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
김순한 지음, 정태련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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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숲속이에요.

맑은 샘물, 눈 녹은 물이 바위 밑을 흐르고

간밤에 내린 비가 한데 모여 가느다란 물줄기를 이루어요.

골골 흐르다 땅속에 숨고 골골 흐르다 땅 위로 나와요.

바위를 돌아 나무뿌리 풀뿌리를 적시며 먼 길을 떠나요.


제 아무리 크고 깊은 강이더라도 처음 시작은 이러하다

시댁인 담양의 가마골에 가면 용소라는 곳이 있다.

크지 않은 물줄기들이 모여 폭포를 이루고 그 작은 폭포아래 연못이 바로 용소이다.

그곳은 나주평야를 적시고 무안, 영암을 지나 목포 앞바다로 흐르는  영산강의 시원(始原)이 되는 곳이다.

모든 강의 처음은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너른 들을 적시고 그 끝은 바다로 이어진다.

여행 가방도 꾸릴 필요 없고, 경비도 필요 없고, 준비물도 필요 없다.

그저 책한 권과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 강물을 들여다 볼 마음만 있으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최상의 강 여행을 시작해 본다.


깊은 산 숲 속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높은 산 깊은 골짜기로 흘러가고 그 물속에 가라앉은 낙엽은 작은 생물들에 먹이가 되고 집이 된다.

맑은 물 속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있고, 떼지어 다니는 버들치가 있다.

산기슭을 타고 내려온 시냇물은 큰 물줄기가 되어 흘러가고 더 커진 품에 더 큰 생명을 품고 내달린다.

수달이 갈겨니를 쫓고 사람 발길이 드문 강가에는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의 쉼터가 된다.

물속 곤충은 물풀이나 플랑크톤을 먹고, 물고기는 그 곤충을 먹고, 새는 물고기를 먹는다. 그렇다, 강물은 치열한 먹이사슬의 현장이기도 한다.

강물은 도시를 지나며 더러워지지만 그 속에서도 참붕어, 베스, 블루길, 누치 같은 물고기는 여전히 그 강을 지키고 있다.

드디어 강물은 긴 여행을 마치고 땅의 끝에서 바다를 만나 새로운 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면지의 낯익은 우리나라의 산으로부터 시작된 그림은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강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들여다보듯 자세한 강 속 생물들과 더불어 보너스로 상,중,하류의 사는 생물들을 펼쳐볼 수 있는  그림으로 설명해 주는 친절도 베풀고 있다.

그 친절 덕분에 따로 도감을 보는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다.


당연하게 항상 변함없이 우리 가까이 흐르고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강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하나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마을 앞개울에는 각시붕어가 헤엄쳤고 바닥에는 미꾸라지가 꾸물거렸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물고기는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췄고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은  개울 바닥을 누비던 미꾸라지의 미끌미끌함을  직접 느낄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우리 물고기 종어의 사연을 들으며 물을 더럽히고 환경을 망치는 일이 단지 물고기 하나가 지구상에 사라지는 게 아닌 물을 의지해 사는 생명들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거기에는 물론 우리 인간도 포함될 수도 있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지냈던 강의 소중함을 다시 각인시켜주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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