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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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세상의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맞는 죽음이 두렵고 슬픈 이유는 바로 “끝”이기 때문이다.

다음이 없는 끝이기에 남겨진 사람에겐 회환과 후회의 눈물을 뿌리게 하고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벌써 20년 가까이 된 할머니의 죽음이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약 하디 약한 손녀 감기라도 들까봐 가슴 졸이고, 입 짧은 나를 위해 엄마보다 더 동동거리시던 할머니는 할머니 소원대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에 정말 주무신 듯 그렇게 가셨다.

그렇게 천수를 누리다 깨끗하게 가신 할머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돌아가실 때 쯤 되면 정을 떼고 간다는 옛말처럼 할머니가 돌아가실 즈음에는 왠지 할머니를 멀리했던 나는 지금도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함을 후회하고 있다.


다시는 볼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는 죽음이 너무 일찍 와 버린 재준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해 본다.

둘도 없는 친구 재준의 죽음 뒤 유미에게 재준의 일기가 전해지고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파란 표지 일기장의 첫 장에 쓰인 글에 유미는 쉽게 일기장을 넘기지 못한다.

전학 와 모든 게 낯선 학교에서 유미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재준이는 착하고 귀여운 모범생이었지만 유미는 소위 날라리가 불리는 여학생이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이성간의 사랑보다 더한 우정을 나누며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에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유미는 어렵게 재준의 일기를 읽어가며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재준의 비밀과 생각을 알아가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도 재준이처럼 눈을 감고 지금 내가 죽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먼지가 뽀얗게 내려않은 거실 바닥과 설거지통 속의 컵들을 씻어야 한다는 생각과 그까짓 것 나는 이미 죽었는데 하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동시에 머릿속을 빙빙 떠다녔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넋을 놓아 버릴지 아님 그러기에 매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할 지는 본인의 의지일 것이다.

아픈 엄마를 항상 가슴에 담고 너무나 착하게 살다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오토바이를 탔던 재준의 허망한 죽음이 한 없이 밉다가도  나는 이미 죽었어, 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았던 열여섯 소년의 삶이 아주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싶다.

유미는 몸이 자라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점점 재준의 기억은 반비례해져 점점 얇아지고 줄어들겠지만  영원히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렸지만 함께 친구를 기억해 주는 선생님과 슬픔에 빠진 유미를 안아주는 엄마가 있기에 유미에 내일은 좀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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