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가 선보이는 본격 역사 미스터리 모험담”설자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다.때는 통일 신라 시대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미은은 오빠 설자은이 되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다.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고향인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오는 배안에서 백제 출신의 목인곤을 만나게 되고 고립된 배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비상한 두뇌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알아낸 설자은은 남장 여자라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이게 되고 과거 오빠인 자은과 인연이 있던 집안의 사건을 해결하고 똘똘한 동생이 참여한 김쌈대회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해결한다.그리고 왕이 주체한 연회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고 왕 앞에 불려가게 된다.소설은 설자은과 목인곤이 협력해 네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왕 앞에 불려나가기도 하지만 소설은 순한 맛으로 평소에 읽던 미스터리 소설보다 긴장감이 덜한 이야기들이다.남자가 아닌 남장 여자라는 컨셉과 그를 보안하는 식객 인곤의 캐미는 탐정 소설 속 등장인물을 떠오르게도 하지만 인곤은 보조자 역할이고 설자은이 활약이 두드러져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정세랑 작가의 팬이고 한 번 시작한 시리즈니 아마도 시리즈 끝까지 갈 듯 하니 작가님 다음 이야기에는 좀 쌘 맛 부탁합니다.
“치인의 사랑”……. 癡는 '어리석을 치'라는 한자로, '어리석다', '미치다'를 뜻한다.(나무위키)제목과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하는 소설이다.다니자키는 데뷔작 ‘문신’ (1910)부터 75세에 발표한 ‘미친 노인의 일기’(1961)까지 장장 오십오 년 동안 오로지 여자의 흰 살갗과 발이 가져다주는 희열만을 그린 작가다.(p303,옮긴이의 말)소설의 내용은 별거 없다.카페의 점원인 15세 소녀 나오미를 군자라는 별명이 붙은 스물 여덟의 건실한 샐러리맨인 가와이 조지가 한눈에 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모던걸을 만들기 위해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지만 나오미는 사치가 심하고 여러 남자들과 어울려 다닌다.여자를 자신에 기준에 맞춰 키우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할 계획이었던 조지는 나오미와 혼인 신고까지 하지만 그녀의 방탕함은 도를 지나친다.얼마나 구역질나는 줄거리인지……근데 이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책을 놓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절대로 조지와 나오미와의 관계를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다니자키의 글은 알면서도 불빛이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독자를 끄는 힘이있다.사랑이라는 게 누군가가 이해하는 감정이 아닌 각자의 모습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조지가 자신과 나오미가 겪은 팔 년의 세월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소설은 큰 깨달음을 주거나 기대했던 대단한 애로틱함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책을 덮으며 아주 어린 나이에 길들여지고 길들인 나오미와 조지가 관계가 이해되기도 한다.더 젊어서 읽었다면 불쾌했을 수도 있는 소설은 내가 살아온 세월의 탓인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퉁치게 된다.
고3인 다카시는 대학에 떨어지고 예비고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낡은 호텔에 묵게 된 다카시는 호텔 자리에 있던 가모 저택의 주인의 사진을 보게 되고 2.26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다카시는 호텔에서 우연히 마추친 남자가 비상계단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호텔 직원으로부터 옛 가모 저택의 주인이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그날 밤, 호텔에 화재가 발생하고 불길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한 다카시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고 둘은 58년 전 호텔이 있던 가모 저택으로 가게 된다.타임 슬립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살인 사건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소설은 700페에 가까운 장편의 이야기다.주인공인 다카시가 2.26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라 독자 역시 그 사건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는 소설이다.다카시가 직접 경험하는 2.26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그 날 일본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의 사건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많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타임슬립은 주인공이 일으킨 작은 변화로 역사에 흐름이 바뀐다는이야기가 대부분이다.<가모 저택 사건>속에서는 타임슬립으로 개인의 인생에는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어떤 수로도 역사의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는 설정이다.근대사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주인공의 답답함과 많은 사람의 죽음을 불러올 전쟁이 일어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괴로운 마음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타입슬립이라는 SF와 2.26이라는 역사적 사실, 쿠데타로 밀실 상태가 된 가모 저택에서 일어난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져가는 미스터리와 과거에 사는 여자와의 러브 스토리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소설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팬이라면 필독해야 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주인공이 일어난 사건을 알고 있어서 흐름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은 이미 천만을 훌쩍 넘긴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느끼는 무력감과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경험하게 하지만 마지막을 읽으며 어려운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민초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놀이터에는 많은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미끄럼틀도 있고 정글짐도 있고 그네도 있고 시소도 있습니다.이렇게 많은 놀이기구 중 절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바로 시소입니다.그냥 일없이 시소에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없습니다.덩그러니 놓인 시소에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앉습니다.당연히 시소는 기사 쪽으로 기울고 그때 검은 복면을 쓴 돼지가 맞은 편에 앉는 데 이번에 돼지 쪽으로 기울어집니다.그러자 기사 쪽에 엘비스가 올라옵니다.시소는 비슷한 무게를 가진 이들이 시소의 양 끝에 타야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그림책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무겁다와 가볍다”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친구들의 수도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그저 신나게 시소를 즐기기 위해 악어가 찾아오고 힘센 아저씨도 찾아오고 털복숭이도 찾아옵니다.헤비메탈 밴드를 만나면 신나게 고개를 흔들고 고래가 물을 뿜으면 신기하고 커다란 오징어를 만나면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놀이터를 가로질러 달리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오르다 친구와 웃으며 시소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림책입니다.크레파스 질감의 원색 그림은 아무 생각 없이 걱정 따위 개나 줘버리고 신나게 노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더는 놀이터를 찾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쓸쓸한 시소에 가만히 앉아 보고 싶어집니다.<이벤트에 당첨돼 노는날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입니다.>
해도 뜨지 않은 월요일 이른 아침에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남매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칩니다. 서로를 탓하며 티격태격하던 남매는 걸어서 학교로 출발합니다.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르고 모습을 남매는 이미 학교에 가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오늘 하루 학교에 안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빨리 가야 한다는 조바심도 사라지고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경찰을 피해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도 하고 낯선 강아지와 함께 고물상에서 보물을 찾기도 합니다.바다에서의 알몸 수영도 자유롭게 하고 비가 오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늘 버스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걷다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그림은 아이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둡게도 밝게도 그려집니다.보려는 마음이 없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담기는 순간 자유롭고 아름답게 펼쳐집니다.매일 매일 반복되는 날 중에 하루쯤 궤도를 벗어나도 큰일은 생기지 않습니다.그럴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입니다.2003년 IBBY 최우수 그림책상을 수상한 책은 아이에게는 신나는 하루의 일탈을 보여주고 어른에게는 자유로운 하루를 꿈꾸게 해 줍니다.<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느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