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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 끝나는 곳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송골매를 아는 세대라면 기억할 노래 ‘이 빠진 동그라미’의 모티브이기도 한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더 익숙한 작가인지라 만약 작가의 다른 작품인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를 읽지 않았다면 ‘골목길이 끝나는 곳’이 낯설고 어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그가 소개한 코뿔소로 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일들을 재미있게 본 덕에 황당하고 엽기적인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 ‘골목길이 끝나는 곳’을 천진함과 유머로 즐길 수 있었다.
그의 책에 매번 등장하는 검은 펜으로 힘들이지 않고 쓱싹 그린 것 같은 그림은 그의 글과 어울려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만일 당신이 꿈꾸는 사람이라면, 몽상가라면, 소망가라면, 거짓말쟁이라면, 희망하고, 기도하고, 마법의 콩을 사는 사람이라면.......만일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보고 싶다면, 어서 오세요!”이렇게 초대하는 데 책장을 넘기는 걸 머뭇거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미 제트와 TV 세트’는 TV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지미 제트 이야기를 들려주며 TV만 보다간 어떻게 되는지 보라며 살짝 겁을 주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교훈을 살짝 비튼 ‘일찍 일어나는 새’를 읽다보면 우리가 진리고 교훈이라고 여기는 것도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동생이든 남동생이든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 동생 팔아요’는 미워도 절대로 팔 수 없다는 것 강조하는 듯하다.
진짜 팔 마음이 있었다면 어찌 울기만 하고 고자질 잘 하고 골칫거리인 단점만을 말 할 수 있었겠는가?
거기다 혼자 똑똑한 척하는 ‘똑똑하니까’를 읽다보면 1달러가 50센트가 되고, 그 50센트가 5센트가 되기까지 상대방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우쭐대는 아이의 모습과 자랑스럽게 5센트를 아빠에게 보여주자 기가 막혀 얼굴이 빨개지고 눈을 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모습까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자랑스러워한다고 착각하는 아이의 모습은 개그 한 토막을 보는 기분이 든다.
다소 황당하기도 한 ‘수염이 발까지 내려와/ 난 옷이 필요 없지./ 알몸에/ 수염을 두르고/ 길을 나가면 되지.<내 수염 전문>’을 읽고 그의 전신사진이 실린 뒤표지를 본다면 시에 그려진 그림이 그와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개성 넘치는 외모만큼이나 제각각 특징이 있는 127편의 작품 역시 감동과 웃음을 준다.
아직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하고 엽기적인 내용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부모와 함께 골라 읽는다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는 또 다른 느낌의 그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