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웅진 우리그림책 75
김민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는 웅진주니어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아직 페달이 없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두발자전거를 타는 형들만큼 빨리 달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발을 힘껏 굴러도 형들을 따라갈 수 없지요.
형들은 자꾸만 멀어져 가고 아이는 풀이 죽어 가던 길을 되돌아오다 자전거 바퀴가 돌멩이에 걸려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페달 자전거를 타지만 형처럼 빨리 자전거를 타고 싶었던 아이는 기를 쓰며 형들을 쫓아갑니다.
친구들과 앞서 달리던 형아가 동생이 걱정돼 되돌아오는 마음도 이해되고 돌아가라고 하는 형의 말에 상처받은 동생의 마음도 알 것 같습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바람마저 쓸쓸하게 불어옵니다.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와 개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이름표가 붙어 있는 텃밭 등 익숙한 풍경을 검은색과 빨간색이 주를 이룬 단순한 색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빨간 안전모를 쓴 아이와 빨간 집을 짊어진 채로 느리지만 꾸준히 나무를 오르는 달팽이의 모습이 어딘지 닮았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있고, 그 처음은 언제나 능숙하지 못하고 느리기까지 합니다.
달팽이가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오르는 것처럼 아이도 느리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만난 달팽이와 아이가 나무 위에서 보는 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은 서툴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아이가 찾은 행복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니들북(하빌리스)에서 진행한 픽션클럽모집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의 소설은 인간의 이상 심리를 잘 다루어 극한의 공포를 선물하는 건 물론 그것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러 지면을 통해 이미 발표된 12편의 단편을 한데 묶은 <제로섬>은 모두 세 개의 챕터로 나눌 수 있다.

학생과 교수, 부모와 자녀, 그리고 동료와 배우자 등의 대인 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다룬 첫 번째 장과 특별한 이유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자살에 끌리는 소설가의 혼란스러움을 다룬 ‘자살자’가 두 번째 장이다.
마지막 세 번째 장에는 신체의 이상에서 오는 공포와 문명의 이기가 주는 두려움과 어두운 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담겨있다.

‘끈적끈적 아저씨’라는 다소 가벼운 제목의 소설은 어린아이들을 짓밟는 어른들을 단죄하는 소녀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끈적끈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쾌감과 소녀들이 단죄에 사용했던 도구의 특성이 맞물려 읽고 난 뒤 제목이 주는 의미까지 되짚어 보게 된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느끼는 불면의 고통과 한기가 느껴지는 ‘한기’와 엄마에게 학대받는 아이의 간절한 외침처럼 들리는 ‘저 데려가세요, 공짜예요’는 전혀 다른 소재의 이야기다.
하지만 상실에서 오는 고통과 무책임한 양육자의 태도에서 오는 고통이 양면의 동전처럼 한 몸으로 붙어있는 이야기 같아 슬픈 마음이 든다.

가장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는 ‘베이비 모니터’ 속 엄마의 고통이었다.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를 위해 설치한 베이비 모니터를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육아에 지친 엄마의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재하는 아이가 아닌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는 아이를 더 신뢰하는 엄마의 모습이 현대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닮아서 더 두렵다.

<제로섬> 속 주인공들은 여성들이다.
‘자살자’의 주인공은 남성 작가이지만 그 작가를 돌보는 이는 부인인 여성이고 ‘상사병’의 이야기는 남성이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스토킹을 당하는 당사자는 여성이다.
교수에게 특별하게 보이고 싶었던 학생도 여성이고 임신과 출산, 유산은 물론 아이를 주 양육하는 이들도 여성이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여성이다.

소설은 작가가 표현하는 특유의 공포로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며 사회와 가정 안 여성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세상에서 여성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제대로 대우해 주고 시정하라고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줌으로써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고 사회를 점검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와요와요 섬 사람들은 섬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산다.
문명 세계와는 거리가 먼 섬 사람들은 세상은 바다로 이루어졌고, 카방이 만물을 관장한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한정된 수의 사람만 살 수 있는 섬은 한 가족마다 남자는 한 명만 허락한다는 율법에 따라 차남은 태어나서 백팔십 번째 보름달이 뜨면 혼자 타라와카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한다.
바다로 나간 차남은 영영 섬으로 돌아올 수 없다.

