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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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의 냉면을 한그릇씩 먹고 난 기분이다.
“주제나 시대 등 한 가지 기준에 따라 시나 단편소설들을 선정해 한 권으로 묶은 것”-(출처:똑 소리나는 일반 상식)앤솔로지의 사전적의미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의 첫번째 <냉면>은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다섯 가지 냉면이야기이다.

수상작 3편과 초대작 2편이 실려있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김유리작가의 A,B,C,A,A,A는 사랑이라는 게 좋아하지 않는 냉면을 상대를 위해 먹어줄 수 있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범유진작가 의 혼종의 중화냉면은 은연중 저지르고 있는 차별이 마음 아프고 핏줄로 얽히지 않았지만 자매가 분명한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맞아. 좋은 혼종. 맛있으면 뭐든 오케이지.”(p88)소리내 말하게 된다.
홍지운작가의 남극낭만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냉면을 추운 남극에서 맛 볼 수 있다면,위기에 빠진 순간에 알게된 궁극의 냉면 육수맛의 비밀이 남극에서 먹는 냉면만큼이나 웅장하다.

전건우작가의 목련면옥은 호러, 공포소설이 주특기인 작가답게 도시괴담을 냉면집으로 옮겨와 머리를 쭈뼛거리게 한다.
곽재식작가의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지금도 우리 모르게 줄줄 새고 있는 세금과 탁상행정에 대한 블랙코미디는 웃고말기에는 입맛을 쓰다.

냉면이라는 단 한가지 공통점말고는 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앤솔로지로 인터넷 서점엔 호러/공포소설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규정짓기에는 너무 다른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앤솔로지는 로맨스,성장, sf과학,공포,호러 그리고 블랙 코미디 소설집이다.

스윽.
스윽.
그리고…끄끄끄(p226)

그래도 냉면은 여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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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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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집을 다 읽고 작가가 궁금해 찾아보았다.
듀나!! 이런 멋진 필명을 갖고 있는 작가는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란다.
1990년대 초, 우리 아들 또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할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렸다니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분이라 짐작된다.
책날개의 소개글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위키백과에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 듀나(DJUNA)는 대한민국의 영화평론가 겸 SF소설 작가이다. 신원 불명자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으나 본명이나 성별, 나이, 학력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하나도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공개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작업에 관한 협의나 인터뷰도 주로 서면으로 진행한다. 1990년대에 출판된 단편집 등에서는 '이영수'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실명인지 가명인지 확실하지 않다.(출처:위키백과)

작가의 정체가 궁금했던 게 읽고 난 후라 다른 선입견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미스터리 소설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딱 그렇게만 규정짓고 싶지 않을만큼 여러 주제를 담고 있다.
<성호 삼촌의 범죄>의 경우 여러 탐정 소설에 등장하는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이야기 <햄릿 사건>은 우리가 잘 아는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패러디하고 있다.

8편의 소설은 모두 다른 맛을 내고 있다.
살인 현장이 눈 앞에 그려지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와 80년대 영화판에서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인 <누가 춘배를 죽였지?> 그리고 외국인의 눈이 비친 우리나라의 영화 제작현장과 살인을 다룬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는 알리바이트릭을 사용한 살인과 영화계 미투 운동을 다루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파치노나 마론 브랜도의 영화를 보는 듯한 <돼지 먹이>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여자의 고군분투와 살인을 저지른 여자와의 연대를 그린 <콩알이를 지켜라!>,그리고 지금도 큰 문제인 학교 폭력이 얼마나 끔직한가를 이야기한 <그건 너의 피였어>까지 모두 다른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뭐가 들어있는 지 모르고 산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야금야금 먹고 난 기분이다.

어떤 이야기는 퍽이나 고약하기도 하고 입에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듀나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긍금해져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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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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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악인인가?
만약 나라면 그 선택을 한 이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악인의 심리를 잘 다룬 소설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베러티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난다.
하지만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고 신인인 로웬에게 베러티의 소설의 시리즈 마무리 의뢰가 들어온다.

