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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삼 년 전에 구입한 책을 이제야 읽었다.
5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된 소설 세 편을 한데 묶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단숨에 읽었지만, 정작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읽은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루카스와 클라우스‘ 그리고 그들이 자아낸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한창이던 시절, 헝가리 국경 지역의 외할머니 집에 버려지듯 맡겨진 쌍둥이 형제는 인간의 세상이라고 부르기 힘든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할머니의 무관심과 학대, 그리고 잔혹한 전쟁의 폭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며 강인해지는 법을 익힌다.
누구의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1부에서의 쌍둥이는 아이들이 경험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겪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마저 제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잔혹한 전쟁 우화처럼 펼쳐지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들은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놓인 피폐하고 참담한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2와 3부에 들어서면서 거대한 혼란과 마주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존재하지 않는 이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하게 한다.
비로소 드러난 루카스와 클라우스라는 이름조차 실존의 증거가 되지 못하고, 차라리 모든 참상이 누군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환상이기를 바라게 된다.
구분 없이 오직 ‘우리’로 존재하던 아이들이 루카스와 클라우스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되고 마침내 국경을 넘는 순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과 단절된 채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아래 놓이게 된 헝가리의 현대사가 겹쳐진다.
전 세계적 비극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서늘한 잔혹사로 바뀌는 순간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특히 아이들의 세상에서 전쟁의 폭력과 가정의 불행은 그 무게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잔혹한 생존방식이 담긴 1부가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다 모든 판이 뒤엎어지는 3부가 거짓일지 모른다 생각했고, 오랜 고민 끝에 1부와 2부 전체를 누군가의 환영으로 놓아 보기도 했다.
소설은 어느 쪽을 거짓으로 생각해도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전쟁이 주는 고난과 두려움만큼이나 가정의 불행도 아이들에게는 가혹하다.
오래전에 발표된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세 편의 소설이 만들어 내는 거짓말의 경계에서 오래 머물렀지만, 결국 마음에 남은 것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일보다 그 안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삶이었다.