만드는 손 동작인데, 이는 '미세 에너지를 통제하고 봉인해서 몸의 특정한 긍정적 경로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또 효과적인 명상을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스트레칭과 요가 자세가 꽤 자세히 소개 되어 있다. 오래 전 요가원에 다녔을 때 배운 동작들이 기억 났다. 꼭 명상이 아니더라도 실내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요가 동작들이 소개되어 있다.

음식에 대한 내용도 있다. 신선하고 소화가 쉬운 채식을 권하는데 책에 소개된 대로 먹는다면 그대로 요새 유행하는 '저속 노화 식단'이 된다. 결국 건강에 관련된 것은 다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명상을 꾸준히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이를 혼자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있다. 수련 일지를 쓰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그룹을 만들어 하는 방법들이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면서 구체적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인 스와미 사라다난다는 40년 이상 요가와 명상을 지도하는 전문가다. 이 책에 앞서 같은 저자의 책 <호흡의 힘>과 <차크라의 힘>도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데 궁금하다.

챙겨보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최근 '명상 뉴스'라는 꼭지를 런칭했다. 들으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뉴스를 명상을 하며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송이다. 처음에는 웃겼는데 진짜 눈을 감고 차분하게 뉴스를 들으니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와 일상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명상의 힘으로 다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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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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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간된 시간만큼 유명한 작품이지만 난 이번 개정판을 처음 읽게 되었다.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

1977년도 인왕산 아랫마을에 살고 있는 일곱살 동구에게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구의 시선으로 가족과 이웃, 학교 생활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가 그려진다.

동구는 한없이 순수하고 성숙하며 모든 것을 감내하는 아이다. 고약한 할머니, 비겁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 상황을 견뎌내는 어머니를 다 이해하려 애쓴다. 분노해도 참는다. 너무 판타지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이런 아이가 존재할까? 그래서 동구에게 더 이입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는 진짜 최고의 빌런이다.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소설 후반부에 이런 할머니를 이해해 보려는 동구의 마음이 드러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캐릭터다.

박영은 선생님이 동구의 난독증을 치료해 주는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구가 이런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박선생님이 80년 광주에서 사라지고, 똘똘하던 동생 영주가 죽을 때는 독자로서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동구에게 가혹한 시련을 줘야만 했을까? 시대가 아무리 가혹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아팠다.

문장과 감성이 좋아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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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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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

그 동안 읽은 한국 소설에서 손꼽는 작품 중 하나가 박지리 작가의 <다윈 영과 악의 기원>이다. 안타깝게 요절한 이 작가를 기리는 문학상이 벌써 네번째다. 매회 발표 때마다 수상작들을 읽고 있는데 늘 예상 밖의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수상작 <점거당한 집>도 그랬다. 얕은 독자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새롭다는 면에서 색다른 독서 체험을 시켜준 작품이다.

총 세편의 단편이 묶여있다. 연작의 형태로 각각 다른 공간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첫번째 '길 위의 희망'은 광주의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이 배경이다. 두번째 '점거당한 집'은 용인의 백남준 아트센터를, 마지막 작품인 '금일의 경주'는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치 예술 퍼포먼스와도 같은 형식이 상당히 낯설다. 서사가 있긴 한데 익숙한 구조로 짜여져 있지 않다. 또 세 군데의 공간은 실재하는 장소라 읽으면서 그 장소를 체험한 기억을 소환시키기도 한다.(경주가 그랬다.) 한편 소설들의 시간적 배경은 2033년 이후의 근미래다. 공통적으로 월성원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는 실재하지 않은 사건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복잡 미묘한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장소가 가장 도드라진다. 하지만 소설은 오히려 그 안의 사람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말랑말랑해서 삼키기 쉬운 소설에 익숙하다면 어렵게 느껴질 작품이다. 하지만 소설의 새로운 시도를 접하고자 한다면 기대에 부응할 작품이다. 최수진 작가님의 이후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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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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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읽는데 꼬박 일주일 걸렸다. 그런데 아주 즐겁게 읽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지식을 추구해 왔고 그것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원제는 'Knowing What We Know',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기'다.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는 것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썰만 풀었다면 아마 지루한 책이었을 텐데. 이 책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예로 들어 지식의 기원에 대해 서술했다. 그래서 재미있다.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지질학자다. 그 유명한 <가디언>지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조사한 지식의 기원과 사례 뿐만 아니라 직접 겪은 사실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 문명 초기의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부터 전승, 그리고 현대의 기술 발달로 인해 변화하는 지식의 형태에 대해 알 수 있다. 마치 지식에 대한 백과사전을 읽는 것 같다.

