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 그림책 보물창고 8
게리 D. 슈미트 지음, 이현숙 옮김, 빌 판스워스 그림, 나다니엘 호손 원작 / 보물창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큰 바위 얼굴’을 처음 읽었던 게 벌써 이십년이 훌쩍 지났다.

그 글속에서 특별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은 없지만 교실에서 바로 보이던 월출산을 자주 올려다보게 한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무심히 보아오던 온통 바위투성인 월출산의 봉우리가 사람의 옆얼굴을 닮을 건 같았고 내 자신 어니스트가 되어 고귀한 인물이 우리 고장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 인물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잊고 있었던 국어책 속의 주홍글씨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짧은 소설이 이제는 선 굵은 멋진 그림과 함께 우리 앞에 재등장했다.

더 이상 그 순수한 눈으로 월출산을 올려다보던 소녀는 없지만  소녀가 낳은 아이들이 작가를 외우는 수고로움도 필요 없고, 국어시험 같은 것은 아예 떨쳐버린 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멋진 그림과 함께 큰 바위 얼굴이 새롭게 탄생했다.

어른이 되어 읽은 새로운 모습의 책은 변한 모습만큼이나 전혀 다른 감흥을 던진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고귀한 인물이 나오리라는 예언을 믿고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앞에 부을 상징하는 인물인 재력가 ‘개더 골드’와 권력을 상징하는 장군 ‘블러드 앤 썬더’와 명예를 상징하는 웅변가이자 사상가인 ‘올드 스토니 피즈’ 라는 인물이 각각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세 사람에게 환호하고 열광했듯이 인생의 긴 여정의 중간쯤에 선 나는 마을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러러 봤던 돈을 많이 갖고 싶고 권력을 쥐고 싶고 명예를 부러워하고 있다.

진정 마을 사람들이 우러러 봤던 것 세 사람의 성품이 아니었다.

개더 골드가 마을 사람들에게 뿌리던 동전과 거대한 저택,  블러드 앤 썬더 장군의 어깨에 반짝거리는 견장과 올드 스토니 피즈의 명성만을 우러러 봤을 뿐이었다.

많았던 돈도 한 순간에 없어질 수 있고,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시간 앞에서는 허망함으로 남는다.

아무리 크고 멋진 명예도 그 명예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마을이 점점 커져가고 많은 영웅들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허망하게 떠나가는 동안에도 성실한 농부인 어니스트는 더 알찬 수확을 거두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지었으며, 이웃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살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욕심 없고, 자연스럽고 정직한 삶을 살아왔기에 어니스트의 생이 빛나 보이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부와 권력, 명예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름만큼 자신의 삶에 정직했던 어니스트의 빛나는 삶이 모든 일에 서두르기만 하는 나에게 제동을 걸어주었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아이들에도 최선이 아닌 최고만을 주문했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불행에 밀어 넣기도 했다.

어니스트의 삶은 푸른 강둑을 따라 흐르는 물같이 자연스러웠고, 항상 미소 띤 얼굴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했듯이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삶일 것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 모두가 큰 바위 얼굴을 갖고 있지요.”라는 부드러운 어니스트의 음성이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