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쓴 단편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전쟁이 진행 중인 어느 시절의 이야기를 비롯 근미래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포함된 소설은 시대는 달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닮아 있다.표제작인 “쓰게 될 것”에서는 전쟁의 한 복판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먼 나라의 소녀가 현재 겪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할머니들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고 우리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소설로만 읽을 수 없었다.친구를 통해 이십 대의 한 때를 함께 보낸 ‘유진 언니’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나는 언니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유진’ 속 인물들의 불완전한 이십 대를 보며 이미 지나버린 청춘의 한 시절을 후회하면서 그 시절을 함께 보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권태로운 일상에서 모르는 이와 주고 받는 비밀 문자 이야기인 ’ㅊㅅㄹ‘은 가까운 사람에게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익명의 누군가에게는 털어 놓으며 위안을 받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나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주변인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서럽다.가장 끔직하지만 거기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준 ’인간의 쓸모‘는 근미래가 배경인 소설로 재력 등을 기준으로 사는 구역을 나누는 지구의 이야기다.금액에 따라 유전자를 편집해 자녀를 갖는 것은 물론 사는 곳에 따라 생활 환경은 물론 교육 환경까지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근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을 재력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슬프기도 하다.마지막 이야기 ’홈 스위트 홈‘은 자신의 마지막을 정할 수 없지만 끝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시골행을 택한 ’나‘의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듯 펼쳐진다.오래된 집을 고치고 거기서 나온 물건들을 소중히 다루는 주인공의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바라본다.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썩 유쾌하지도 특별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고도 계속될 삶이 특별히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ㅊㅅㄹ‘속 서진과 은율은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될 것이고 ’썸머의 마술과학‘의 자매도 그렇게 의지하며 생을 살아갈 것이고 ’인간의 쓸모‘ 의 안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될 것 같다.사랑과 그 속에 희망이 있어 최진영작가의 이야기가 좋다.그래서 계속될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안온북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추운 겨울 열네 살 여중생 ‘도노 네가’가 빈 집에서 같은 반 ‘가스가이 노조미’를 살해한 협의로 체포된다.’네가‘는 순순히 살인은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48시간 이내에 신병과 사건기록을 검찰해 송치해야 하는 경찰은 형사부 수사1과의 마케베와 생활안전과 소년계 소속 나카타가 한 조가 되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용의자인 ’네가‘와 피해자인 ’노조미‘는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접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엄마와 살고 있는 ’네가‘는 가난하고 학업 성적도 뒤쳐지는 반면 아버지와 살고 있는 ‘노조미’는 학업 성적도 좋은 플루트를 부는 인기많은 부잣집 아이다.도통 살해 이유를 알 수 없던 형사의 눈에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사회파 미스터리인 소설은 살인용의자는 이미 체포됐고 그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이야기는 두 갈래로 전개되는 데 나카타와 마케베의 수사과정과 ‘도노 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형식이다.부모는 물론 사회에서도 어떤 도움을 받지 못한 미성년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지만 직접 경험한 듯 가슴이 아프다.어쩌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한 번 수렁에 빠진 부모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뿐이지 처음부터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자신의 고통만 들여다볼 뿐 자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네가’의 엄마는 어린 딸을 돈벌이에 이용할 생각만 할 뿐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선생님 역시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네가’에게 엉뚱한 아프리카 사람들 이야기로 진실을 호도한다.아무리 좋은 복지 혜택이 있다해도 접근성이 좋지못하거나 그 혜택을 이용하는 순간 낙인이 찍힌다면 소용없는 제도일 것이다.일본이라는 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마음이 아프다.희망이 사라져버린 순간 두 아이의 선택이 남의 나라 먼 이야기같지않아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 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들인데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위험에 내몰린 아이들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슬프다.<도서는 모로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
