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전주곡 C#단조 op.45

쇼팽 전주곡 op.28

쇼팽 2개의 녹턴 op.27

쇼팽 스케르초 1번 B단조 op.25

쇼팽 연습곡 op.25 中 8곡

 

앵콜) 쇼팽 연습곡 op.10 no.12 '혁명'

       쇼팽 발라드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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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콜로프,아바도,무티에 이은 네번째 발구르기+전석 스탠딩 오베이션(쉬프와 볼로도스도 기립박수가 있었으나 전석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 잘츠부르크에서 인기좋은 노인이었다. 그리고 그럴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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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폴론의 사도애써 조탁하지 않아도 마냥 빛이 나는 음색. 고도로 응축된 단단함 같은 게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폴리니의 피아노가 아닐까 싶었다. 유별난 명료함과 조금의 과장도, 부풀림도 없는 매끈한 흐름. 그러나 건반 찍는 기계에 가까웠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기교적으로 노쇠한 게 분명했다. 예전의 무결점 기교마인이 아니었다. 엇나간 음표들이 꽤 있었고 종종은 페달링이 눈에 띄게 남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인 고집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표현을 흐릴지언정 템포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다. 스트레이트한 흐름에 악상을 구조적으로 배치하되, 프레이징은 유창하게 처리하고, 호흡은 간결하게 가져갔다. 흡사 아폴론적인 정연함, 건강함. 호수에 비친 빛이 반사되어 산란될 때의 찬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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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차례 느낀 것이지만, 피아노 대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터치에서 건반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이 완전하게 릴렉스된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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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곡 전주곡 C샵 마이너. 이런 짧은 소품에서도 쇼팽의 예민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시적인 반복과 날카로운 우수, 말미에 터지는 수사적인 탄성. 피아노의 음유시인이라 할 만 하다. 전주곡 op.28. 폴리니는 이 대곡을 단번에 꿰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젊은 시절 무자비한 연주에 비하면 많이 누그러진 모습이었다.(그도 이제 등굽은 60대 노인..) 연주하기에 힘에 겨운 패시지도 종종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언급하지만) 폴리니에게 음악적인 양보는 없었다누군가의 말대로 미스터치란 건반을 잘못 누르는게 아니라 음악을 잘못 연주하는 것이다. 2개의 녹턴. 이 곡을 이렇게 고상하게 연주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일체의 센티 없이, 두터운 화장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빛나는 맨얼굴 같았다. 스케르초 1. 명쾌한 연주였다. 마지막의 명인기에선 탄식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옆의 할아버지는 막판에 호흡곤란이 왔다. 마지막으로 에튀드 op.25 8무엇보다 '겨울바람'은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최상의 연주였다강단있는 음색에 고음에서 빛을 내는 아르페지오섬뜩한 기운을 품은 코랄. 동시에 템포는 고집스레 지켜졌다. 정확히 날아간 화살같이 거침없는 쾌연이었다. 다만 그 이후의 '대양'은 지쳐서 그런지 페달이 남용돼 표현이 지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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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콜은 혁명 에튀드와 발라드 1. 둘다 폴리니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연주 그대로였다. 특히 발라드 1번은 폴리니의 기하학적 음악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학문제 푸는 게 취미라는 그답게, 악상의 조리있는 배치에 힘을 쓴 논리정연한 연주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음색은 과분한 덤이었고.. 역시나 퍽 감동적인 연주. 이토록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대가라니! 취향의 호불호는 대가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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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짓도 이제 끝이구나..소콜로프로 시작해서 폴리니로 끝났다.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명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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