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으로 말해요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6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고 때론 공해가 되기도 하는 소리가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까?

TV도 라디오도 켜지 않고 혼자 깨어있는 이 시간에도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 컴퓨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등이 둥둥 주위를 떠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면 깜깜한 어둠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듯이 정적 또한 공포로 다가올 것 같다.


리자는 어려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면 누군가 서 있는 걸 보며 엄마는 진짜 요술쟁이라고 생각한다.

청각장애인인 자신도 엄마처럼 요술을 부려보고 싶지만 리자의 주문은 번번이 실패한다.

그런 리자가 어느 날 놀이터에 나갔다가 수화를 하는 토마스를 만나게 된다.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토마스는 말과 수화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리자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사이에서 통역을 하게 되고 함께 어울린다.

아이들 눈엔 바보 같은 손짓으로 보였던 리자의 행동이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또 다른 언어임을 알게 되고 지화와 수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된다.

아이들은 청각장애인를 대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듣고 한층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장애인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라서 우리 아이 반에도 정신지체아가 한명 속해 있다.

혹 우리 아이가 다른 애들에 휩쓸려 그 아이를 놀리거나 괴롭힐까봐 항상 주의를 주고 있는 데 어느 날 아이가 하는 말이 도와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나도 아이에게 몸이 불편한 친구는 항상 도와줘야 된다는 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어려움이나 괴로움 고통 같은 것을 그려내는 동화는 간혹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일상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다룬 이야기는 처음이지 싶다.

청각장애인은 절대 뒤에서 손대면 안 된다든지 말을 걸기 전에 어깨나 팔을 가볍게 똑똑 두드려야 하고, 말 할 때는 항상 얼굴을 바라봐야 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모르던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이에게 장애인하면 생각나는 게 뭔지를 물었다.

가엽고 불쌍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누군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의 아이의 이야기는 조금 불편할 뿐 우리처럼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음악을 느끼고 입이 아닌 손으로 말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리자의 당찬 모습에서 아이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옳은 게 아님을 느낀 모양이다.

장애인은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조금 불편함을 안고 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아이와 진지하게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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