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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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그 두 번째.

이번에는 무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어진다. 스톡홀름의 형사로 살고있는 마르틴 베크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그것도 휴가 첫날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복귀한 베크는 실종된 기자 맛손을 찾아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맛손이 묵은 호텔에서 그의 소지품을 확인하고 그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도무지 그의 소재를 밝힐 수 없는데. 묘령의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어리와 엮이기도 하며 결국 맛손이 마약 전달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맛손을 찾아낼 기미는 안보인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로재나>와 마찬가지로 추리의 재미나 캐릭터의 능력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아니다. 이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고구마같은 전개에 속이 터질수도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묘사와 상황이 보여질 뿐이다. 결국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수사기록처럼 표현되어 있다.

장르적 재미는 솔직히 부족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영상으로 다양하고 속도감있는 형사물이 넘쳐나는 속에서는 전개가 더디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경찰 수사물의 핵심적 장치를 탄생시킨 시리즈라고 하니 의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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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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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예술에 새롭게 접근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지 않고 시는 더더욱 읽지 않는 시대. 하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과 온라인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글자라는 도구와 그것이 담은 의미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박참새 시인의 영상을 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텍스트들이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는 그의 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몇 주간 이 시집을 머리맡에 놓고 가끔씩 읽어보았다. 23년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정신머리>는 솔직히 감성이 충만하거나 말맛이 감기는 시는 아니다.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의 시나 자신이 발견한 인물들을 조합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아웃풋을 뽑아냈다. 또 이 사실을 드러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시인이 시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특이하게 챗GPT를 참고해서 지은 시도 있다. '유머와 센스'라는 시인데 AI를 활용해 어떻게 시를 지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있다. 여로모로 신선한 시집이다.

#정신머리 #박참새시집 #박참새 #민음사 #김수영문학상 #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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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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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발표된 북유럽 범죄소설의 시조라는 작품.

솔직히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스웨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수십년 간 전세계에서 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이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로재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스웨덴의 관광지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배경은 1960년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어려운 시절이다. 스톡홀름의 마르틴 베크 형사는 현지 형사들과 공조하여 이를 추적하는데 '로재나'라는 미국 여성으로 밝혀진다.

소설은 누가, 왜, 어떻게 이 외국인 여성을 살해했는지 밝히는데 이 과정이 그저 순차적으로 보여질 뿐이다. 마르틴 베크라는 인물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이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저 동료들과 협력하여 성실하게 수사할 뿐. 셜록 홈즈 같은 천재적 두뇌나 걸출한 능력은 딱히 안보이는 매우 사실적인 캐릭터라 인상적이었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반전이나 트릭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적인 질감의 묘사와 톤, 그리고 간결한 문체가 가독성이 높다. 잘 알지 못하는 1960년대 스웨덴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연인인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10년간 열 작품을 쓰고 히트시켰는지 궁금했는데 책 뒷부분에 그에 대한 내용이 잘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일단 엄청난 자료조사를 거친 뒤 에피소드와 디테일을 모두 결정하고 집필에 들어갔다고. 이 과정만 일 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정작 집필은 한 달에서 석 달이 걸렸다고 한다. 대단한 팀웍이다.

시리즈 중 <웃는 경찰>이 가장 압권이라고 평가받는다는데 앞으로 계속 달려 보겠다. <로재나>로 시작된 마르틴 베크의 캐릭터가 이후 시리즈를 통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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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키의 액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4
로버트 맥키.바심 엘-와킬 지음, 방진이 옮김 / 민음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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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상업영화 작법의 충실한 가이드.

얼마 전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을 습작 중인 지망생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글이 올라왔다. 만약 단 한 권의 작법서만 남겨야 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 역시 오랫동안 영화 마케팅, 기획과 관련된 일을 하고 또 최근 들어 드라마 대본을 습작 중인 지망생으로서 이에 동의한다.

로버트 맥키의 작법 시리즈는 솔직히 초심자가 읽기에 진입 장벽이 있다. 특히 가장 유명한 전체 시리즈의 첫번째인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는 두께와 글밥에 압도당한다. 등장하는 래퍼런스도 오래된 헐리우드 클래식 영화들이라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진입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로버트 맥키를 집필의 구원자로 여길 것이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의 규칙을 이렇게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알려주는 글을 읽는 데 전율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번 <로버트 맥키의 액션>은 액션 영화에 특화된 작법을 추려 놓았다. 2022년에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참고 영화들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최근작들이 많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록들이 수록되어 있고 편집도 가독성이 좋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액션 영화'는 단순히 액션 씬이 위주가 되는 영화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책의 머리말에 나와 있듯이 '액션 장르는 인류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끝없이 치러 내야 하는 모든 투쟁에 관한 은유'로 정의한다.

