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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평점 :
두 소녀의 인생을 통해 빈곤과 학대, 그리고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얘기하는 책이다.
현대의 영국과 식민지 조선이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소녀의 인생은 닮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 미아는 마약 중독자 엄마 밑에서 어린 남동생을 돌보며 사는 열 세살 소녀다. 무책임한 보호자와 가난에 방치된 소녀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덤덤히 전개된다.
미아는 절망 속에서도 도서관의 책을 읽으며 위로는 받는 아이다. 우연히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의 책을 읽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 전혀 다른 시공간의 인물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했었다. 기대했던 SF적인 장치는 없었지만 이 소설의 방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무책임한 부모와 보호자의 학대, 빈곤과 소외를 일으킨 사회의 방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미아가 책에서 만나는 가네코 후미코는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다. 가네코 후미코가 이런 처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전작 에세이를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계기로 이 인물을 픽션으로 끌어왔는지 궁금해졌다. 아니면 반대로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조명하려고 현대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물을 창조해 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양손에 토카레프>는 미아가 쓴 랩 가사의 내용이다. 에미넴의 <8 마일>처럼 처절한 삶 속에서 주옥 같은 랩이 나오는 법. 미아의 랩도 꾸민 것이 아닌 진짜다. 요즘 아이들이 택할 법한 예술적 표출이라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데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덮고 나서도 두 소녀를 응원하게 된다.
훈훈하고 여운이 남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