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1장
윤봉선 글 그림 / 여우고개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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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이 태권도 도장을 다니기 시작한지 사흘째다.
저녁을 일찍 먹고 난 뒤 서둘러 도복으로 갈아입고 날듯이 뛰어가는 모습이 너무 예뻐 매번 흐뭇해진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고유 무술 태권도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전승되고 있다.
태권도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배우는 품새인 태극1장은 한글의 가나다처럼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들이다.
그림책 ‘태극1장’은 태권도를 막 시작한 어린이는 물론 아직 태권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이들까지 재미있게 따라해 볼 수 있게 한다.

배경이 생략된 무대 위로 태극1장 시범을 보이기 위해 씩씩한 어린이와 동물 친구들이 등장한다.
“차렷, 경례!”의 구령에 맞춰 인사하는 모습에서부터 동물친구들의 특장이 잘 나타나 있다.
고양이를 시작으로 태극 1장의 동작들이 시범을 보인다.
유아용으로 나온 그림책이지만 읽다보면 쓰인 글보다 더 많은 내용이 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득 그림속의 동물들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처음부터 까불까불 인사하고 친구들과 동작이 맞지 않는데다 시범 중에도 동작이 틀리는 토끼 같은 아이가 있는가하면 그런 친구를 질책하기보다는 다독여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친구도 있으니 말이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비오는 날 밖에 나가 공놀이를 하고 싶은 아이를 위해 아빠가 고안해 낸 놀이로 아이가 피자가 되어 아빠와 몸으로 노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은 밋밋하게 앉아 읽을 때보다는 아빠와 아이가 직접 몸으로 피자를 만들 때 더 빛을 발하는 그림책이다.
‘태극 1장’ 역시 가만히 앉아 친구들의 시범모습을 감상하기보다 어색하고 서툴러도 한 번 일어나 흉내내본다면 책의 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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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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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나 봐오던 사신이 나오는 텔레비전 드라마 때문인지 아이들의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단순히 그림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상상의 동물쯤으로 생각하던 사신도가 고구려인들의  무덤 속 벽화에 실제로 그려진 그림임을 알고 더더욱 신기해한다.
4학년 사회 교과서에 단 몇 줄로 처음 등장하는 고구려 벽화를 아이와 찬찬히 감상하며 단순한 벽화뿐만이 아닌 고구려인들의 사상과 생활 모습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모두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고구려 고분 벽화 이야기”는 벽화 속 그림을 토대로 고분 벽화의 역사와 고구려인들의 생활 풍속, 불교문화와 사신의 세계와 고구려의 하늘 세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다소 지루하거나 딱딱해지기 쉬운 이야기에 많은 사진과 자세한 무덤의 구조까지 소개하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특히 펼쳐 볼 수 있는 고구려 귀족의 저택과 눈에 익은 사신도 편은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본디 역사나 유물은 말 할 것도 없고 이 세상 모든 것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리 재미없고 어려운 분야일지라도 내가 아는 분야면 찾아보게 되는 법이다.
이 책 한 권으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대해 다 알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관심이 생기니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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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물고기 작은도서관 28
안선모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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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은 다른 글에 비해 진실하고 현실과 동 떨어져있지 않아 좋다.
‘자전거를 타는 물고기’는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오셨고 현재도 교직에 몸담고 있는 현직 선생님이신 안선모선생님의 동화집이다.
모두 다섯 편의 짧은 동화가 들어있는 동화집은 우리 주위에서 한 번쯤 봤음직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타에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공부를 잘 하거나 아니면 부자거나 그도 아니면 아주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부족한 듯 덜 채워진 듯 하지만 언제든지 꽉 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다.

살다보면 별 것 아닌 것에 주눅 들게 되고 한 번 든 주눅은 사람을 점점 더 움츠러들게 한다.
뜀틀 앞에서 머뭇거리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은 뒤 더더욱 자신감이 사라져버린 준영이는 체육시간이 괴롭기만 하다.
그런 준영이에게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선생님은 준영이를 꼴뚜기가 아닌 <메뚜기가 된 꼴뚜기>로 재탄생하게 한다.

표제작인 <자전거를 탄 물고기>는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로 멋진 제목과는 다르게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다.
자신을 바닥을 기어 다니는 물고기로 표현하는 아이인 효성이는 백내장으로 앞 못 보는 할머니와 어렵게 살고 있다. 
너무 어려서부터 세상을 알아버려 날치인 아이와 고래처럼 힘센 아이를 부러워하며 자전거로라도 날치처럼 날고 싶어 하는 아이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효성이가 살아갈 세상에는 김송이선생님처럼 힘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음을 믿기에 희망을 가져본다.