그래서 목표와 능력, 그리고 결핍을 가진 주인공(영웅)이 목표의 방해자(악당)로부터 피해자를 구해야 하는 이야기. 이 구조를 가진 스토리를 '액션 장르'로 보았다.

책에 다양한 래퍼런스가 등장하지만 <해리포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등도 액션 장르로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또 영웅과 악당을 어떤 특징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건을 설계해야 효과적인지 매우 자세하게 풀어 놓았다. (여기서 명작 <다이하드>를 사진 자료와 함께 분석했다.)

마지막 챕터인 '액션의 부속장르'에서는 4개의 액션 부속장르(재앙, 괴물, 종말, 미궁)와 여기서 파생된 하위 장르에 대해 설명했다. 웬만한 액션 장르의 스토리 구조를 모두 다루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작법과정에서 많이 참고될 것 같다. 보고 난 뒤에 어딘가 아쉽고 뒷맛이 찝찝한 액션장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액션 장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를 넘어 수만 년 전 구전 운율 서사까지 거슬러 간다고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와있다.) 그 만큼 잘 팔리는 스토리라는 의미다. 액션 장르에 특화된 작법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액션 장르 아이템으로 습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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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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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으로서 느끼고 사유한 삶과 죽음, 그리고 세상에 대해 깊이있게 쓴 글.

프롤로그만 읽고도 놀랐다. 우선은 너무나 잘 쓴 글이라서. 저자 원도 작가님은 지금까지 에세이를 여러 권 냈다는데 나는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게다가 저자의 본업이 전업 작가가 아닌 경찰관이라니 더 놀라웠다. 이 책은 단순히 경찰의 시선으로 쓴 글이 아니다. 그가 겪은 시간과 경험을 모두 녹여낸 글이다. 그래서 아주 특별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과학수사대에서 근무하며 마주한여러 죽음들에 대해 썼다. 투신자살, 고독사, 사후 부패된 변사자들 등 인터넷 기사에서 수없이 단신으로 등장하는 사건들. 이 책을 읽고서야 실제로 그 죽음을 목격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경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경찰이라는 직업의 업무와 책임 때문에 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 평균 34.8명이 자살하는 우리 나라에서 현장감식을 하는 경찰의 삶이란 고됨을 넘어 선 다른 차원의 고통이라는 것을 느꼈다.

책에 언급된 변사자들의 아픈 사연과 처참함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매 순간 삶과 죽음이 서로 엉킨 채 밀려 왔다 쓸려가는데 많은사람들은 이를 애써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또 이는 저자와 같은 경찰이라는 직업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과학수사관으로 겪은 변사자들 뿐만 아니라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내용도 있다. 경찰차를 주차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 여성 경찰이 겪는 어려움이나 낮은 처우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경찰관이 아니었더라면 겪지 않았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이렇게 좋은 글로 나누어 주어서 감사하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빨려들며 읽었다. 한 단어의 의미를 여러 뜻으로 해석하여 구성한 챕터도 좋았다.











- 경험상 달동네에서 접수된 변사 신고는 부패 변사일 가능성이 높다. (중략) 결국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부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 페이지)


- 물을 잔뜩 머금은 노인 변사자를 한강에서 인양한 뒤 검시하기 위해 안치실에서 짐을 풀어헤치다가 옷속 주머니란 주머니에 커다란 돌들이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토록 행동하게 만든 삶의 가혹함이여. (42 페이지)


-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가장 의문스러웠던 점은 마스크를 쓴 채 투신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막연히 상상해보면, 마지막 비상을 앞둔 상태에서는 모든 걸 벗어던지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더라. (80 페이지)

- 당직 근무 때마다 누군가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긍정적인 기운을 줄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영향을끼친다는 걸 안다. 알면서도 바꿀 수 없는 환경이 때론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대한민국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내가 ‘누군가‘가 되었을 뿐. (85 페이지)

- 경찰관은 주류 사회에서 섞일 수 없는 기름띠 같은 존재인가.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경찰을 지탄하는 보도가 쏟아진다. 경찰관을 신뢰하지도 않고 신뢰할 수도 없는 사회. (중략) 대한민국에서 경찰관에게 허용된 자리는 몇 평일까. 주차장 한 칸도 허용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나는 참 많이 외롭다. 무지 외롭다.(120 페이지)

-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외면하고 쓸쓸한 죽음을 간과하는 것뿐이다. 그 덕에 여태껏 산다. 비참하고도 불쾌하게, 여전히 산다.(13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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