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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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시골에서 살았다.

지금도 여전히 엄마, 아버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농사를 짓고 계시고, 시댁 부모님 역시 농사를 짓고 계시다.

초등학교 때만해도 4km가 넘는 신작로를 비오는 날 빼고는 걸어 다녀야 했지만 힘든지 몰랐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아저씨 경운기를 만나 타고 오는 그날은 횡재하는 기분이었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말고는 다 놀면서 하루를 보내도 누구하나 꾸지람하지 않던 때였다.

봄이면 바구니 들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녔고, 여름이면 동네 앞 냇가가 놀이터였고, 가을이면 들로 나가 참새를 ?는 일도 재미있었다.

겨울이면 눈싸움에 눈사람 만들기, 썰매타기 등 찬 바람에 손등이 다 트도록 밖으로만 쏘다녔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때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과의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솔이 할머니 집은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이고 지금의 친정 모습 그대로이다.


아마도 솔이네는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할머니 혼자 시골에서 그리 많지 않은 농사를 짓고 계신 모양이다.

솔이 할머니는 분명 우리 엄마, 아버지처럼 자식이 도시로 모셔가려 하지만 ‘내 몸 성한데 와 느그한테 짐이 되노. 내는 여그가 좋다.’하시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이게 싸 보내는 걸 즐거움으로 삼으시는 분일 게다. 

그런 어머니가 항시 마음에 걸린 솔이 아빠는 특별한 일이 없는 휴일이면 찾아와 농사를 거드는 효자이고 솔이 엄마 또한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싫은 내색하지 않는 마음씨 고운 며느리이다.

그런 엄마, 아빠를 보고 자란 솔이 또한 같이 놀 동무가 없어 심심해서 시골은 싫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무지무지 좋아하고 시원한 물도 내다 드릴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다.


네 편의 이야기는 할머니 집에 가서 보낸 일상을 모습을 어린 솔이의 입을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꾸미지 않은 아이의 순순함과 잘 어우러져 읽는 내내 미소 짓게 해준다.

<내 감자가 생겼어요> 특별할 것 없는 것도 아이에게 ‘내 것’이라고 정해주는 순간부터 그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버린다.

거기다 보통의 하얀 꽃이 달린 감자가 아닌 자줏빛  꽃이 열린 감자가 솔이 것이라니 하루하루 감자 캘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한 이랑씩 잡고 감자를 캐는 솔이 가족이 보기 좋고, 어렸을 적 보았던 두더지도 반갑다.

어렵게 찾은 솔이 감자를 포기 째 뽑아보니 정말 특별한 솔이만의 자주감자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할머니 뒷집 사는 상구는 엄마, 아빠가 서울에 나가 살기 때문에 에 할머니랑 살고 있다.

솔이만 보면 숨어버리는 부끄럼쟁이 경상도 사나이 상구가 오늘은 큰 용기를 냈나보다.

또글또글한 망개를 먹어보라고  주기도 하고 망개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다음부턴 상구와 놀 수 있어 할머니 집도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말 잘 듣는 호박>모두 마루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청하는데 할머니는 살그머니 일어나 새끼줄을 챙겨든다.

수꽃만 피워 호박이 열리지 않은 호박 덩굴을 겁주기 위해 서다.

할머니가 가꾸는 것들은 모두 할머니 말을 알아듣는 다는 말에 솔이는 콩, 옥수수, 참깨 밭을 찾아다니며 할머니의 마음을 전한다.

<꼬꼬꼬, 닭이 아파요>상구네 닭이 설사병이 나 아프다.

걱정스러운 맘에 메뚜기, 지렁이도 잡아다 주고, 청소도 해준다.

할머니는 이질풀이 좋다는 말에 솔이는 밥을 먹다말고 상구에게 달려간다.

아이들의 정성에 닭은 차츰 나아가고 상구는 집으로 돌아가는 솔이에게 갓 낳은 달걀을 선물한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림이 솔이 또래 아이가 쓴 제목의 글씨와 잘 어울린다.

거기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 글과 툭툭 던지는 할머니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언제나 돌아가면 편히 쉴 수 있는 엄마 품 같은 고향이야기가 아이들에게도 할머니가 계신 곳 이야기이기에 정답기만 하다.

손자들 아까워 매번 간다는 연락을 드리면 하시던 일도 미루어두고 할 일 없다고 하시는 할머니 덕에 우리 아이들은 맨발 벗고 한 번도 밭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의가 힘들여 농사짓는 수고로움도 잘 모르고 시골 할머니 댁은 신나게 노는 곳으로만 안다.

지금쯤은 우리 밭에선 고추도 빨갛게 익었을 것이고, 콩 꼬투리도 여물어 갈 것이고, 고구마도 밑이 들었을 것이다.

다음번 할머니 댁에 갈 때는 솔이가 느꼈던 흙냄새, 땀냄새 나는 시골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선물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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