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로널드 B.토비아스 지음, 김석만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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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국내 번역본이 1997년도에 초판 발행되었는데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은 까닭이 있다.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최근 드라마 대본을 습작하면서 읽으니 한 줄 한 줄이 주옥과도 같다.

1부 '좋은 플롯이란 무엇인가'는 핵심적인 개론을 추려 놓았다. 2부는 스무 가지 플롯을 차례대로 설명하는데 이 역시 버릴 내용이 없다. 소설, 극본, 시나리오 등 플롯이 있는 모든 장르에 다 적용 가능하다.

밑줄 그을 내용이 너무 많다.

플롯의 본질을 탐구하기 전에 먼저 강조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우선 플롯이란 이야기를 공식에 따라 짜 맞추는 액세서리 같은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롯은 코드만 꽂으면 작동하는 전자제품이 아니다. 플롯은 유기적인 작업 과정이다.
- P23

플롯은 모든 페이지, 문장, 단어에 고여 있는 힘이다. (중략) 플롯은 이미지, 사건, 등장인물을 서로 연결시킨다. 플롯은 과정이지 사물이 아니다.
- P26

자신감을 갖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라. 플롯은 공공의 자원이다. 마음대로 사용하고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좋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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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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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 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대담집.

스무 살 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혼자 돌보게 된 조기현 작가. 그의 첫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내가 돌봐야하는 상황과 먼 훗날 내가 돌봄을 받게될 때를 떠올렸다. 어느 쪽도 편치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후속 독서를 간간히 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읽게 되었다.


'영 케어러'로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조기현 작가와 방문진료 병원을 운영하는 홍종원 의사의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돌봄'에 대해 총 다섯 챕터로 나누어 대담을 진행했다. '왜, 언제, 누구, 어디서, 어떻게'로 구분지어 나눈 대담은 실제 보호자와 전문 의료인의 입장에서 이루어져 많은 정보와 현실, 대안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돌봄에 대한 대담자들의 통찰과 관심이 대단하다. 현재 제도의 문제점과 사람들의 인식을 꼼꼼히 짚고 있어서 공부가 되었다. 대담의 진행을 맡은 편집자까지 돌봄 문제를 긍정적으로 끌어 안는 시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는 홍종원 님이 방문진료를 하며 만나 온 많은 요양보호사들의 얘기가 특히 먹먹하게 다가왔다. 에필로그는 조기현 작가님이 썼는데 최근 아버지를 시설이 아닌 집에서 케어하고 있다고. 독자로서 응원하고 싶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많아서 보건복지부나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많이 읽어봤으면. 돌봄 문제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응급실의 모습을 분초를 다투는 생존의 현장으로 재현한다. 그 서사의 주인공은 대개 의사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처럼 돌보는 이들이다.
- P12

방문진료를 하며 삶의 마지막에 있는 분들, 이런 취약하신 분들을 만날 때는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존중을 표할까예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저는 그게 돌보는 관계 맺기의 첫 번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 P97

돌봄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고립인 것 같아요. (중략) 우선 돌봄자에게는 자기 경험을 구체화해서 말하는 훈련이 돌봄의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P113

내가 한 번도 돌봄을 할 거라고 가정해본 적도 없고, 내가 좋은 돌봄을 받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허상에 기대서 계속 살게 만드는 담론 경향이 계속 돌봄의 위기를 만들어낸 거죠.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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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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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영미 문학 중 특히 시는 셰익스피어가 아니고서는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 영상 컨텐츠 중 가장 많이 보는 영미권 작품 속에는 시인과 시가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이 한 구석에 늘 있었는데 에밀리 디킨슨도 그 중 하나다.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인 디킨슨은 죽은 뒤 생전에 쓴 시 1천 8백여 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55년이 돼서야 편집되지 않은 온전한 시집이 발표되었다. 그의 삶은 최근까지도 영상화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디킨슨도 브론테 자매같이 은둔하는 삶을 살았던걸까 궁금했는데 작품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둡거나 심오한 시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시간, 자연, 사랑 등 섬세한 감정을 절제된 단어로 포착한 시다. 역자 후기에서도 '디킨슨은 고통과 상실의 시인이 아니라 기쁨과 향유의 시인이었고, 그녀의 선택은 초월이나 천국이 아니라 늘 지상이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을유문화사의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은 이미 세계 문학전집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여성문학 테마의 리커버 에디션이라 표지가 눈에 띈다. 이는 홍지희 작가의 미술 작품인데 관련 전시회도 열렸다고. 출판사의 마케팅 기획이 돋보인다. 독자로서는 책 읽을 맛이 더 난다. 제본 형태도 실제본으로 되어있어서 넘기기에 정말 편했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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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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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정한 안내서.

