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5
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이주홍이라는 작가보다는 그의 작품 <메아리>를 먼저 기억할 것이다.

깊은 산골  아버지, 누나와 함께 외롭게 살던 돌이는 누나마저 산 너머로 시집을 가버리자 너무도 슬프다.

그런 돌이에게 새 식구인 송아지가 생기면서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에서 메아리를 부르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는 아련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모두 3편의 단편으로 엮어진 동화책은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중 ‘북치는 곰’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전혀 무섭지 않게 생긴 야광귀가 설날 저녁 인간 세상에 내려와 신발을 훔쳐간단다.

아버지도 형들도 실패한 신발 훔치기에 막내둥이 똘똘이가 나선다.

신을 잃지 않으려고 방안에 들여놓고 자기도 하고, 구멍 세기를 좋아하는 야광귀의 혼을 빼 놓을 체까지 걸어두기도 하는 걸 알고 있는 똘똘이는 속임수에 절대 말려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내려온 지구촌에서 돌똘이의 정신을 쏙 빼 놓은 게 있었으니.......

우리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그려진 하늘나라 야광귀이야기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에 쉽게 정신을 빼앗겨 버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은행잎 하나’는 성덕사 큰 절 늙은 은행나무에 달려 있던 노란 은행잎이 긴 여행 뒤 다시 그리운 어미 품으로 안기는 걸 보며 자식이 부모를 그리워하여 늘 제 낳은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순리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1930년에 쓰인 ‘우체통’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 만큼 왠지 가슴이 아려오는 이야기다.

빨간 우체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숙희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통 아래 땅속으로 연결된 구멍을 통해 상대방 쪽으로 저절로 닿게 된다고 믿고 있다.

어머니가 먹을 게 떨어져 외가로 양식을 얻으러 가던 날 밤 숙희는 엄마가 저 먹으라고 준 개떡을 일본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에게 보내려고 유지에 잘 싸서 우체통에 넣는다.

숙희야, 네가 보낸 개떡은 참 잘 먹었다. 어찌 그리 맛이 좋은지 아까워서 아까워서 두고두고 먹는다.’라는 아버지 답장을 기다리는 숙희 마음이 하도 예뻐 코끝이 찡해 온다.


소위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서 불리는 동화는 대부분 번역물들이다.

하기야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화인 마해송님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이 1923년에 쓰인 졌으니 그 짧은 역사를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 이유뿐이겠는가?

외국의 문화가 더 좋아 보이는 문화사대주의가 더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고루한 시절의 이야기로 스쳐지나갔을 동화가 ‘빛나는 어린이 문학’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거기다 빛나는 화가 김동성님의 그림이 곁들여 나왔기에 더 빛을 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한 세상에서 북치는 곰에 정신을 빼앗겨 버린 야광귀처럼 넋을 놓을 무언가를 찾아보고도 싶고, 무심히 바람 따라 움직이는 은행잎에 오래도록 눈길을 두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숙희의 순수한 마음을 잃고 산지 하도 오래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는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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