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내기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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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농촌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소가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 시절의 소는 단순히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 아닌 함께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가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
힘든 농사일을 도왔고 도회지로 유학 가는 자식들의 학자금이 되었고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에게는 부자가 되는 꿈을 꾸게 하는 살림 밑천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존재였던 소가 재미삼아 했던 윷놀이에 내기로 걸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그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어린아이의 경우라면 죽고 싶을 만큼 두렵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되어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어른들 윷판을 기웃거리던 동해는 대보름이 지나 윷판이 시들해질 무렵 영도 할머니와 태어나지도 않은 송아지를 걸고 윷놀이를 시작한다.
시합은 영도할머니의 승리로 끝나고 영도네 송아지를 끌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가려던 꿈도 산산 조각이 나고 만다.
그제야 자신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초등학교 4학년에 실린 작품이니 이제 5학년이 된 아들이 아주 반가워한다.
특히나 동해의 심리가 잘 나타난 그림이 있는 이야기는 국어책에서 읽은 느낌과는 다른 더 큰 재미를 준다고 한다.
특히나 내기에서 지고 코가 쑥 빠져 고개를 숙이고 마을 앞 느티나무를 지나오는 동해의 모습과 먼빛으로라도 영도 할머니가 보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숨어버리는 동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굴뚝 옆에서 우는 동해의 모습은 화가 김재홍 선생님 특유의 섬세한 그림으로 태어나 짠한 마음과 함께 동해의 애타는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슬쩍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은 굴뚝 있는 집도, 소 두어 마리 키우는 집도, 거기다 왁자지껄 윷판이 벌어지고 아이들이 많은 농촌이 흔치 않으니 읽는 내내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자꾸만 동해가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가 됐을 동네 개구쟁이  친구 녀석을 떠오르게 한다.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고도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동해의 마음을 잘 드러낸 글과 그림이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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