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뱀 보리 어린이 첫 도감 1
도토리 지음, 이주용 그림, 심재한 감수 / 보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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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감을 구입한 게 큰애가 한살이 되기 전이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도감이라고 말하기도 좀 거시기한 조악한 사진들로 꾸며진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동물원이나 들로 산으로 나가지 않아도 웬만한 동식물의 이름을 막힘없이 말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두고두고 오랫동안 볼만한 괜찮은 도감을 찾다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된 도감을 처음 만나게 됐다.

그렸다고 하기엔 너무 놀라운 그림이라 혹 사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만큼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들이었다.


사진이나 세밀화로 제작된 두 종류의 도감 중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세밀화로 된 도감이다.

사실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찍는 일 또한 세밀화 한 장을 잘 그려내는 일만큼이나 수고스럽고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 잡기에는 어려운 동물이나 식물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게 세밀화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밀화로 된 도감을 선택했다.

그런데 유아용이 아닌 초등학생이상이 볼 수 있는 도감이라는 게 부피도 부피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설명하는 글이 딱딱하다보니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뭐 본디 동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을 해야 하는 법은 없지만 나중엔 학교 숙제나 그림 보는 재미에 가끔 들여다보는 책으로 전락하는 게 못내 섭섭했다.


세밀화면서도 좀 더 재미있고 완독을 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도감을 찾다 맞춤인 책을 발견했다.

그 이름 하여 <보리 어린이 첫 도감 1>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개구리와 뱀’이다.

세밀화로 그린 우리 양서류와 파충류라는 부제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산하에 살고 있는 양서류 14종과 파충류 17종이 들어 있다.

본디 우리나라엔 양서류가 18종, 파충류가 20종쯤 살고 있는 데 이 책에서 빠진 건 북녘에서 살거나 아주 드물어 보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하니 실물을 보지 않고는 그리지 않았다는 뜻이니 세밀화에 더 믿음이 간다.

3년 동안 강원도 산골짜기부터 온 나라를 다니며 그린 세밀화에 학자뿐 아니라 환경 지킴이, 땅꾼 아저씨,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하는 말까지를 귀 기울여 듣고 쉽고 재미있는 입말로 정리하여 도감이 아닌 한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양서류에 속하는 도롱뇽과 개구리를 시작으로 해서 파충류인 거북, 도마뱀, 뱀 종류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보통의 도감보다는 훨씬 큰 판형의 책 속엔 특징을 잘 잡은 말 한마디와 북녘이름, 사는 곳, 먹이, 나오는 때와 몸길이까지 친절하게 적어두었다.

거기다 양서류의 알 낳기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도 차분하게 정리해 주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골치 거리가 되어버린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까지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총괄적인 우리나라 양서류와 파충류에 대해 정리해 주어 다시 한번 내용 다지기에 들어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거북스러운 엄마와는 다르게 팔딱거리고, 미끄덩거리고, 축축하고, 어떤 녀석은 독까지 품고 있는데도 아이들 눈에는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새알도둑 누룩뱀이 알을 품고, 아무르장지뱀이 적을 홀리려고 제 꼬리를 스스로 자르고, 그 잘린 꼬리가 다시 천천히 생기면 그 새로 난 꼬리는 다시는 못 끊는 다는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신기하다.

거기다 덤으로 앞뒤 면지에 책을 읽고 난 뒤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와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들키지 않고 충족시켜줘 금상첨화였다.


서점에 가 보면 동식물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수많은 도감과 백과사전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는 열대우림부터 극지방까지 신기한 생명체들이 들어있지만 왠지 우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에 눈길이 먼저 간다.

대단한 애국자도 그렇다고 국수주의자도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먼저 우리 주위에 있는 우리 것을 보여 줘야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세계인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우리 것을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밤이면 개구리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고 키 큰 풀밭이라도 지날라치면 긴 막대가 필요했고, 모내기철이면 물 가득 채워 놓은 논을 물뱀이 미끄러져 지나가곤 했었다.

이제는 농촌에서도 보기 어려운 개구리나 뱀들을 아직은 화가 이주용님처럼 예쁘고 귀엽게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져간다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함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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