인류와 문자 발명, 책의 제작, 인쇄술, 도서관, 도서 분류 체계, 종이의 발명, 백과사전의 흥망성쇠, 학교, 시험, 신문, 잡지, 출판, 미디어, 공영방송, 가짜뉴스, 프로파간다, 컴퓨터, 구글, 인터넷, AI 등. 이 모든 키워드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지만 4장 '조작의 연대기'에서 저자가 직접 겪은 '피의 일요일'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다.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북아일랜드 시위대를 공격하여 민간인 13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저자는 당시 '가디언'지 기자로 현장에 있었다. 그는 영국인이지만 진실을 목격했기에 그것을 그대로 기사로 쓴다. 이 문제는38년이 지나서야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저자는 증인으로서 당시 현장에 대해 증언을 한다. 그 결과 영국 총리는 사과문을 발표하게 된다.

이 때의 증언 이후 그는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저자가 기사를 썼던 당시, 저자의 할머니는 손자가 쓴 영국군 비판 기사 때문에 주변 이웃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었다고. 이런 일을 당한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 사실을 숨겼지만 아마 하늘에서 저자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지인은 연락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다.

왜곡된 지식은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노력으로 언젠가는 탄로가 나게 된다는 사실을말해주는 것도 같다. 요즘 우리 사회의 역사왜곡 사태도 생각나게 했다.

인쇄술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개발한 내용이 있다. 물론 작게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되었다는 내용도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개발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 것은 단지 그가 유럽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첫 출판물로 '구텐베르크 성경'을 제작했다. 돈을 벌 수 있는 책을 제작해서 비싸게 팔았던 그는 비지니스적으로도 트인 인물이었다. 고려 시대에도 금속활자로 아시아 전역에 팔리는 책을 찍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지식'이라는 분야의 역사에 대해 관심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어렵지 않은 문체에 저자의 혜안과 위트가 더해져 매우 충실한 교양 역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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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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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AI와 창작에 연관된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의 기사를 접하고 놀랐다. AI를 활용하여 쓴 작품이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았다니. (이후 우리 나라의 박참새 작가 역시 AI를 활용한 시로 김수영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읽었던 기사를 찾아보니 작가 구단 리에는 소설의 5% 정도를 챗GPT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 문단 내에서도 논란이 되었다고 해서 궁금했다.

소설은 비교적 얇지만 절대 얕지 않다. 작가가 밝힌 대로 AI를 활용한 문장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언어와 관계를 정의하는 AI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도쿄도 동정도', 원어로 발음하면 '도쿄토 도죠토'다. 표지에 나온 거대한 탑인데, 이는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다. 소설 속 근미래 사회에서는 범죄자들을 '호모 미세라빌리스' 즉, '가엾고, 동정받아 마땅한' 사람들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교도소는 안락하며 동정과 관용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 탑을 설계하는 건축가 마키나 사라는 '심퍼시 타워 도쿄'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만남을 갖던 연하남 다쿠토가 '도쿄 동정탑'이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서사가 도드라지는 소설은 아니다. 문체도 특이하고 형식도 독특하다. 중간 중간 AI에게 묻는 문장과 그에 대한 답도 나오고, '호모 미세라빌리스'에 대한 논문 형식의 글도 등장한다. 읽는 동안 종잡을 수 없었지만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

사람이 정의하는 개념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AI가 우리 삶에서 현재보다 더 보편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험적인 소설을 읽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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