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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남자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1962년 냉전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영국 킬리 만의 외딴 바닷가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의 개인사와 연결시킨 작품이라는 ‘불을 먹는 남자’는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 아빠를 홀로 남겨 두고 엄마와 잡을 나선 ‘보비’는 시장 노점 너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곳에서 웃통을 벗고 눈빛이 이글거리며 몸엔 흉터와 멍이 가득하고 조약하게 새겨 넣은 동물, 여자, 용들의 빛바랜 문신투성이의 ‘불을 먹는 남자’ 맥널티를 만나게 된다.
보비의 아버지 말에 의하면 그는 세계2차대전을 함께 경험했던 사람으로 전쟁의 후유증으로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였다고 한다.
보비는 새로운 세계인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죽음 직전의 아기 사슴을 살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에일사와 조금은 거칠지만 함께 우정을 나누는 조지프는 큰 위안이 된다.
전쟁의 공포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바닷가 마을에 찾아 온 맥널티 아저씨는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미사일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가엾은 맥널티 아저씨를 따뜻하게 품고 함께 모여 전쟁의 공포를 이겨나가는 이웃의 모습은 우리가 혼자서는 벗어날 수 없는 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다시 찾아온 바닷가 마을의 평화와 더 이상 전쟁의 공포가 없는 영원한 평안함을 얻은 맥널티 아저씨의 죽음이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왠지 가슴이 짠해 진다.
우리는 누구나 평화를 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분쟁 속에서 이유 없이 고통 받는 무수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세계는 좀 더 평화롭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