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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평점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돌봄 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대담집.
스무 살 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혼자 돌보게 된 조기현 작가. 그의 첫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내가 돌봐야하는 상황과 먼 훗날 내가 돌봄을 받게될 때를 떠올렸다. 어느 쪽도 편치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후속 독서를 간간히 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읽게 되었다.
'영 케어러'로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조기현 작가와 방문진료 병원을 운영하는 홍종원 의사의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돌봄'에 대해 총 다섯 챕터로 나누어 대담을 진행했다. '왜, 언제, 누구, 어디서, 어떻게'로 구분지어 나눈 대담은 실제 보호자와 전문 의료인의 입장에서 이루어져 많은 정보와 현실, 대안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돌봄에 대한 대담자들의 통찰과 관심이 대단하다. 현재 제도의 문제점과 사람들의 인식을 꼼꼼히 짚고 있어서 공부가 되었다. 대담의 진행을 맡은 편집자까지 돌봄 문제를 긍정적으로 끌어 안는 시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는 홍종원 님이 방문진료를 하며 만나 온 많은 요양보호사들의 얘기가 특히 먹먹하게 다가왔다. 에필로그는 조기현 작가님이 썼는데 최근 아버지를 시설이 아닌 집에서 케어하고 있다고. 독자로서 응원하고 싶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많아서 보건복지부나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많이 읽어봤으면. 돌봄 문제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응급실의 모습을 분초를 다투는 생존의 현장으로 재현한다. 그 서사의 주인공은 대개 의사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처럼 돌보는 이들이다. - P12
방문진료를 하며 삶의 마지막에 있는 분들, 이런 취약하신 분들을 만날 때는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존중을 표할까예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저는 그게 돌보는 관계 맺기의 첫 번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 P97
돌봄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고립인 것 같아요. (중략) 우선 돌봄자에게는 자기 경험을 구체화해서 말하는 훈련이 돌봄의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P113
내가 한 번도 돌봄을 할 거라고 가정해본 적도 없고, 내가 좋은 돌봄을 받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허상에 기대서 계속 살게 만드는 담론 경향이 계속 돌봄의 위기를 만들어낸 거죠.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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