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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키의 액션 ㅣ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4
로버트 맥키.바심 엘-와킬 지음, 방진이 옮김 / 민음인 / 2024년 1월
평점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상업영화 작법의 충실한 가이드.
얼마 전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을 습작 중인 지망생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글이 올라왔다. 만약 단 한 권의 작법서만 남겨야 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 역시 오랫동안 영화 마케팅, 기획과 관련된 일을 하고 또 최근 들어 드라마 대본을 습작 중인 지망생으로서 이에 동의한다.
로버트 맥키의 작법 시리즈는 솔직히 초심자가 읽기에 진입 장벽이 있다. 특히 가장 유명한 전체 시리즈의 첫번째인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는 두께와 글밥에 압도당한다. 등장하는 래퍼런스도 오래된 헐리우드 클래식 영화들이라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진입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로버트 맥키를 집필의 구원자로 여길 것이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의 규칙을 이렇게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알려주는 글을 읽는 데 전율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번 <로버트 맥키의 액션>은 액션 영화에 특화된 작법을 추려 놓았다. 2022년에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참고 영화들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최근작들이 많다. 또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록들이 수록되어 있고 편집도 가독성이 좋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액션 영화'는 단순히 액션 씬이 위주가 되는 영화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책의 머리말에 나와 있듯이 '액션 장르는 인류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끝없이 치러 내야 하는 모든 투쟁에 관한 은유'로 정의한다.
그래서 목표와 능력, 그리고 결핍을 가진 주인공(영웅)이 목표의 방해자(악당)로부터 피해자를 구해야 하는 이야기. 이 구조를 가진 스토리를 '액션 장르'로 보았다.
책에 다양한 래퍼런스가 등장하지만 <해리포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등도 액션 장르로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또 영웅과 악당을 어떤 특징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건을 설계해야 효과적인지 매우 자세하게 풀어 놓았다. (여기서 명작 <다이하드>를 사진 자료와 함께 분석했다.)
마지막 챕터인 '액션의 부속장르'에서는 4개의 액션 부속장르(재앙, 괴물, 종말, 미궁)와 여기서 파생된 하위 장르에 대해 설명했다. 웬만한 액션 장르의 스토리 구조를 모두 다루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작법과정에서 많이 참고될 것 같다. 보고 난 뒤에 어딘가 아쉽고 뒷맛이 찝찝한 액션장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액션 장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를 넘어 수만 년 전 구전 운율 서사까지 거슬러 간다고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와있다.) 그 만큼 잘 팔리는 스토리라는 의미다. 액션 장르에 특화된 작법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액션 장르 아이템으로 습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