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함을 감사드리며...

일어나 ㅣ 작은도서관 22
문영숙 외 3인 지음, 박지영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푸른 문학상>을 받은 네 분의 작가가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여러 목소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믿음이와 환희] 손호경 글.그림

독특하게 안내견인 믿음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믿음이는 앞을 못 보는 환희의 안내견이 되어 환희의 눈이 되어 준다.

앞을 볼 수 없어 집밖에 별로 나와 본 적인 없는 환희였지만 믿음이와 지내면서 차츰 세상 속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믿음이 또한 낯선 아저씨에게 봉변을 당해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앞을 못 보는 환희와 다리가 불편한 믿음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꿈속의 방] 임문성 글. 성영란 그림

가인이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증이라 병에 걸린다.

그리고  엄마 뱃속에 있는 자신을 꿈꾼다.

가인이가 때어나기 전 보통의 부모님처럼 임신을 기뻐하는 엄마 아빠였지만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부모의 이혼이야기가 오가고 그로인해 가인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것이다.

가인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엄마는 아빠에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쩜 가인의 엄마, 아빠가 당장 예전의 사이좋은 부부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부모는 될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놓인다.

[일어나]문영숙 글, 박지영 그림

늘 태식이와 비교 당하는 민우는 태식이가 밉다.

태식이에게 뻐길 수 있는 건 인라인 스케이트뿐인데 그것마저도 위태롭게 느껴진다.

어느 날 인라인 스케이트 시합을 하게 되고 태식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려했던 민우는 태식과 함께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친 민우가 수술 후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의 사랑과 친구대한 미안함과 소중함을 알아가게 된다.

[새벽별]박혜선 글, 제소라 그림

낫기 힘든 병에 걸린 인호의 입원과 퇴원이 여러 번 반복되자 집안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고 한 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희진이가 병 때문에 눈이 멀게 되자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

동생 인영의 동요 대회 때문에 엄마도 집을 비우게 되고 인호 혼자 집에 남게 된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고 저녁별 뜨는 걸 보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런 소리하지 마라. 아픈 아그들 아니고 가만 앉아있는 아그들이 어딨냐? 아그들은 저라고 노는 게 건강하다는 거니까 그냥 놔둬라.”

개구쟁이 아들 둘을 키우는 딸이 친정 가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우리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한시도 가만 앉아있지 않은 아들들이 건강해서 열심히 뛰고 논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못 참고 “얌전히”라는 연발한다.

‘일어나’를 읽으며 가슴이 찡 해짐과 동시에 내가 얼마나 큰 복을 타고난 엄마인지 새삼 느껴본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부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 책에 나온 아이들은 감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다.

오랫동안 아픈 체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언제인가 그들도 벌떡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믿음이와 환희는 지금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 것이고 가인이도 가인이의 아픔을 알게 된 부모님 덕분에 기면증쯤은 잊어버리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민우 또한 태식이와 사이좋은 친구가 돼 있을 것이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 인호도 병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마음과 몸이 아픈 모든 이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금의 아픔을 꿋꿋하게 견뎌내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