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간 참새 그림책 보물창고 18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70년대에 농가 소득 증대와 식용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여 온 황소개구리의 현재 모습을 보면 필라델피아의 참새는 지금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존 바슬리는 어린 시절 고소한 참새구이를 먹을 욕심에 참새를 잡으러 나섰다가 우연히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키우기 시작한다.
존의 새끼 참새는 수백 마리의 벌레를 먹고도 늘 배고파했지만 존에게 참새들과 친구가 되는 기회를 준다.  

어른이 된 존은 미국에 가서 성공해보리라 마음먹고 참새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대서양을 건너는 길고도 험난한 여행을 한다.
필라델피아에서 페인트공이 된 존은 어느 봄날 아침 페인트를 칠하다 등에 자벌레가 떨어지자 놀라서 사다리에서 떨어져버리고 만다.
사방이 온통 자벌레 투성이었지만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치, 굴뚝새, 유럽울새나 개똥지빠귀들은 자벨레를 잡아먹지 않았다.

다급해진 시의회에는 남자들과 아이들을 동원해 자벌레 퇴치단을 만들어 잡고 또 잡아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자벌레 잡을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던 존은 먹성 좋은 영국의 참새친구들을 떠올리게 된다.
시의회에 나가 영국의 참새를 데려올 계획을 말하지만 확실하지 않는 제안에 거절당하게 된 존은 혼자서 영국으로 참새를 데리려 간다.
그리고 고향의 참새 천 마리를 데리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우중충한 겨울날 미국에 도착한 참새들은 겨우내 포근하고 따뜻한 존의 집에서 보내게 된다.
봄이 오자 많은 사람들은 자벌레를 잡는 참새를 기대하지만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품는 동안 자벌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얼마 후 알에서 새끼 참새가 깨어나는 순간 어미 참새들은 수천 마리의 자벌레를 잡아다 새끼들에게  먹이기 시작한다.

존의 예상대로 필라델피아에는 점점 자벌레가 사라지자 존은 ‘참새 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참새들과 사람들 모두 행복해 진다.
그 후 자벌레가 없어진 필라델피아에 사는 사람들은 자벌레를 퇴치해 준 참새의 고마움도 깡그리 잊고 “시끄러운 참새들 때문에 귀찮아 못살겠어.”라고 투덜대기 시작하지만 존과 참새들은 여전히 행복했다.

분명 주인공 존과 참새가 사람들의 말 따위에 맘 상해하지 않고 늘 좋은 친구로 지내는 해피한 이야기 끝이지만 마지막장을 읽으면서는 입맛이 씁쓸하다.
우리나라도 많은 외래종을 필요에 의해서 들여오기도 하고, 언제 누구에 의해서 들어온 지도 모르게 들어와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있기도 한다.

그 중 어떤 생물은 귀화하여 우리 것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종은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지기도 하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처음엔 우리가 필요해 들여왔으면서도 이제는 개체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소용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또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없애고 있으니 얼마나 인간이 원망스럽겠는가?
지구상에 생물들 중  최고의 생태파괴자는 바로 우리 인간인데 다른 생명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할 것이다.

마지막 장의 씁쓸함이 있지만 그보다  즐거움이 훨씬 크기에 아이들과 몇 번이나 읽어 보았다.
작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인물들이 모두에게 위인이라고 추앙 받는 이들이 아니기에 더 매력적이다.
익살스러운 그림과 꿈인지 생시인지 확실하지 않은 참새들의 회의를 들으며 웃었고, 참새들의 현재를 생각하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새들이 더 이상 영국에서 이민 온 이방인 참새가 아닌 미국에 사는 새의 일원으로 대접 받으며 열심히 자벌레를 잡아먹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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