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의 고별교향곡 - 보고 듣는 클래식 이야기 02
애너 하웰 셀렌자 지음, 조앤 E. 키첼 그림,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알고 보면 정말 악질이 아닌 이상 나쁜 사람은 별로 없다.

뭐 사람뿐이겠는가?

알고 보면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지루하고 따분하던 클래식 음악도 그중 하나인 것 같다.

왠지 어렵고 듣다보면 졸리고, 하나도 재미없는 클래식이 곡에 얽힌 사연을 듣는 순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면 과장이 좀 심하다고 하려나?


토요일, 처서가 지나서인지 한낮인데도 바람이 시원해 가을 느낌이 살짝 났다.

방학이 끝나가는 지라  학교 갈 준비에 바쁜 아들들을 보고 있으려니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맘 같아서는 숙제 그냥 해가지 말까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슬쩍 아들들 쉴 틈을 주기로 했다.

커다란 쿠션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 오디오에 시디를 올리고는  볼륨을 적당히 키운 다음 아들들을 양옆에 두고 ‘하이든의 고별교향곡’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읽기 전 하이든이 오스트리아 유명한 작곡가라는 사실과 이 책은 하이든이라는 작곡가의 일생이 아닌 ‘고별교향곡’이 작곡되기까지의 재미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니콜라스 왕자의 궁전 악단의 악장으로 여름이면 왕자를 따라 헝가리에 있는 여름별장에서 지내게 된다.

1772년 그해에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가까워 오는데도 여름별장을 떠날 생각을 않는 왕자 때문에 향수병에 시달리던 악사들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파파(아빠) 하이든’이라 불릴 만큼 친절한 악장 하이든은  가족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악사들의 사연을 왕자에게 알리지만 묵살당하고 만다.

흥분한 악사들을 간신히 진정시킨 하이든은 좋은 방법을 궁리하느라 애쓴다.

드디어 동료 악사들의 감정을 왕자가 이해할 만한 교향곡으로 완성한 하이든은 악사들과 연주를 시작한다.


왕자는 음악을 들으며 악사들의 불만을 느끼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악사들의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네 번째 악장이 시작되면서 연주자들은 하나하나 연주를  멈추고 자신의 촛불을 끄고 퇴장을 하기 시작한다.

모두 떠난 텅 빈 무대를 바라보던 왕자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일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선포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게 강한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해님이듯이 왕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악사들의 불만의 소리가 아닌 하이든의 음악이었다.

이 책은 재미있다.

아이들이 클래식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는 여럿 있겠지만 가장 먼저 재미있어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그림과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왕자가 느끼는 감정 변화를 그림의 색상으로 활용한 것도 독특하다.

다른 위인전과 차별화되지 않은 하이든의 일생에 치우친 내용이었다면 아이들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워했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곡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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