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다산스토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엄마에게 버림받고 어린 시절부터 위탁 시설을 전전하던 루이사는 부활절을 앞둔 어느 날, 배낭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넣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첫 회화 작품인 <바다의 초상>의 경매가 열리는 교회에 몰래 잠입한다.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오래된 엽서의 그림을 대면하게 된 루이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장 사랑하는 친구 피스캔을 위해 그림 옆에 작은 표식을 남긴다.경매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경비원을 피해 도망치던 루이사는 노숙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사정을 듣게 된 노숙자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교회 벽에 함께 그림을 그리다 노숙자가 <바다의 초상>을 그린 화가임을 알게 된다.얼마 뒤 화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바다의 초상>이 루이사에게 상속돼 그림을 받게 된다.소설은 위탁 시설에 살며 의지할 곳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 피스캔 밖에 없던 루이사가 우연히 화가를 만나게 되고 그 뒤 화가의 그림을 상속받은 후 그림의 배경이자 화가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향하며 듣게 되는 화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위탁 시절을 나온 열여덟 살 소녀가 우연히 소유하게 된 고가의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과정은 화가의 친구인 테드를 통해 듣게 된다.25년 전 가난한 바닷가 마을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가정폭력, 학대, 따돌림 등의 잔인한 현실에 서로서로 의지하며 지낸다.화가의 재능을 맨 먼저 알아보고 그 재능을 신뢰하는 친구들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기 위해 작은 일탈을 저지르지만, 끊임없이 격려하고 어려움을 함께한다.가정이 존재했지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며 자라는 모습이 마음 아프다.읽은 지 10여 년이 지난 프레드릭 베그만의 첫 장면 소설 <#오베라는남자>는 사랑하는 부인을 잃고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노인을 살리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더했다면 <나의 친구들>들은 어른들의 방임 속에 스스로 살아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물론 오베의 이야기도 깊은 감동을 주지만 결핍과 상실 속에서 살아온 루이사가 화가가 건넨 손을 잡는 순간 꿈에 가까워졌듯이 루이사 역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감동은 벅차오른다.어른의 보살핌과는 먼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어른이 된 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던 어른들과는 다르게 누군가를 돕는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은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이자 정답이다.꽤 긴 소설은 기차 안에서 테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루이사의 심정으로 때로는 그들의 눈부신 우정에 박수를 보내고 처절한 삶에 함께 울며 읽게 된다.
한 권의 책이 출간 30주년을 맞았고 그 세월 동안 162쇄까지 나왔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저는 어떤 계기로 <연어>를 읽게 됐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30년 전에 처음 읽고 여러 문장에 표시해 두었습니다.이번에 출간된 30주년 기념 개정판은 새롭게 ‘휘리’작가님이 이야기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어 더 큰 감동을 줍니다.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연어의 삶이 부분부분 우리 인간의 삶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은빛연어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헤엄쳐 초록강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과 눈맑은연어와의 만남, 그리고 초록강과의 대화는 긴 울림으로 남습니다.특히나 쉬운 길이 아닌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은 조금만 어려워도 포기해 버리는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남깁니다.🐟“나도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싶어. 바닷속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구. 나는 이 바다의 모든 것을 내 눈 속에 담고 싶거든” (p28)“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p37)‘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나에게 누군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일 거야. 나 여기 있다고. 나 아무 일 없이 잘 있다고‘ (p40~41)작은 돌멩이 하나, 연약한 물품 한 가닥, 순간순간을 적시고 지나가는 시간들. 전에는 하찮아 보이던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p48)“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야.” (p50) “그래. 존재 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p73)“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아. 아주 크기가 큰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 지도 않지.” (p91)인간들은 사람이 죽으면 무덤 앞에 비를 세우기를 좋아한다. 인간들이 살아 있을 때 품은 헛된 욕망의 크기와 비석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것을 연어들은 알고 있다. 심지어 인간들은 살아 있는 자의 비석까지 세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연어들은 죽은 연어를 위해서 절대로 비석 따위를 세우지 않는다. 연어들은 죽음을 묵묵히 바라봄으로써 슬픔을 삭이는 것이다. (p116)”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뿐이야.“ (p141)
2024년 12월 3일, 오후 열 시 이십삼 분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가 없었다면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였을 것이다.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날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연대하고 함께 투쟁하는 작가 정보라는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더라면’이라고 상정하고 소설을 써간다.1차 계엄이 실패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자 대통령은 2차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은 사회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총구를 들이댄다.200페이지가 안 되는 소설은 계엄 성공 후의 사회를 보여준다.설마 이렇게까지 될까 싶다가도 이미 1980년 5월의 광주를 경험했기에 소설은 끔찍하게 사실적이고 두렵다.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본 도서는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북로드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작가인 아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유마는 엄마의 재혼으로 부유한 새아빠와 살게 된다.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에 살던 유마는 도쿄의 고급 주택가로 이사를 가게 되고 친구들과 헤어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초등학교로 전학한다.초등학교 6학년 여름쯤 새아빠가 갑작스럽게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면서 유마만 일본에 남게 될 처지가 되지만 다행스럽게 새아빠의 동생인 삼촌이 당분간 유마를 돌보기로 한다.삼촌은 하교하는 유마를 차에 태워 실종된 아이를 찾아주고 답례로 받은 별장인 고무로 저택으로 데려가 그곳에 머물게 한다.삼촌은 유마에게 별장 뒤 사사 숲에서 일어난 어린이 실종 사건을 이야기하며 절대로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다.삼촌은 갑자기 일이 생겨 도쿄로 돌아가고 삼촌의 연인인 사토미와 단둘이 별장에 남게 된 유마는 첫날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기척을 느끼기 시작한다.7년 전 <마가>란 제목으로 출간됐던 소설이 새로운 제목과 판형으로 재출간됐다.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엄마의 재혼으로 변화한 생활 환경과 인간관계는 열한 살 유마에게는 낯설고 어렵기만하다.친아빠도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마에게 다정하지 않았고 새아빠 역시 엄마의 임신으로 귀찮아하는 것 같다.엄마와 떨어져 금단의 숲이 있는 오래된 별장에서 지내게 된 유마가 느낄 감정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도 낯설고 두려울 것이다.특별한 계기 없이 이계를 체험해 온 유마이기에 사사 숲에서 겪은 일이 현실이었는지 착각인지 그것도 아니면 환상이었는지 모호해 더 두렵게 느껴진다.작가의 소설에서 많이 봐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의성어들의 향연은 10년 주기로 일어나는 어린이 실종 사건과 맞물려 더 공포스럽다.호러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답게 이야기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불행의 종착지와 광포에 탄식하며 읽게 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마지막 유마가 내뱉은 혼잣말이었다.
<본 도서는 비채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인 가오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학교에 가지 않는다.그런 가오루는 여름 동안,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 가네사다네의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가족 행사에서나 가끔 뵙는 작은할아버지는 가네사다네에서 재즈카페를 운영하는 유쾌하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가오루를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둘 것 같아서이다.작은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재즈카페 오부브에는 전직이나 과거를 알 수 없는 오카다가 함께 일하고 있다.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온 작가의 다른 소설처럼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여름날의 재즈카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매일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단골손님과 그 안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만들고 음악을 선별해 틀어주는 카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학교에 가지 않는 가오루에게 어른들은 이유를 캐묻지 않고 특별한 대우를 하지도 않으며 그저 지켜보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뿐이다.뜨거운 여름 같은 청춘의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낸 가오루가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작은할아버지와 오카다가 보통 사람들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과 참혹함을 건너 지금의 시간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