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책 보물창고 16
이브 번팅 지음, 로널드 힘러 그림, 이현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하루가 스물네 시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시간의 의미나 길이는 다를 것이다.

여기 특별한 하루를 보낸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직과 책임, 노동의 참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프란시스코와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는 멕시코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영어도 할줄 모른다.

어려운 살림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야하는 할아버지를 따라 프란시스코는 이른 아침 인력시장에 나와 있다.

프란시스코는 넉살좋게 어른들을 제치고 정원일 할 사람을 찾는 벤 아저씨에게 할아버지가 정원 일에 익숙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자리를 얻는 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평생해온 일은 정원일이 아닌 목수일이다.


프란시스코와 할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일당으로 받을 육십 달러를 엄마에게 드릴 생각에 부지런히 잡초를 뽑는다.

일을 다 끝내고 벤 아저씨를 기다리는 그들 앞에 나타난 아저씨는 큰 충격을 받고, 하루 종일 한일이 헛일이 돼버린 걸 알게 된다.

할아버지와 프란시스코가 뽑은 것은 꽃나무들이었고, 남겨 두었던 건 잡초였던 것이다.

프란시스코의 통역으로 상황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지고 내일 다시 나와 꽃나무를 심어 놓겠다고 한다.

할아버지 결정이 못마땅하기만 프란시스코에게 할아버지는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일당을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벤 아저씨의 제의에도 내일 일을 다 끝내고 받겠다는 할아버지 의 말씀에 벤 아저씨는 훌륭한 일꾼은 단 하루가 아니라 언제든지 고용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고단하기만 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감동과 함께 서글픔이 다가왔다.

우리 주변에도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기에 프란시스코가 거짓말을 해서라도 일자리를 얻은 게 기뻤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수영장 물소리에도 일 끝내고 받을 일당으로 기뻐할 엄마 생각에 더위도 참고, 어깨와 팔이 아파오는 걸 견디는 아이가 짠해졌다.

내가 할아버지였다면 제대로 일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던 벤 아저씨를 탓했을 것이고, 어떻게든 일당을 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는 할아버지의 우직함 때문에 더 큰 걸 얻을 수 있었다.

정직하게 일하고, 책임을 다해 일을 마무리했을 때 비로소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할아버지에겐 더 큰 기쁨이 기다린 것이다.

만약 할아버지가 하루 일당을 받아내는 것에만 급급했다면 할아버지와 프란시스코의 하루는 그저 그런 재수 없는 날이 됐을 것이다.


큰 사고가 없다면 수십 년을 살아갈 우리 인생에서 하루는 찰나 같은 시간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오늘 했던 무심히 행동과 말들로 인해 일생의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음을 알기에 하루, 한 시간, 일분, 일초가 소중한 것이다.

노을이 곱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프란시스코와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오늘 하루가 특별했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읽은 나도 특별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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