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내가 유안진님의 수필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무 때나 허물없이 찾아가 이야기할 수 있고, 뭐든지 나눠가져도 아깝지 않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다 된 요즘은 내 아이, 내 남편을 핑계로 그런 친구들을 잊고 지낸지 오래다.

바람 시원한 이 가을에 샬롯과 윌버로 인해 나는 잊고 지내던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무녀리로 때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윌버는 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펀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윌버는 펀의 삼촌인 주커만씨의 농장으로 보내지게 되고, 모든 게 불안하기만 한 윌버 앞에 거미 샬롯이 나타나 윌버를 돕게 되고 윌버는 오래도록 평안하게 살게 된다.


윌버는 무녀리로 태어난 보통 보다 떨어진 돼지였다.

하지만 펀의 사랑과 샬롯이 써 준 거미줄의 글대로 대단한, 근사한, 눈부신, 겸허한 돼지로 거듭나게 된다.

윌버가 멋진 돼지가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수고하는 샬롯에 우정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자신에게 왜 그렇게 잘 해 줬냐는 윌버에 말에 “너는 내 친구였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라는 샬롯의 말 속에 우정에 참 모습이 들어있다.

아무 조건 없이 그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었던 샬롯 같았던 내 어린 적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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