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서 지원이와 병관이 1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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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노란 은행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좋은 가을날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에 갑니다.

“야! 같이 가. 엄마가 누나 말 잘 들으라고 했잖아!” 누나 지원인 처음부터  동생인 병관이에게 엄마처럼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네요.

엄마 없이 단둘이 처음 타보는 지하철인데 시작부터 오늘 여정이 험난할 것 같지요?

강아지도 구경하고, 기다란 계단을 내려와 표를 끊고 개찰구를 빠져 나갑니다.

병관이가 표를 가지고 도망가다가는 잃어버릴 것만 같고,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지하철에서 병관이는 앞 못 보는 아저씨에게 자신의 차비를 드리기도 하는 예쁜 마음을 보여 주기도 하네요.

갈아탈 역에서는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지만 바꿔 탄 지하철에서는 어느새 솔솔 잠이 들고 맙니다.

자고 있는 지원이를 아줌마가 깨워주고, 무사히 내릴 역에서 내리지만 역시나 병관이는 혼자서 쌩하니 할머니 댁으로 달려가 버립니다.   

 

신나기만 한 동생과  무사히 할머니 댁에 가야 하는 책임감에 제 나이보다 한껏 의젓한 누나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한 그림에 여러 번 웃음이 나왔습니다.

천방지축인 병관이도 환승역에서는 누나를 잃어버릴까봐 얌전하게 누나 손을 꼭 잡는 모습도 귀엽고, 지하철에서 잠깐 자는 꿈은 근사하기만 합니다.

지하철 안의 가지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구경도 즐겁기만 합니다.

내릴 역이 가까워 깨우는 누나의 조급한 마음도 모르고 병관이는 옆에 앉은 아저씨 팔에 기대여 세상모르고 자는 모습도 누나와는 대조적입니다.

거기다 얼른 깨어나지 않는 병관이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옆구리를 꼬집는 데 속도 모르는 동생은 불같이 화를 내네요.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병관이는 이제부터는 할머니 댁을 찾아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같이 가지는 누나 말은 무시한 채 혼자서 쌩 가더니 저 헌자 꾸역꾸역 전이며 새우튀김을 먹고 있네요.

“수고했다, 지원아, 동생 데리고 오느라고.” 엄마의 말 한마디에 이제까지 잘 참았던 속상함이 봇물처럼 터져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도록 울어버립니다.

누나 맘도 모르는 병관이를 냅다 걷어차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함께 웃게 됩니다.


우리 집 두 아들도 같은 엄마에게서 태어났어도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여리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꼼꼼한 큰애와는 다르게 둘째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로 귀여운지 알고 누구라도 제 형 칭찬을 하면 자기도 꼭 칭찬을 들어야 하는 욕심쟁이에 고집도 쌔고 느긋하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학교 갈 때 면 빨리빨리 입에 달고 있는 엄마 속도 모르고 둘째는 밥도 천천히, 사과도 하나 더, 세수도 느릿느릿.....

할 수 없이 형이 먼저가고 나서고 서두를지를 모르지요.

학교가 끝나서 형은 오자마자 아침에 함께 등교하지 않은 동생이 지각을 했는지부터 묻지만 동생은 자구 딴소리만 해 형을 속상하게 합니다.

역시 형은 형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누나만 믿고 마음 놓고 행동하는 병관이와 혹시나 동생을 잃어버릴까 쩔쩔 매는 지원이는 우리 아이들 모습 그대로라 더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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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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