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림책 보물창고 10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게 두렵다.

올해 야심 차게 시작한 일이 아이 학교의 ‘독서사랑회’ 모임이었다.

아이들 독서에 관심이 많은 모임의 엄마들은 나이도 비슷비슷했고, 아이들의 학년이 같은 엄마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매주 만나다시피 했던 엄마들이었지만 독서토론을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불안했고 토론회 자리에 가서는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게 1학기가 끝나갈 무렵 2학년 한 학급의 1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고 난 1시간 수업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그 날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난 그날 내가 들어간 아들반 아이들 앞에서 1시간 내내 버벅거리며 진땀을 흘렸다.

단지 그림책 한권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었는데....

그리고 결심했었다. 다시는, 다시는 앞에 나서지 않겠다고.


엄마를 닮아서인지 큰아이는 죽어도 나서는 걸 싫어한다.

몇 개월 동안 준비한 재롱잔치에서도 신나하거나 열정적인 모습이 아닌 그저 시켜서 마지못해 따라하는 수준인 아들을 둔 엄마인지라 주인공이 되고 싶은 토미는 부러울 뿐이다.

전교생 앞에서 하는 유치부 학예회연극이 ‘피터 래빗’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토미는 제목을 듣는 순간 자신이 주인공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한 토미는 선생님께 여러 번 지적을 받게 되고 그 벌로 대사 한마디 없는 여자 토끼 ‘맙시’역을 맡게 된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고 토미는 주인공 피터가 하는 대로 따라하기 시작한다.

모든 시선은 토미에게 쏠리고 주인공보다도 더 큰 박수를 받게 된다.

연극이 끝나고 엄마는 토미에게 ‘피터 래빗’의 주인공은 피터이지 맙시가 아니라며 선생님과 피터역을 맡은 조니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피터는 엄마 말씀대로 사과는 하지만 자신을 보며 즐거워했던 사람들과 박수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고 다시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


인생을 흔히 연극에 비유한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연극에서 엑스트라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환호와 함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주인공이고 싶어 한다.

엄마의 눈으로 읽은 토미의 이야기는 아이가 항상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나에게 한 박자 쉬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토미처럼 연극의 조연을 맡은 내 아이가 다른 배우의 박수를 다 빼앗을 만큼 무대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아이가 기특해 보이기만 할 것 같다.

그런데 토미엄마는 달랐다.

아이의 잘못이 무엇인지 집어주었고 사과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아이에게 꼭 주인공이 돼야한다는 강요가 아이에게는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을뿐더러 조연도 나름의 위치가 있고 세상 삶들이 모두 주연으로 꽉 찰 수는 없다.

아이가 나중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고 실망하여 주저앉거나 아니면 비열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때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말은 토미 엄마가 토미에게 했던 이야기에 정답이 있지 않을 까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로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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