'카라카스'는 베네수엘라의 수도인데 어쩐지 낯설었다. 수도 이름 뿐인가 큰 남미 대륙에서 베네수엘라의 위치도 어디인지 솔직히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카라카스에서 몇 년간 보낸 삶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에게 낯선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면서 경제적으로 무너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생활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베네수엘라의 모습을 기록했다. 노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미 다수의 저서를 낸 분답게 글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내용 중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럼 기업인 '산타 테레사'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 카라카스 시민이라면 반드시 아빌라 산이 담긴 그림을 거실에 걸어둔다는 것도. 물자가 부족하고 전기가 끊기는 것이 부지기수인 그곳에서 불편함도 느꼈지만 인간애도 경험했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2부 보다 진실한'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미술, 음악, 음식, 교육 등에 대한 것을 다룬다. 그 중 공공예술품 설치가 매우 활발해서 키네틱아트가 발달했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대표적인 베네수엘라의 키네틱아트 작가인 '헤수스 소토'가 1988년도에 내한하여 잠실 올림픽공원에 제작한 <가상의 구>도 그의 작품이라고. 올림픽공원을 방문했다면 누구나 봤을 그 태극 무늬 설치물이 베네수엘라 작가의 작품이었다니.

책과 동봉된 작가의 편지와 베네수엘라 뱃지. 카라카스를 떠난 후에 노르웨이 오슬로를 거쳐 지금은 오만의 무스카트에 거주 중이라는 작가님이 부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편지 내용 중에 '모국어 환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게 된 운명을 지닌 사람'이라는 구절을 보고 마냥 좋지만은 않겠구나 싶었다.

읽는 동안 카리브해를 끼고 있다는 베네수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느 에세이와 달리 깊이 있으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주는 글이라 좋았다. 다만 작가가 애써 개인적인 정보는 배제한 것 같아서 궁금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일로 외국 생활을 하는지 베네수엘라에서 겪은 개인적인 일상들에 대한 스토리도 더 있었더라면.

글 사이사이에 수록된 사진 자료들도 많아서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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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래식 - 우리는 고전음악에서 무엇을 듣는가
이영록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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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클래식 음악은 파면 팔수록 더 깊은 세계와 연결된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 입문서들이 작곡가나 역사, 곡의 형식 등의 설명인데 비해 <클래식의 클래식>은 본질적인 것들을 다룬다. 그래서 초심자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더 진지하게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첫 챕터부터 강렬하다. '소리와 음악, 시간'. 음악을 이루는 당연한 요소들의 본질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음악은 '(사람이, 즉 작곡가가) 특정 목적으로 선택한 소리를 시간에 따라 의도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이 심플한 정의가 설명되니 역설적으로 아주 강력했다.

이어서 '소리 sound와 음tone'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으로 구분되어 음과 음색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악기의 구조에 대해서도 도표로 나타나 있고 음이 생성되는 원리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한 번은 공부해 보고 싶은 '화성'에 대한 챕터도 있었다. 이 부분은 아껴두었다가 필기해 가면서 읽으려 한다.

템포와 구조, 표현에 대한 챕터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는 구조의 다양한 형식을 다룬다. 클래식 음악에서 자주 접하는 대위법, 론도, 소나타, 변주곡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책을 지은 이영록 님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공학자인데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클래식 동호회와 저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선 열정과 성실함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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