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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시끌시끌해 ㅣ 그림책 보물창고 39
앤 맥거번 지음, 신형건 옮김, 심스 태백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 당신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젓는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 할 것이다.
하지만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로 친숙한 심스 태백이 그림을 그린 <우리 집은 시끌시끌해>를 읽은 뒤라면 어쩜 대답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에 현장학습 가는 아들을 위해 준비했던 김밥 남은 걸 점심으로 배부르게 먹었고, 친정집에서 따온 단감을 달게 먹은데 다 좋아하는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근사한 점심을 먹은 사람과 비교한다면 지지리 궁상에 초라해 보이겠지만 이 시간까지 점심도 못 먹고 일하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사실 인생이라는 게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것이라는 진리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것을 깨닫기는 쉽지 않는데 시끄러운 집에 사는 ‘피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피터 할아버지는 아주아주 낡은 집에 살고 있다.
침대는 삐걱거리고, 마루는 삐그덕거리고,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어 대고, 나뭇잎은 지붕에 떨어져 바스락거리고, 찻주전자는 피식피식 콧김을 내뿜는다.
시끌시끌한 걸 참을 수 없던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지혜로운 사람은 소를 들여놓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면서도 소를 들여 놓는다.
소는 음매음매 울고, 침대는 삐걱거리고, 마루는 삐그덕거리고,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어 대고, 나뭇잎은 지붕에 떨어져 바스락거리고, 찻주전자는 피식피식 콧김을 내뿜는다.
집이 더 시끄러워지자 할아버지는 지혜로운 사람을 다시 찾아가고 이번엔 당나귀를 들여 놓으라고 한다.
당연히 당나귀 소리까지 합쳐진 집은 더욱 시끌시끌해지고 지혜로운 사람은 찾아갈 때마다 양, 암탉, 개와 고양이를 차례로 들여 놓으라고 한다.
불만으로 가득 찬 피터 할아버지의 얼굴과 재미난 표정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다.
다소 어수룩한 피터 할아버지를 위해 근사한 대안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혜로운 사람의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쯤 내 놓은 의견은 지금까지의 불신을 한 순간에 없앤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편안히 잠이 들어 아주아주 조용한 꿈을 꾸는 할아버지를 보며 행복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