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화의 정의를 읽으며 선덕여왕의 공주시절 일화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병풍을 보고는 "꽃은 비록 고우나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씨앗을 심어 본 즉 향기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이가 선덕여왕의 지혜에 감탄했다는 이야기다. 산수화보다도 더 모르고 있는 분야가 바로 화조화였다. 민화에 등장하는 배경정도라고 생각했던 꽃과 새가 그림의 중심이 되어 그려진 그림이였다. <우리 땅 진경산수>를 먼저 읽었던 탓인지 그림을 겁내지는 않게 되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꽃과 새를 소재로 한 그림이여서인지 쉽게 읽어 나갈수 있었다. 흔히 지나치던 시골 들판의 패랭이,달개비도 좋은 그림의 소재가 되었고 어릴적 집 화단에 피었던 수선화,모란,맨드라미도 반가웠다. 우리 조상들은 그 흔하던 참새와 마당에서 벌레를 쪼던 닭에게까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동물원에서나 볼수있는 매와 꿩,백로도 그 시절에는 쉽게 만날수 있었나 보다. 점점 잊혀져가는 것들을 그림으로나마 가까이에서 느낄수 있었다. 까치와 매화를 그려 오는 봄을 재촉했고 갈대밭에 기러기를 그려서 가을을 노래했다. 같은 소재를 그린 그림을 모아 소제목으로 묶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그림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다. 나는 한번이라도 조상의 풍류와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아왔는가 되돌아 본다. 항상 빨리 빨리만 외쳤지 한번도 작은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뽀로롱거리며 나는 참새에게 눈길을 준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한순간이라도 푸른 하늘을 의식적으로 올려다본적이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빠른 것만이 최고가 아닐 진데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여유라고는 찾을 수없는 일상을 보내온 것 같다.
"닭이 변하여 예쁜 꽃이 되었는데 어찌하여 측간 옆에 머무느냐. 아직도 예전의 버릇이 남아 구더기를 쪼려고 하는 구나"
친정집 마당가에 피었던 붉은 맨드라미와 수닭의 홰치는 소리가 그리워진다. 작은 것도 하잖게 보지않은 조상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은 더욱 그리워지는가보다. 잊고 살아온 것이 너무 많은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