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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평점 :
나도 보통 엄마들처럼 우리 아이가 언제쯤 한글을 떼야하는지 그 시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 때가 되면 읽는 다는 엄마들도 있었고 일찍 가르칠수록 좋다는 엄마들도 있었다.
다른 엄마들과 동물원에 갔는데 우리 아들과 같은 또래 아이가 표지판을 줄줄 읽어서 너무 충격을 받아 그 날로 당장 한글 공부를 시키려고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한글에 별 흥미도 없었고 싫어하기까지 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있고 발달 시기가 다르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아이들과 절대로, 절대로 비교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그림책 읽기였다.
글자를 모르고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다보니 그림을 보는 눈이 생기고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꾸미는 재주(?)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림만으로 작가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 이억배 선생님의 책은 그림 속에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굉장히 좋아한다.
민화 풍에 화려한 그림이 눈에 쏙 들어오는 모양이다.
가끔은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는데 제일 재미있어하는 책이 바로 '반쪽이'이다.
그림 속에 무한한 이야기가 있는 책이다.
표지부터 확 눈을 사로잡는 그림들은 익살스럽다.
면지 가득 그려진 지도를 보면 반쪽이가 사는 집, 무서운 호랑이들, 커다란 바위를 지나서 큰 나무와 솟대를 지나가면 부잣집 영감님의 집이 보인다.
면지 그림만으로도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이든 아주머니가 빌고 빌어 얻은 아들 삼 형제 중 막둥이만 반쪽으로 태어났는데 잉어를 반 마리 훔쳐먹은 고양이도 반쪽고양이를 낳은 모양이다.
항상 즐거운 표정의 반쪽이는 형들 과거 시험에 따라 나섰다가 여러 고초를 겪게 되고 마지막에는 밧줄에 꽁꽁 묶여 깊은 산 속에 던져지게 되는데 그때 나타난 호랑이들을 한 손으로 빙빙 돌려 휘익 던지는데 빙글빙글 도는 눈과 빼어 문 혀가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부자영감은 딸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반쪽이 옆으로 모여드는 구경꾼들이 판이 더 할수록 각양각색 표정으로 구경을 한다.
옆에 서 있는 당나귀에 모습은 주인이 지게되면 당나귀에게 화풀이를 할까봐 조마 조마하는 눈빛이란다.
세 컷으로 그려진 영감 집 풍경 첫날은 기필코 지켜 내리라는 결연함이 마당 한 가운데 있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틀날밤에는 강아지 눈에서 묻어나는 졸리 움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그런데 이억배 선생님이 실수를 하신 모양이다.
두 번째 밤 풍경에는 동그란 문고리가 그려져 있는데 모두 깊은 잠에 빠진 마지막 밤에는 문고리가 빠져있다.
이것도 아이들이 찾아낸 것이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에서는 정말 둥둥 꽹꽹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반쪽밖에 안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용감한 반쪽이는 어린이들에게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한글만 떼면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거의 스스로 책을 읽는다.
엄마들도 책을 많이 읽게 할 욕심으로 일찍 가르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보면서도 글만 읽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글을 알더라도 엄마, 아빠가 옆에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 속으로 직접 빠져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웃기도 울기도 해보는 것 같다.
글을 읽느라 글보다 더 재미있고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림을 놓쳐버린다면....
그림책에 그림은 그림의 형태만이 아닐 것이다.
그림의 색깔, 붓의 기운, 색의 농도, 그림의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작가의 감성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작가의 그 감성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한다.
우리 아이는 지금은 한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안다.
그래서 가끔은 엄마 없이도 혼자 읽기도 하지만 아직도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한다.
분명 우리 아이는 책읽기를 통해 한글을 깨우친 것은 아니다.
정말 다 때가 되니까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조급증으로 그림책 보기에 참 재미를 빼앗기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