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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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영미 문학 중 특히 시는 셰익스피어가 아니고서는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 영상 컨텐츠 중 가장 많이 보는 영미권 작품 속에는 시인과 시가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이 한 구석에 늘 있었는데 에밀리 디킨슨도 그 중 하나다.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인 디킨슨은 죽은 뒤 생전에 쓴 시 1천 8백여 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55년이 돼서야 편집되지 않은 온전한 시집이 발표되었다. 그의 삶은 최근까지도 영상화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디킨슨도 브론테 자매같이 은둔하는 삶을 살았던걸까 궁금했는데 작품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둡거나 심오한 시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시간, 자연, 사랑 등 섬세한 감정을 절제된 단어로 포착한 시다. 역자 후기에서도 '디킨슨은 고통과 상실의 시인이 아니라 기쁨과 향유의 시인이었고, 그녀의 선택은 초월이나 천국이 아니라 늘 지상이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을유문화사의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은 이미 세계 문학전집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여성문학 테마의 리커버 에디션이라 표지가 눈에 띈다. 이는 홍지희 작가의 미술 작품인데 관련 전시회도 열렸다고. 출판사의 마케팅 기획이 돋보인다. 독자로서는 책 읽을 맛이 더 난다. 제본 형태도 실제본으로 되어있어서 넘기기에 정말 편했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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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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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정한 안내서.

'카라카스'는 베네수엘라의 수도인데 어쩐지 낯설었다. 수도 이름 뿐인가 큰 남미 대륙에서 베네수엘라의 위치도 어디인지 솔직히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카라카스에서 몇 년간 보낸 삶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에게 낯선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면서 경제적으로 무너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생활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베네수엘라의 모습을 기록했다. 노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미 다수의 저서를 낸 분답게 글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내용 중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럼 기업인 '산타 테레사'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 카라카스 시민이라면 반드시 아빌라 산이 담긴 그림을 거실에 걸어둔다는 것도. 물자가 부족하고 전기가 끊기는 것이 부지기수인 그곳에서 불편함도 느꼈지만 인간애도 경험했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2부 보다 진실한'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미술, 음악, 음식, 교육 등에 대한 것을 다룬다. 그 중 공공예술품 설치가 매우 활발해서 키네틱아트가 발달했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대표적인 베네수엘라의 키네틱아트 작가인 '헤수스 소토'가 1988년도에 내한하여 잠실 올림픽공원에 제작한 <가상의 구>도 그의 작품이라고. 올림픽공원을 방문했다면 누구나 봤을 그 태극 무늬 설치물이 베네수엘라 작가의 작품이었다니.

책과 동봉된 작가의 편지와 베네수엘라 뱃지. 카라카스를 떠난 후에 노르웨이 오슬로를 거쳐 지금은 오만의 무스카트에 거주 중이라는 작가님이 부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편지 내용 중에 '모국어 환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게 된 운명을 지닌 사람'이라는 구절을 보고 마냥 좋지만은 않겠구나 싶었다.

읽는 동안 카리브해를 끼고 있다는 베네수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느 에세이와 달리 깊이 있으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주는 글이라 좋았다. 다만 작가가 애써 개인적인 정보는 배제한 것 같아서 궁금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일로 외국 생활을 하는지 베네수엘라에서 겪은 개인적인 일상들에 대한 스토리도 더 있었더라면.

글 사이사이에 수록된 사진 자료들도 많아서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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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클래식 - 우리는 고전음악에서 무엇을 듣는가
이영록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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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클래식 음악은 파면 팔수록 더 깊은 세계와 연결된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 입문서들이 작곡가나 역사, 곡의 형식 등의 설명인데 비해 <클래식의 클래식>은 본질적인 것들을 다룬다. 그래서 초심자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더 진지하게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첫 챕터부터 강렬하다. '소리와 음악, 시간'. 음악을 이루는 당연한 요소들의 본질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음악은 '(사람이, 즉 작곡가가) 특정 목적으로 선택한 소리를 시간에 따라 의도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이 심플한 정의가 설명되니 역설적으로 아주 강력했다.

이어서 '소리 sound와 음tone'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으로 구분되어 음과 음색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악기의 구조에 대해서도 도표로 나타나 있고 음이 생성되는 원리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한 번은 공부해 보고 싶은 '화성'에 대한 챕터도 있었다. 이 부분은 아껴두었다가 필기해 가면서 읽으려 한다.

템포와 구조, 표현에 대한 챕터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는 구조의 다양한 형식을 다룬다. 클래식 음악에서 자주 접하는 대위법, 론도, 소나타, 변주곡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울러 이 책을 지은 이영록 님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공학자인데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클래식 동호회와 저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선 열정과 성실함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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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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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그 두 번째.

이번에는 무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어진다. 스톡홀름의 형사로 살고있는 마르틴 베크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그것도 휴가 첫날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복귀한 베크는 실종된 기자 맛손을 찾아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맛손이 묵은 호텔에서 그의 소지품을 확인하고 그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도무지 그의 소재를 밝힐 수 없는데. 묘령의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 어리와 엮이기도 하며 결국 맛손이 마약 전달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맛손을 찾아낼 기미는 안보인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로재나>와 마찬가지로 추리의 재미나 캐릭터의 능력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아니다. 이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고구마같은 전개에 속이 터질수도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묘사와 상황이 보여질 뿐이다. 결국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수사기록처럼 표현되어 있다.

장르적 재미는 솔직히 부족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영상으로 다양하고 속도감있는 형사물이 넘쳐나는 속에서는 전개가 더디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경찰 수사물의 핵심적 장치를 탄생시킨 시리즈라고 하니 의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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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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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예술에 새롭게 접근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지 않고 시는 더더욱 읽지 않는 시대. 하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과 온라인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글자라는 도구와 그것이 담은 의미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박참새 시인의 영상을 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텍스트들이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는 그의 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몇 주간 이 시집을 머리맡에 놓고 가끔씩 읽어보았다. 23년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정신머리>는 솔직히 감성이 충만하거나 말맛이 감기는 시는 아니다.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의 시나 자신이 발견한 인물들을 조합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아웃풋을 뽑아냈다. 또 이 사실을 드러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시인이 시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특이하게 챗GPT를 참고해서 지은 시도 있다. '유머와 센스'라는 시인데 AI를 활용해 어떻게 시를 지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있다. 여로모로 신선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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