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여성문화회관에서 문화강좌를 하나씩 들은 지가 오래되었다. 보통 낮강좌는 여성 전용의 고정강좌이지만 단기강좌는 남녀 모두 수강할 수 있는데다가 매학기마다 강좌들도 신설, 폐지되고는 한다. 예술에 대한 강좌 중에서 도통 마음에 드는 게 없다가 이번에 드로잉 강좌가 나왔길래 앗싸, 하면서 신청을 했다. 근데 여기 장점이랄까 단점이 뭐냐면 추첨식이라는 것! 미술쪽 강좌는 별로 없는 데다가 유화반은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연필 드로잉 강좌에 갑자기 두 배나 넘는 인원이 몰렸던 것이었다. 이제까지 운이 좋아서 떨어져 본 적이 없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장렬하게 떨어졌다.ㅠㅠ
그림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지라 꿩 대신 닭이라고 근처에 생긴 신세계 백화점 문화강좌나 들으러 갈까 싶었는데 3개월에 가격이 무려 12만원! 강좌가 다르기라도 하면 할부 끊어서라도 할 생각이 있었다만. 하필 배우고 있는 수영과 일본어에 걸려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역시 연필 드로잉밖에 없었고, 그건 내가 놓친 강좌와 똑같은 커리큘럼의 강좌다. 같은 프로그램을, 가격 차이가 이렇게나 큰데 들을 순 없지. 여성회관은 4개월에 4만원이거든.
그래서 애용하는 도서관인 경북대 도서관에 신청해서 산 책이다. 책은 샀는데 생각해보니까 수채물감이 없는 게 포인트.ㅋㅋㅋ 집에 색연필 한 세트, 파스텔 연필 한 세트, 아크릴 물감 한 세트가 있다보니 물감까지 사기에는 재료 낭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미니 팔레트로 나온 윈저앤뉴튼 고체물감이 갖고 싶어서 한참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들여다 보기도 하고. 곰곰 생각해보면 그냥 재료가 갖고 싶은 건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건지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어쩌면 그건 같은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소유욕과 지름신과 창작욕이 뒤엉키어서 짬뽕되고 있는 내 머릿속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