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간된 시간만큼 유명한 작품이지만 난 이번 개정판을 처음 읽게 되었다.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1977년도 인왕산 아랫마을에 살고 있는 일곱살 동구에게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구의 시선으로 가족과 이웃, 학교 생활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가 그려진다.동구는 한없이 순수하고 성숙하며 모든 것을 감내하는 아이다. 고약한 할머니, 비겁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 상황을 견뎌내는 어머니를 다 이해하려 애쓴다. 분노해도 참는다. 너무 판타지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이런 아이가 존재할까? 그래서 동구에게 더 이입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할머니는 진짜 최고의 빌런이다.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소설 후반부에 이런 할머니를 이해해 보려는 동구의 마음이 드러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캐릭터다.박영은 선생님이 동구의 난독증을 치료해 주는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구가 이런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었다.하지만 이런 박선생님이 80년 광주에서 사라지고, 똘똘하던 동생 영주가 죽을 때는 독자로서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동구에게 가혹한 시련을 줘야만 했을까? 시대가 아무리 가혹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아팠다.문장과 감성이 좋아서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