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올 들어서만 “주몽”이라 제목이 들어간 책이 스무 권 가까이 출간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를 비롯해서 역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몽의 연인 ‘소서노’까지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의 기획이 먼저인지 드라마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월.화요일 밤에는 거대한 스케일의 드라마도 만날 수 있다.

요동 벌판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중국 동부 지방을 거의 차지했던 700년의 찬란하고도 힘찬 역사를 가졌던 나라가 바로 고구려다.

그런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각광 받고 있는 이유는 현실의 우리의 무기력감을 없애줄만한 용감무쌍함과 지칠 줄 모르던 기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우리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야욕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정신에 발로가 아닌가도 싶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이야기는 꼭 역사서가 아니더라도 옛이야기로 많이 들어 왔다.

<부여왕 금와를 만나 궁궐에서 지내게 되던 하백의 딸 유화가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받아 잉태하여 큰 알을 낳게 되자 이를 기괴하게 여겨 그 알을 마구간에 버려도 보고, 깊은 산속에 버리기도 하지만 모든 동물들이 알을 보호하자 금와는 그 알을 유화부인에게 돌려주게 되고 그 속에서 주몽이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활을 잘 쏘았던 주몽은 금와왕의 맏아들 대소에게 쫓겨 엄수를 건너야 할 때 다리가 없자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니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놓아주어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되고 비류수 위에 초막을 짓고 고구려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이렇듯 신화 속에 등장하던 주몽이 새의 알이 아닌 아리수의 아리였다는 새로운 작가의 해석에 의해 탄생한 이야기는 주몽을 범접할 수 없는 신화 속 인물이 아닌 역사 속에 존재했던 대왕인 주몽으로 만나게 한다.


사실 광개토대왕비나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구려의 건국신화는 단 몇 줄에 불과하다.

오래되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그 시대의 생활모습이나 인물을 살리는 것은 작가의 역량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니 만큼 작가의 권력(?)은 대단할 것이다.

박혁문의 역사소설 <주몽>을 읽으며 스스로도 기획된 삶이라고 정의 내렸던 주몽의 일생에서는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우가족 출신 부족장의 머슴이 되어 부모형제도 없이 천애고아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묵거를 만나 무술을 익히고, 사냥꾼이 되고, 다시 궁에 돌아오는 과정 모두가 철저히 계획된 삶이라는 점이 약간 허탈해지기까지 했다.

오이, 마리, 협보라는 동지와 재사, 묵거, 무골이라는 선비들이 없었다면 과연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그래서인지 단군 해모수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범한 삶이 아닌 고난을 이겨나가는 계획된 삶을 사는 주몽보다는 그 시대의 여장부였던 소서노가 훨씬 눈길을 끌었다.

남편이 죽자 자신의 재산과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 그 당시 보편적으로 행해지던 ‘형사취수제’라는 혼인 제도를 묵살하고 주몽을 택해 나라를 일으킨 모습은 강인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거기다 유리와 예씨의 등장으로 설 자리가 없어지자 과감하게 물러날 때를 아는 결단력에는 절로 박수를 보낼 만 했다.

그렇듯 강인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그녀의 아들들인 비류와 온조가 백제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화와 설화 속에 등장하던 주몽이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를 그리워하고 예씨와의 혼인과 더불어 평범한 일상 속에 안주하다 대소에게 쫓기게 되는 상황과 한때는 자신의 조력자요 동반자였던 소서노와 예씨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특별해서 황당하게만 들리던 전해져 오는 옛이야기 속의 인물이 아닌 작은 일에도 고뇌하고 편안함을 좇는 우리 모습과 흡사한 보통의 인간의  모습이라 친밀감이 들었다.

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버린 고구려의 영토를 돌려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반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라는 게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닌 현재로 이어지는 연속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바라건 데 잊혀졌던 고구려의 역사가 한때의 유행처럼 반짝하고 마는 것이 아닌 진취적이고도 도전적인 우리 조상의 기상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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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6-0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 묶어서 제목 안 보여용~~ ^^

초록콩 2006-06-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