그림책은 물론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제작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그림책 ’강아지똥‘이 원작 그대로의 ’동화 강아지똥‘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강아지똥‘은 기독교아동문학상 공모할 당시 동화 부분은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이라는 제한이 있어 50장의 원고를 줄여서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그러다보니 감나무 가랑잎 이야기와 마지막 장면 5장을 덜어냈다고 합니다.추운 겨울,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강아지똥은 참새에게 더러운 똥이라는 소리를 듣고 속이 상했습니다.자신이 아무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슬퍼하고 있을때 밭에서 옮겨지다 떨어진 흙덩이를 만나 위로받게 됩니다.그리고 겨울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감나무 가랑잎을 만나게 됩니다.긴긴 겨울이 지나고 깨어난 강아지똥은 비로소 자신의 쓸모를 알게 됩니다. ‘동화 강아지똥’은 자연의 섭리와 함께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진리를 하찮은 강아지똥을 통해 보여줍니다.다시 달구지에 실려 밭으로 가게 된 흙덩이가 남긴 말은 큰 울림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합니다.“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드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감나무 가랑잎은 죽음이라는 더 큰 담론과 함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감나무의 가랑잎이 가을이 되고도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지않는다면 그 감나무는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감나무 가랑잎의 희생이 있었기에 새봄에 새잎을 틔울 수 있었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그림책보다 더욱 풍성해진 이야기는 정승각 선생이 새롭게 그린 그림으로 더 빛을 발합니다.거칠게 보이는 닥종이 느낌의 종이 위에 종이죽으로 그린 그림은 입체적인 느낌으로 하찮게만 보이던 것들을 더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낮은 곳에서 살면서 작은 것까지 귀하게 여기던 마음 그대로 살다간 작가의 생이 그대로 녹아 있는 <동화 그림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에게 작은 경종을 울립니다.<본 도서는 길벗어린이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유서 깊은 목재 회사인 만하임 그룹의 경영인인 페르 귄터 모트가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한 장의 사진의 비밀을 풀기 위해 탐정인 율리아에게 사건을 의뢰한다.술을 마시면 기억을 잃곤 하는 페르는 자신의 핸드폰에 누군지 모를 시신의 모습이 찍혀 있자 혹시 자신이 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두려워 한다.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율리아는 경찰인 전남편 시드니와 함께 페르의 저택에 도착해 가족들을 한 사람씩 면담하기 시작한다.범행 현장도 알 수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시신의 사진은 만하임 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이 있던 시각에 찍힌 사진이라는 사실때문에 그 곳에 함께 읽던 육촌 형제들이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기 시작한다.육촌 중 막내동생인 시리의 의해 사진 속 인물이 모트가의 장남인 베르테르임이 밝혀지지만 가족의 골치거리였던 그의 죽음을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다.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가는 찰나 호수에서 베르테르의 시체가 떠오르고 율리아는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탐정의 성별은 대부분 남자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율리아는 여자 탐정인데다 신체적인 약점과 정신적인 약점을 모두 갖고 있는 주인공이다.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탓에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또한 헤어진 전남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기도 하고 성급하게 범인을 단정짓기도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스웨덴의 경찰 소설 ‘마르틴 베크’시리즈처럼 부부 작가가 쓴 <아이가 없는 집>은 탐정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누가 범인인지 찾아가는 “고전 후더닛 미스터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인 까닭엔 한정된 장소에서의 추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은 4대째 내려오는 목재 재벌 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추악한 모습 파헤져 간다.가장 힘없는 누군가의 희생과 그 위에 군림하는 악의 모습은 보여줌으로써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 소설은 시리즈의 포문을 연 소설답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과연 율리아는 소설 끝에 예고된 다음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전 남편인 시드니와의 관계는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기대가 된다.대단한 추격신이나 기발한 추리가 없이 용의선상의 인물들을 만나 사건에 대해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소설은 넥플릭스 영상화가 확정됐다고 한다.과연 율리아가 수사를 진행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세상이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어떻게 구현할 지 기대된다.물론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다.<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