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낫짱이 간다 ㅣ 보리피리 이야기 2
김송이 지음, 홍영우 그림 / 보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초가을에 만난 낫짱은 우리 아이들을 좀 더 활기차고 씩씩한 마음을 가진 어린이로 변화시켰다.
아버지가 지어 주신 ‘가네모토 나츠에’ 줄여서 ‘낫짱’, 오사카조선 학교에 들어가면서 불리던 이름 ‘김하강’, 그리고 스스로 ‘김송이’라는 이름을 지은 작가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 조선인이다.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몇 해가 지난 1955년 4월부터 7월까지 일본에 살고 있는 조선 아이 낫짱의 용감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면 좀 더 편안하게 살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조센진이라 업신여기는 일본인에게는 ‘여자 깡패’라고 불릴 만큼 대찬 소녀다.
‘조선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다 같은 사람이잖아? 그치? 그래서 말야. 난 날 깔보는 애들하고 싸우는 거야. 나쁜 짓거리와 싸울 뿐이야. 난!’
이런 인생철학을 갖고 있는 낫짱이 3학년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선 사람을 심하게 차별했던 1,2학년 담임선생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해바라기 하타 기미코 선생님이 담임을 맡은 것도 기분 좋고, 가장 친한 친구 아케미짱이랑 한반이 된 것 도 기분 좋다.
하지만 시의원인 아빠만 믿고, 후카에 소학교에서 개구쟁이들 대장 노릇을 하는 고약스럽고 밉살스러운 데라우치가 한반인 건 못마땅하기만 하다.
동생 깃짱을 울린 와카바야시의 자건거를 넘어뜨리고 불알 까기로 더 큰 은혜(복수)를 갚는 용감한 낫짱을 보며 고소해했고, 가네타니를 ‘긴타마’라 놀리는 데라우치에게 은혜를 갚으려다 도리어 발가락을 다칠 때는 내 발가락도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늘 ‘정의롭고, 책임질 줄 알고, 남의 아픔을 제 아픔으로 여기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시는 낫짱의 아버지는 일본인 앞에서도 당당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신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재일 교포 어린이들의 생생한 생활 모습을 통해 그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을 전해 주고 있다.
가난한 살림에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어른들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오랜만에 만나는 항마님(할머니)을 보고도 항마님이 입은 한복이 맘에 걸려 단번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마음과 그런 항마님 품에서 줄줄 눈물을 흘리는 마음이 한편으론 짠해져 온다.
우리 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그 것도 우리를 핍박했던 일본 땅에서 살아야만 했던 조선인들의 삶에 왠지 숙연해 지는 기분이다.
종업식 전날, 학급회의 시간에 어렵게 용기를 낸 낫짱에게 박수를 보내며 일본 사람이나 조선 사람이나 사람은 다 같다는 선생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우리와 핏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어린이들에게 낫짱의 용기를 심어주고 싶고, 그런 차별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용감한 낫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