섬에서 가장 배를 잘 만들고 섬 소녀들이 모두 짝사랑하는 아트리에 역시 차남으로 태어나 섬을 떠나야 할 운명이다.
섬의 풍습에 따라 아트리에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스슐라와 사랑을 나누고 먼바다로 떠난다.

아트리에는 바다로 떠난 7일 만에 식수와 식량이 모두 떨어지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 섬은 오색 빛으로 뒤덮였고 죽은 생물과 악취로 가득한 곳이었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작가이자 화가, 사진가이면서 대학교수인 작가가 쓴 소설 <복안인>은 글자는 물론 불조차 존재하지 않는 비문명의 와요와요 섬의 소년 아트리에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죽을 결심으로 모든 것을 정리한 여성 앨리스가 중심이 돼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쓰레기 섬에 갇혔던 아트리에와 바닷가의 외딴 마을에 사는 앨리스가 자연재해때문에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거기다 미스터리한 존재인 복안인이 밝히는 앨리스의 남편과 아들에 대한 진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하는 아트리에를 찾기 위해 섬의 율법과는 다른 선택을 한 우스슐라의 최후도 바라던 결말이 아닌 너무나 사실적인 마무리라 더 마음이 쓰인다.
특히 앨리스 주변인들의 서사 역시 소설을 풍부하게 해 줄 뿐 아니라 타이완 원주민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좋다.

“거대한 쓰레기 섬을 모티프로 생태 위기를 우화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라는 설명을 다시 읽어 본다.
비문명을 대표하는 아트리에와 문명을 대표하는 앨리스의 조우가 어떤 해결점도 낼 수 없다는 사실이 허망하고 두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임머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예스24 리뷰어클럽에 선정되어 새움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130년 전인 1895년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소설 <타임머신>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드라마에서 구현되는 소재인 ‘시간여행’의 개념을 창조한 소설이다.
소설은 ‘시간 여행자’라고 명명된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802,701년을 여행한 경험을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한 ‘시간 여행자’는 약 80만 년 후의 미래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연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인형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치에 가까웠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같은 형태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그들은 평화로운 삶을 사는 듯하고 노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공포에 떨며 함께 모여 잠들던 그들은 아침이 되면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온다.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타임머신‘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시간 여행자’는 그곳에 다른 존재들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환한 지상에 사는 존재인 ‘엘로이‘와 지하 세계에 사는 ‘몰록‘ 사이의 섬뜩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미래의 모습은 비극으로 다가온다.

“그곳에서 마주한 두 인류의 모습은 당시 영국 산업사회의 사회 불평등과 불안한 미래를 반영한다. 웰스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사회 구조와 인간 진화의 방향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p185)

노동자를 착취하던 귀족인 엘로이는 여전히 노동이 없는 삶을 살지만 사육당하는 짐승의 삶을 이어가고 죽도록 일만 하던 노동자였던 몰록은 자신들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끔찍한 진화를 선택한다.
작가는 예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한 인류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을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다.

무수히 변조되는 시간 여행 중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소설은 개인의 미래가 아닌 인류 전체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 시간 여행자의 안전을 빌며 작가의 다른 소설 <투명 인간>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인플루엔셜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아시아 작가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고 소설 #삼체 를 쓴 세계적인 sf 작가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출간했습니다.
세계의 동쪽 끝에서 불을 지키는 불지기 노인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샤의 이야기는 볼로냐 대상 수상 작가인 곽수진 작가의 그림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망망대해에 비죽이 솟아오른 이스턴섬에는 불을 지키기 위해 매일 석탄을 캐고 고래기름을 만드는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섬에 죽어가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샤라는 청년이 찾아옵니다.

병이 든 여자 친구를 살릴 방법은 불지기 노인이 여자친구의 별을 찾아 수리해 주는 방법밖에 없기에 사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인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노인의 조건은 단 하나, 노인의 일을 물려받아 평생 섬에서 불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불을 지킨 노인은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해 찾아온 청년에게 제시한 조건은 사랑하는 연인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거기다 고립된 섬에서 혼자 지내야만 합니다.

사샤는 노인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맹세를 헛되게 하지 않습니다.
사샤의 선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노인과의 약속을 지켜 더 큰 사랑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어울리는 몽환적인 그림 중에서 태양이 불을 밝히고 떠오르는 순간을 그린 마지막 장의 그림은 이스턴섬의 불지기와 사샤의 수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길지 않은 글에서 무한한 책임감과 깊은 사랑을 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