고물장수인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수연이가 주인공인 <가위 소리>를 읽으며 아빠를 모른척할 때의 수연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이 되기에 수연이가 못됐다는 생각보다는 괜히 짠하고 안쓰럽다.
자폐아인 찬이를 진정으로 도와주는 기훈이의 이야기인 <대부>와 울보에 떼쟁이지만 누구보다 짝꿍을 잘 이해하는 민경이 이야기를 다룬 <내 짝 영남이>는 어른들의 우정보다 몇 갑절 더 크고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준다.

너무 내용을 함축한 짧은 동화는 그 이야기의 줄거리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글을 맺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동화는 저학년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짧은 글이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바람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살면서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훌륭한 선생님과 든든하고 언제나 함께 할 친구를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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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좋아! - 우리 아이 자아존중감 키우기 I LOVE 그림책
낸시 칼슨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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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난 내가 좋아라고 외치는 돼지가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돼지이기에 그렇게 크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내가 좋아라고 외치는 걸까요?
이 돼지에게는 아주 좋은 친구가 있답니다.
맘이 꼭 맞는 친구 아님 멋진 남자친구?
아니에요, 글쎄 돼지의 멋진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랍니다.

대부분 우리는 자신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먼저 보게 됩니다.
나보다 예쁜 친구,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 나보다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 나보다 인기가 많은 친구.......
왠지 자신이 못나 보이고 자신감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걸 가끔씩 망각하곤 합니다.
화려한 원색으로 그려진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와 함께 즐거운 일을 하는 돼지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자전거를 타며 신나게 달리고 재미있는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나를 돌보고 가꿉니다.
깨끗이 이를 닦고 말끔히 목욕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하는 말에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자신이 참 멋있다고 말하는 순간 정말  멋있는 돼지가 된답니다.
도르르 말린 꼬리도, 통통한 배도, 조그만 발도 정말 좋아진답니다.
기분이 나쁠 때면 스스로 기분 좋게 만들고 넘어지려고 할 때면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만약 실수를 할 때도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다시 노력하는 돼지가 정말 멋집니다.

작은 돼지지만 어떤 위대한 위인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사랑하는 돼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단점으로만 보이던 제 모습이 점점 사랑스러워집니다.
무모한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는 예쁜 그림책이라 보고 있으면 주인공 돼지처럼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항상 내 자신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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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시끌시끌해 그림책 보물창고 39
앤 맥거번 지음, 신형건 옮김, 심스 태백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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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젓는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 할 것이다.
하지만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로 친숙한 심스 태백이 그림을 그린 <우리 집은 시끌시끌해>를 읽은 뒤라면 어쩜 대답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에 현장학습 가는 아들을 위해 준비했던 김밥 남은 걸 점심으로 배부르게 먹었고, 친정집에서 따온 단감을 달게 먹은데 다 좋아하는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근사한 점심을 먹은 사람과 비교한다면 지지리 궁상에 초라해 보이겠지만 이 시간까지 점심도 못 먹고 일하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사실 인생이라는 게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것이라는 진리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것을 깨닫기는 쉽지 않는데 시끄러운 집에 사는 ‘피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피터 할아버지는 아주아주 낡은 집에 살고 있다.
침대는 삐걱거리고, 마루는 삐그덕거리고,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어 대고, 나뭇잎은 지붕에 떨어져 바스락거리고, 찻주전자는 피식피식 콧김을 내뿜는다.
시끌시끌한 걸 참을 수 없던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지혜로운 사람은 소를 들여놓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면서도 소를 들여 놓는다.
소는 음매음매 울고, 침대는 삐걱거리고, 마루는 삐그덕거리고,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어 대고, 나뭇잎은 지붕에 떨어져 바스락거리고, 찻주전자는 피식피식 콧김을 내뿜는다.
집이 더 시끄러워지자 할아버지는 지혜로운 사람을 다시 찾아가고 이번엔 당나귀를 들여 놓으라고 한다.
당연히 당나귀 소리까지 합쳐진 집은 더욱 시끌시끌해지고 지혜로운 사람은 찾아갈 때마다 양, 암탉, 개와 고양이를 차례로 들여 놓으라고 한다.

불만으로 가득 찬 피터 할아버지의 얼굴과 재미난 표정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다.
다소 어수룩한 피터 할아버지를 위해 근사한 대안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혜로운 사람의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쯤 내 놓은 의견은 지금까지의 불신을 한 순간에 없앤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편안히 잠이 들어 아주아주 조용한 꿈을 꾸는 할아버지를 보며 행복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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