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지성사 500권 기념시집의 발문에서 언급한
시의 기능과 무능에 대한 정의는 옳지 않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시의 기능이라는 말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
시는 무능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하는 장르다.
나는 시의 효용은 바로 그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이 효용가치로 재단되는 현대사회에서, 무능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태생적으로 시가 가진 한계이자 곧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