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뭐해요?
홍진숙 지음, 김지윤 그림 / 여우고개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잠자리에 들기 전 항상 하는 일이 바로 책 읽어주기였습니다.

가끔은 귀찮기도 했지만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잠 못 드니 아이들이 예뻐 목 아픈 것쯤은

참고 즐거워 할 수 있었지요.

지금도 작은 애를 위해 읽어주기는 하지만  예전의 열의가 잦아든 것도 같아 가끔 반성을 하게 되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잠자리 책을 읽기시작한 건 큰애가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같은 데 그때는 대부분 번역물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많이 자라버렸는데 참 괜찮은 유아용 bed time book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린 “해님 뭐해요?”입니다.


몇 해 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영국의 어린이 프로가 있었죠?

바로 텔레토비라고.

그때 등장하던 아기얼굴의 해님을 떠오르게 하는 책입니다.

코발트블루의 전체적인 색상에 연두와 노랑이 섞인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는 발그레한 얼굴로 무슨 꿈을 꾸는 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해님과 반짝이는 별님 아래 잠든 오리가족의 그림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물감의 번지는 성질을 이용한 그림의 나른하고 포근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거기다 힘센 해님이 아닌 아기인 해님이라니 아장아장 걷는 아가 같아 살짝 깨물어주고 싶은 만큼 귀엽네요.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님에게 동물친구들이 따라가며 묻네요.

“해님 해님, 해님은 집에 가서 뭐해요?”

뽀독뽀독 세수하고

냠냠냠 밥 먹고

삭삭삭삭 이 닦고

홍알 홍알 책을 읽어요.

흉내 내는 말을 읽는 재미도 아주 좋습니다.

거기다 아하암 하품도 하고, 물 한 모금 꼴-깍 마시고, 꼬-자는 해님은 우리 아이들 모습입니다.


짧은 내용의 글이지만 그림 구경에 1학년 아이도 입이 헤 벌어지네요.

잠들기 전에 읽어주는 책이 좋은 건 행복한 꿈꾸는 걸 도와주고, 한글공부와 언어 발달 등 학습효과도 뛰어나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모든 건 덤으로 얻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꼼지락거리는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읽어주는 책은 아이가 세상에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옆에 있다는 걸 느끼며 잠드는 것이니 그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입니다.


새 책이 생기면 의식처럼 하는 이름쓰기를 마친 작은 아들에게 위층 아기 있는 집에 선물하자고 했더니 입을 쭉 내미네요.

나중에 제 아들에게 줄 거라고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아들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때쯤이면 쪼글쪼글 할머니가 되겠지만 그리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빠가 좋아했던 아빠 이름이 적혀 있는 책을 손자에게 읽어준다면 그게 바로 제가 꿈꾸는 할머니의 모습이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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