자료 수집 차 베러티의 집에 머물게 된 로웬은 점점 베러티에 남편인 제러미에게 빠져들게 되고 베러티가 숨겨놓은 자전적 글을 읽게 된다.
글을 읽은 로웬은 혼란과 공포에 빠져들지만 제러미를 향한 마음은 더 간절해져만 간다.

옮긴이는 ‘로맨스 장르가 접목된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베러티 를 정의하고 있다.
로웬이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며 느끼는 참담함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느껴진다.
나 역시 여러 번 읽기를 멈추고 엄마가 이럴 수도 있나 싶다가도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 공포스럽고 불편하기만 했다.

마지막 반전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독자의 몫이다.
만약 베러티가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의 자서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웠을까 아님 작가이기에 그의 마지막 편지를 믿어야 할까?

불안한 로웬의 심리와 잔인한 엄마 베리티의 자서전이 이야기의 두 축이 되어 지어진 튼튼한 건물을 본 기분이다.
오랜만에 19금의 장면이 난무하는 어른용 로맨스 소설(불륜 소설로 읽힐 수도 있겠다)과 공포 스릴러 소설 두 편을 동시에 읽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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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17
정보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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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1편의 소설이 실린 웹진 거울 17번째 책은 다양한 시도를 한 소설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개성넘치는 목소리의 안예은 가수의 노래 #위화 와 #홍연 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소설은 몽환적인 가수의 노랫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느낌을 준다.

낙태라는 사회문제 다룬 소설 #원점으로돌아가 는 낙태를 여자들만의 책임으로 여기는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정보라 작가의 #문어 는 대학강사들의 대량해고를 발생하게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무겁고도 슬픈 이야기가 외계에서 온 문어외계인을 삶아먹음으로 숨통을 트이게 한다.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은 바이러스 팬더믹과 장기매매라는 현실에서 실재한 이야기 #당신의모든것 이다.
어떤 먼 미래나 먼 우주의 공포보다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공포가 가장 무섭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달콤함을 죄책감으로 느끼는 #달콤한죄를지었습니다 , 타인의 신체를 강탈하는 #거인을지배하는법 ,실험에 의해 탄생한 인류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하는 #실버해머 , #정신강탈자 는 현대인들이 앓기 쉬운 정신질환이 어떤 공포로 다가오는 지 느끼게 해 주었고 마지막 #통곡왕 은 진정한 깨달음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해준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달달한 #고쿠라에서j를 은 그들의 만남을 응원하게 된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고백하자면 그리고문어가나타났다는 필진 중 정보라 작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른책이다.
서문을 읽어보니 환상문학웹진’거울’은 햇수로는 16년째고 책의 권수로는 17번째라고 한다.

위화와 홍연을 읽는 동안 안예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고 다 읽고 나서는 웹진 거울을 찾아보았다.
모르던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낯익은 작가님들도 몇 분 필진과 편집진으로 계신다.
가끔씩 웹진 거울에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읽다 18번째 책이 출간되면 필히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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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얘기 들었어? 바둑이 아이 자람 그림책 2
밤코 지음 / 바둑이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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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근데! 혹시! 그 얘기 들었어?
눈덩이처럼 커지는 말(소문)에 무서움에 대한 그림책이다.

누군가 내 귀에 나만 들으라는 듯이 큰비밀을 속삭인다면 나는 그 말을 꿀꺽 삼키고 내 안에 잠재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전달한 것인지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비밀이 우리의 안전과 관련이 있다면 망설임없이 전달할 것이다.
그렇게 소문은 살을 붙여 괴물을 만들고 평화는 깨지고 만다.

아이와 함께 읽은 어른이 뜨끔해 질 그림책이다.
작가님 특유의 긴 설명을 하지 않은 글과 콜라주 기법의 그림이 굳이 말의 엄중함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해준다.

삼인성호(三人成虎), 혹시 나는 없는 호랑이를 불러낸 적은 없는 지 반성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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