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도시락 1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년 학기말이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선 어머니독서회를 중심으로 1.2학년 대상 그림책 읽어주기 행사가 있다.

선생님이 아닌 엄마들이 책 선정을 시작으로 여러 날의 준비 끝에 하는 수업이라 참가하는 회원 모두가 떨리고 긴장한다.

올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은 똥떡<언어세상>이었는데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도서실 문을 나서는 녀석들 입에선 너나없이 “똥떡~똥떡~”을 외쳐대니 그간의 수고는 눈 녹듯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다보면 우리아들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저분하고 어른들에게는 거북하기만 한 소재의 이야기에 열광한다는 걸 알게 된다.

똥, 방귀, 오줌 같은 생리현상뿐만이 아니라 천하에 말썽쟁이, 개구쟁이들 이야기에도 깜빡 죽는다.

아마도 자신들은 맘만 먹지 실천하지 못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해대는 주인공에게서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 때문일 것이다.


프래니 케이 슈타인!!

이름에서부터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연상되는 프래니는 대부분의 말썽쟁이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남자가 아닌 여자아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눈엔 힘을 잔뜩 주고 실험기구를 들고 있는 프래니의 표지 그림에 마음을 뺏기며 대단한 엽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긴다.

어둡고,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방을 좋아하는 프래니는 거미와 박쥐를 친구삼아 엽기적인 과학실험을 즐기는 아이다.

이런 프래니가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하자 셀리 선생님은 안타까워하며 친구 사귀는 걸 과학 실험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선생님의 이 단 한마디 충고는 프래니를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된다.

과학 실험이란 게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바로 프래니는 실천에 옮겨 친구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 관찰을 토대로 변신 약을 개발해 보통의 아이로 변신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순간도 잠깐 프래니가 버린 도시락이 게호박괴물로 변하게 되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자 본래의 엽기 과학자 프래니로 돌아와 멋지게 괴물을 물리친다.


엽기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찾아다님’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요즘 엽기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개성을 뜻하기도 한다.

프래니는 보통의 여자아이들처럼 예쁜 인형을 가지고 놀지도 않고, 점심 메뉴도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다른 친구들에게 엽기적이고 불편함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들에게 자신을 맞춰 나간다.

또 모두가 곤경에 빠지게 되자 친구들의 사이가 다시 벌어질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엽기과학자로 돌아고 친구들은 프래니를 있는 그대로의 프래니로 인정해 준다.

또한 프래니의 개성을 그대로 인정해주시며 “난 네 진짜 모습이 좋단다.”라는 선생님이야 말로 참교육자의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의 지은이 짐 벤튼은 작가이자 만화가로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이 꿈꾸는 엽기를 그리고 있다.

그림 또한 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유쾌하고 세련됐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이 가장 열광했던 건 잡지도 아닌 동화책을 점선을 따라 자른다는 사실이었다.

몇 번을 망설이며 자르더니 넘길 때마다 새롭게 탄생하는 괴물을 보며 즐거워한다.

어른들이 정한 규칙에서 살짝 빗겨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나와 다른 모습을 인정하기를 배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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